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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이경수
No : 7 Date : 2011-12-12 Views : 2223

 

                      [ 내 대학생활의 첫 룸메이트  ]

 

2007년 3월, 20년 동안 살아온 부산을 떠나, 대학생활의 첫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상경하였습니다. 집을 떠나 남과 함께 산다는 생각에 설레 이기도 하면서, 약간은 걱정되는 마음에 기숙사에 도착하였고,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아는 친구 한명도 없어 외로울뿐더러 같이 밥조차 먹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룸메이트라도 빨리 와서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과연 내 인생의 첫 룸메이트는 누굴까?’ 라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기숙사에 입실하여 방 이곳저곳을 청소하며 룸메이트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살다온 사람일까?’, ‘ 첫 인사말은 뭐라고 할까?’, ‘동갑내기 친구였으면 좋겠다.’, ‘같이 야식이라도 먹자고 해볼까?’ 라는 온갖 상상을 하며 기다린지 5시간, 룸메이트는 입사 첫날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첫날에 오지 않아서 였을까요? 내 룸메이트는 누구인지 더욱 궁금해져만 가고 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하지만 애타게 기다릴수록 님은 멀어져만 간다고 했었던가, 룸메이트는 다음날 또 그 다음날이 지나도 오지 않는 것 이였습니다.

3일 뒤, 도대체 내 룸메이트는 왜 오질 않는 것인가, 설마 한 학기동안 이렇게 쓸쓸히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인가, 라는 불안한 생각을 하며 룸메이트가 오는 걸 반쯤 포기하고 컴퓨터에 몰입하고 있던 그 순간, 방문을 열고 들어온 룸메이트와 그렇게 고대하던 첫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어리버리한 새내기에 불과하던 저와는 반대로 룸메이트는 스포츠과학부 03학번 군필의 멋진 형이였습니다. 사실 07학번 새내기에게 03학번, 그것도 위계질서가 철저하다는 스포츠과학부의 그 형은 너무나도 무섭게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즐겁고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지고, 어떻게 한 학기를 버텨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그 순간 그 형은 환한 웃음을 지어주며 친형처럼 생각하라고 하며 악수를 청하였습니다. 하지만 과도 다르고 학번도 꽤나 차이 많이 나는 룸메이트와 나는 많이 친해질 수 없었습니다. 특히 형은 명륜 캠퍼스에서 복수 전공을 하여 일주일에 3~4번은 방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혼자 지내면 편하기는 했지만 3월의 추운 겨울밤은 소심한 새내기에게는 참으로 외로운 시간들이였습니다. 그렇게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 질 무렵 늦겨울 추위가 찾아왔고 나는 감기에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흔한 목감기라고 생각하고 잠을 청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 땀에 이불은 온통 젖어있고 열나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룸메이트 형은 방에 없었고, 핸드폰을 열어도 전화할 곳은 아무 곳도 없었습니다. 부모님께 걱정 끼쳐드리는 건 싫었고, 119에 전화할 만큼 미치도록 아프진 않았을 뿐더러 사실 아픈 것 보다 타지에서 혼자 아파 누워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서럽고 외로웠습니다.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때 친구에게 맞아 코피난 이후로 처음 울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서럽게 울다가, 점점 높아지는 열에 서서히 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왼손에는 바늘이 꽂혀 있고 병원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옆을 보니 룸메이트 형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만 반갑게 인사했을 뿐 생활패턴이 달라 그 뒤로 얼굴도 보기 힘들었고 이야기조차 몇 번 못해 아직 핸드폰 번호도 모르는 어색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룸메이트 형이 방에 와서, 열이 나서 반쯤 쓰러져 있는 나를 보자 직접 엎어서 병원에 데려오고 수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 이였습니다. 그리곤 방에 다시 돌아온 뒤, 혼자 아픈 거만큼 서러운 건 없다며 아프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연락처와 비록 편의점에 파는 인스턴트 죽이지만 맛있을 거라며 죽을 따뜻하게 끓여서 주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감기는 다 나았고, 그 사건이 있는 뒤로 룸메이트 형과 같이 밥도 먹고 주말에는 목욕탕도 가며 저녁에는 야식도 먹으며 정말 친한 형 동생 사이가 되었습니다. 소심한 새내기에게 어떻게 해야 재미있고 보람찬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때로는 부모님처럼 챙겨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대학생활의 첫 학기가 끝나고, 마지막 날 저녁 룸메이트 형과 침대에 누워서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 말했던 대화는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다음날 앞으로 자주 연락하자며 방 입구에서 악수를 한 뒤 헤어진 이후로 그 형과는 영원히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형은 다음 학기부터 명륜에서만 수업을 들었고 저는 그렇게 학교를 더 다니다가 군 입대를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형 덕분에 외롭고 힘들었던 타지생활에서 벗어나 많은 친구를 사귀며 행복한 대학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 뒤로도 선배, 후배, 동기 등 다양한 사람들과 룸메이트를 하며 살아봤고, 3학년 2학기인 지금까지 오랫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였지만 그때 만난 첫 룸메이트 형이 가장 기억에 남고 그때 끓여준 죽 맛은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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