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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당선작 금상 - 김상민
번호 : 65 등록일 : 2012-11-19 조회수 : 2718

[ 가슴 속의 환기 ]

 

환기(換氣) [명사]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꿈.

환기(喚起) [명사] 주의나 여론, 생각 따위를 불러일으킴.

 

어느 해나 10월에 갑자기 추워지는 날이 있다. 올해도 몇 일전 갑자기 추워지더니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밖이 매우 쌀쌀하다. 그래서 창문을 닫아놓고 온풍기를 작동 시켰다. 방에 있는 네 명 각각의 이불과 옷에서 나오는 먼지, 신발에서 나오는 흙과 모래, 하루에도 몇 개씩 빠지는 머리카락들. 이 모든 게 좁은 기숙사 방에 갇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의식하지 않는다면 인지하지 못한다. 심지어 나는 종종 인지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밖은 굉장히 쌀쌀하고, 방 안 까지 춥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찮기 때문이다. 잠깐 온풍기를 끄고 창문을 열고 바닥을 쓸면 방은 확실히 쾌적해 진다. 좀 더 과장하자면 방과 내 몸까지 건강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귀찮음이라는 별거 아닌 이유로 생략된다. 그 생략이 꼬리의 꼬리를 물게 되면 방의 깨끗한 모습은 입사 이후로는 절대 볼 수 없다. 지금도 그 위험한 고리에 있다는 걱정 때문에,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창문을 열었다. 조금은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가 창문으로 들어와 내 몸을 지나서 문 밖으로 나갔다. 환기란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꿔주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한 행위는 이 단어를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그런데 이번 주처럼 갑자기 추워진 날의 환기(換氣)는 공기뿐만 아니라 나의 기억까지 환기(喚起)시킨다.

 

20096월 대학생의 첫 학기와 첫 기숙사 생활이 무사히 끝났다. 그런데 이 둘은 너무나 상반된 기억으로 남겨졌다. 학교생활은 좀 더 커진 삶의 무대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할 수 있었다. 마치 큰 파도가 있는 바다와 같았지만, 기숙사 생활은 단지 잔잔한 호수와 같았다. 평온함은 있었지만, 집이라는 개념보다는 단지 침대와 책상이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첫 학기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다시 이사를 했다. 그리곤 여름 방학을 무사히 보내고 2학기도 기숙사로 들어가기로 했다. 기대도 걱정도 없는, 단어 그대로의 이사였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처음으로 방문을 열었다. 방에는 벌써 이사를 끝낸 두 분의 선배가 있었다. 나는 의무적으로 인사를 보냈는데, 그 두 분은 웃으며 나를 반겼다. 첫 인상이 너무 좋아서 약간은 즐겁게 짐을 풀기 시작했다. 원래 입사 첫날은 어느 방이나 깨끗하지만 이 방은 방금 청소 한 것처럼 깨끗했다. 그때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래도 깨끗한 방에서 기분 좋게 두 번째 기숙사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방에서 나는 제일 막내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편하게 생활했다. 나의 의지도 반이 있었지만, 형들이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점점 기숙사를 내 방처럼 생각했다. 그렇게 편하게 살다보니, 내 자리는 점점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1학기 때는 정말 심할 정도로 정리가 안 돼 있었는데 그때와 비슷해져갔다. 책상에는 책과 프린트로 널브러져있었고, 침대 난간은 옷걸이 삼아 엄청난 옷들이 마구잡이로 걸어져있었다. 아마 이 점은 침대의 2층을 쓰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상 밑은 정말 깨끗했다.

신발에서 떨어지는 흙과 머리카락으로 더러워져 있어야 정상인 내 자리가 이상하게 깨끗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책상에 앉으려고 하는데 내 자리에 누군가 있었다. 그 사람은 룸메이트 형이었다. 형은 쪼그려 앉아서 내 책상 밑을 빗자루로 쓸고 있었다. 나는 놀라서 잠깐 멍해 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형한테 내 자리는 내가 청소하겠다고 말했다. 형은 다 했다고 하며 내 자리에서 나왔다. 그러더니 옷장 옆에 새워둔 대걸레를 들고 방 전체를 물걸레질하기 시작했다.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그땐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땐 왠지 모르게 스스로가 너무나 창피했다. 나는 뒤 늦게 형한테 감사하단 말을 했다. 형은 자기 자리 청소하는 김에 한거라고 말하며 웃었다. 형이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열어놨었는데 갑자기 너무나도 시원한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와 문 밖으로 나갔다. 그때 방이 환기 되었던 것처럼 내 마음도 환기 되는 것 같았다. 나쁜 감정은 다 빠져버리고 좋은 감정만 가슴을 채우는 듯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방이 깨끗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다. 그날 이후부터 단순히 내 방이라고만 생각했던 이곳이 정말 집처럼 느껴졌다. 가족이 있는 집.

 

자연과학캠퍼스는 기숙사가 정말 많아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기숙사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의 소재가 많이 된다. 그러다보면 각자 살고 있는 기숙사에 대한 장단점이 이야기에 나오고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다. 그 비교 속에서 인관은 항상 꼴찌를 하게 된다. 가장 오래되었고, 엘리베이터도 없고, 41실에 화장실과 샤워장이 모두 공용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인관은 당연 다른 기숙사에 비해 꼴찌지만 인관에 살았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다음 학기도 인관을 선택한다. 나 역시 1학년 때부터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인관에 살고 있다. 친구들이 인관이 뭐가 좋으냐고 물어보면 나는 친구들에게 다시 되묻는다. “너 인관의 인이 무슨 한자 인지 알아?”, “어질 인() 이잖아.”, “틀렸어. 사람 인()이야. 인관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나거든.” 안타깝게도 이 대화는 친구의 장난으로 마무리 된다. “사람 사는 냄새? 냄새난다는 말이네.” 마무리는 짓궂지만, 진짜 의미는 인관엔 정()이 있다는 것이다. 가족한테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기숙사에 있어도 외롭지 않다. 그것이 인관은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이 이야기를 그 친구뿐만 아니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의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2학기 기숙사 생활도 무사히 끝났다. 다른 방은 모르겠지만 우리 방은 정말 한 학기 내내 깨끗했다. 그 사건이 있었던 이후로 우리 방의 모든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돌아가면서 청소를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순서를 정한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꾸준히 청소를 했다. 한 명의 작은 배려로 방이 깨끗해질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듯 했다. 시간은 흘러 퇴사 준비를 해야 될 때가 되었다. 나는 이사 준비를 끝내고 짐을 가지고 기숙사의 현관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른 짐을 가지러 올라 거려고 하는데 룸메이트 형이 내 짐을 들고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께 인사까지 했다. 그땐 그 형을 정말 피를 나눈 친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룸메이트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내가 군대 가기 며칠 전, 모두가 다시 모였다. 군대 가기 전에 룸메이트 사람들은 반드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군대를 갔다 와서 부터는 사실 연락이 뜸해졌다. 하지만 이 글을 빌려서 룸메이트 형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태영이형, 승현이형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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