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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조준경
No : 48 Date : 2011-12-14 Views : 1964

   [ 나의 지관 생활기 ]

 

2011년 3월, 성균관대학교에 처음 입학하고 나서 다른 어느 곳보다도 먼저 발을 들인 곳이 바로 이 곳, 앞으로 내가 생활하는데 기점이 될 기숙사 지관이었다. 그 당시에 배정받은 방 호수는 333호였는데, 숫자 자체가 신기로워서 뭔가 선택받은 듯한 느낌조차 들었다. 입사하려고 방문을 열어보니 룸메이트는 06학번 형으로 이미 겨울방학 때부터 입사하고 있던 차였고, 따라서 평소에 생활하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그 형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는데, 침대 위에 있는 거치대를 잘 활용하고 있었다. 첫 번째 룸메이트인 그 형에게 기숙사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요령을 많이 배웠다. 인생 첫 번째의 2인 1실 룸메이트라 단 둘이서만 방을 공유한다는 생각에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서 첫 날 그 형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최대한 친해지려고 노력하였다. 그 덕분에 꽤 가까워졌지만, 나중에 보니 수천 명의 학부생들이 있는 대학문화 상 우연한 만남이 대게 깊이 있는 만남으로 이어지기 어려워, 형식적인 룸메이트 관계를 유지했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1, 2학기와 하계학기, 총 3학기를 지관에서 생활하면서 3명의 룸메이트를 만났는데 모두 전역 후 복학한 고 학번 형들이었다. 그 3명의 룸메이트 형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하계학기 때 만난 06학번 전자전기공학부 형인데, 그 형은 형식적인 룸메이트 관계라기 보단 정말 친한 동네 형 같은 느낌이었다. 그 형한테는 또한 배울 게 많았다. 방학 때 만나서 그런지 그 형은 취업준비 차 강남에 있는 토익학원에 매일 다니면서 영어공부에 열을 올렸는데, 방학 때 학교 근처이자 대도시 서울과 가까운 곳에 남아서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의 좋은 예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그 형은 매우 부지런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한 조깅도 하였는데, 그 모습들을 보면서 그 형이 정말 멋지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지금까지 나의 전반적인 기숙사생활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내가 다른 기숙사가 아닌 굳이 지관을 계속 고집한 이유가 있다. 물론 아무것도 몰랐던 처음에는 서울 목동에 살던 동대학교 04학번이었던 친척 형이 추천해서 입사했지만, 나중에 서서히 각 기숙사의 분위기를 알게 된 이후에도 나는 지관에 남는 것을 선택하였다. 경쟁률 때문에 생겨난 학점제한 조건만 충족시키면 앞으로 졸업할 때까지 지관에 남을 생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먼저 지관은 남자전용기숙사이고, 유일하게 남자전용 자체식당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침에 이성간에 서로가 부끄러울 일이 없다. 1교시가 없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아침에 정신없이 일어나다보면 민낯이 신경 쓰이는 법. 이러한 상황에서 말끔히 씻느라 배식시간에 늦어 밥을 못 먹게 되는 경우도 있고, 혹은 그냥 모자만 눌러쓰고 추리닝 차림으로 출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생활관리 차원에서 매우 비효율적이고, 후자의 경우는 자기관리 차원에서 부정적인 요소이다. 기숙사는 학업수준에 따라 경쟁하는 대학입시 시스템의 일환으로 생긴 주거시설이다. 즉, 먼 지역에서 공부하러 온 사람들을 위해 학교에서 복지차원으로 지원해주는 집인 셈이다. 이러한 곳에서 매일같이 부지런히 일어나 용모를 단정히 한 이후에 공공장소를 들락거리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지관은 또한 지리적으로 매우 불편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 위치가 학교 캠퍼스 밖일뿐더러, 대부분의 모임과 술자리 장소가 후문이나 쪽문 쪽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매우 불편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모임을 갖다가도 항상 통금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먼저 달려와야만 했다. 하지만 이것은 역으로 불편하고 원치 않는 자리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게 해 주어, 자기절제와 시간 관리에 좀 더 효율성을 부과하였다.

기숙사가 다른 여느 원룸이나 하숙, 월세, 고시원 등보다 더 좋은 점은 무엇보다도 통금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들도 자유스러운 생활에 자칫 생활패턴이 흐트러질 수 있다. 기숙사의 통금시간은 이를 방지해준다. 특히 이는 고등학교 때 공부에만 얽매여 있다가 수능과 함께 갑자기 자유로워져 갈피를 못 잡는 새내기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내년, 아니 앞으로 매년 입학할 새내기들은 기숙사 생활로 대학을 시작하는 게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학년 1학기 때 방황하고 갑자기 주어진 엄청난 자유에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기관리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예인 학점이 이를 대변한다. 여러 통계자료들을 보면, 통금시간이 있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다른 수단으로 학교근처에 숙박하는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월등히 높은 학점을 받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숙사는 흔히 말하는 ‘양면의 날’과도 같다. 주택이 수원과 가까운 곳이 아닌 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라면 의심할 여지없이 기숙사에 남는 게 편하고 좋겠지만, 통학하는 사람들의 경우 많은 부분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기숙사 생활의 가장 큰 이점은 당연히 편리함에 있다. 11시경 끊기는 교통걱정도 없고, 가정에서 내려지는 자체통금도 없이 그저 새벽 1시 이전까지는 자유롭게 캠퍼스생활을 즐길 수 있다. 동아리 모임이나 술자리 같은 경우에도 높은 출석률을 보일 수 있어 풍족한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점들이 가장 큰 독이 될 수도 있다. 위 생활들에 적응되다 보면 자칫 나태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숙사에 오래 살다보면, 노는 자리의 끝물시간이 통금시간의 시작인 새벽 1시로 맞춰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꾹꾹 시간을 채워서 놀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가까운 시선조차 없어 마음 편히 놀게 되는데,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대학생활을 단지 주변 친구들과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것으로만 보낼 것인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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