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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최정용
No : 128 Date : 2012-11-23 Views : 1992

벗을 얻고 싶다면 봉룡학사로 오라

 

200812, 그토록 가고 싶었던 성균관대학교의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혹여나 떨어질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와 손을 꼭 붙잡고 확인했던 결과는 합격이었고,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워 어찌 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던 이유는, 20여년을 안주하던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함에 큰 심적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든 고향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해야 할 나에게 있어, 수용인원이 4000여 명에 달하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숙사를 가진 것은 우리학교의 대단한 장점이었지만, 숫기 없는 내가 선후배지간이라고는 하지만 낯모르는 사람과 한 방에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어쩐지 조금 불편할 것만 같았다.

 

기숙사에 입사하던 날, 논어의 술이 편에 나오는 三人行 必有我師焉(삼인행 필유아사언)’이라는 구절을 되뇌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풀이하면,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그 중에는 반드시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라는 뜻인데, 타인의 장점은 본받고, 단점은 타산지석으로 삼아 그것을 토대로 인격을 도야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구절이다. 어떤 사람과 함께 한 학기를 지내게 되더라도 결국에는 모두 나에게 도움이 되리라하며 방 문을 열었다.

 

기대 반 불안 반으로 만난 나의 첫 룸메이트는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3학년 선배였다. 나와 동갑인 친동생을 두었다던 룸메이트는 먼 타향에서 편히 웃으며 떠들 사람 하나 없었던 처지의 후배가 안쓰러웠는지, 생활의 많은 부분을 공유해주었다. 강의가 없는 시간이면 청청한 잔디밭으로 나가 캐치볼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주말에는 나와 아버지가 그러했듯 목욕탕에 가서 서로의 등을 밀어 주며 선후배 사이의 정을 돈독히 했다. 또 선배는 주말마다 시각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하여 봉사의 즐거움, 나누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우리는 친형제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그 이후로도 두 달 여를 갈등 한 번 없이 즐겁게 생활했다. 어느덧 나의 대학생활 첫 학기가 마무리 되며 애석하게도 이별의 시간은 찾아왔고, 학기말 고사를 마무리 한 후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자리에서 앞날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염원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지금은 대학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진출한 나의 첫 룸메이트와 만날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곤 한다.

 

봉룡학사의 몇 가지 장점 중 한 가지는 룸메이트가 무작위로 배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친구들 중 몇몇은 최대 단점으로 꼽기도 하는 무작위 배정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만나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제도인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종교를 믿지 않는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나 데이비드 밀스의 우주에는 신이 없다를 즐겨 읽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반면 20121학기에 만났던 룸메이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무신론자와 기독교인이라니 갈등이 잦을 법도 했건만, 그는 내가 지금까지 날을 세우며 대립했던 기독교인들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는 선배였다. 룸메이트는 현재 기독교의 문제는 종교를 기복(祈福) 신앙을 보기에 생긴 것들로 규정하였고, 건실한 종교를 만들기 위해 세를 넓히는 것 보다는 자정(自淨)의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우리는 종종 잠들기 전이면 불을 끄고 누워서 무신론과 유신론, 그리고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의 논쟁을 하곤 했다. 내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창으로 사용하면 선배는 데이비드 로버트슨의 스스로 있는 신을 방패로 쓰고, 선배가 창조론 대강좌를 바탕으로 공격하면 내가 종의 기원을 기초로 반박을 하는 건전한 토론이 이어졌다. 우리는 불타오르는 경쟁심에 관련 도서들을 탐독하며 논지를 확고히 해 갔다. 학계에서도 이 논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우리의 토론도 승패가 결정되지는 못했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근거를 바탕으로 나의 주장을 펼치는 토론의 연습을 할 수 있었고, 과학과 종교 간의 논쟁에 대한 지식들을 쌓을 수 있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한 시간들을 보냈다.

 

나는 지금, 대학생활의 네 번째 학기를 성균관대학교 봉룡학사의 초록색 외벽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지관에서 살고 있다. 만약 내가 자취나 하숙 생활을 했다면 마주칠 수 조차 없었던 벗들을 얻어 가며, 학사장님의 말씀대로 봉룡학사가 , 후배사이의 끈끈한 정이 이어지는 가족적인 분위기로 학문의 산실이자 인격형성의 수련장임을 확인하며 말이다. 기숙사 생활의 장점을 묻는 선·후배와 동기들에게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해 주고 싶다. 너와 함께 길을 걸어갈 사람, 너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봉룡학사에 살아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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