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설렘 | |||||
번호 : 172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2160 | |||||
설렘
2013년 12월 8일 이곳은 이천의 군부대 중 하나. 나는 이번 달 병장으로 진급했고, 복학을 준비 중이다. 이제 곧 복학을 하면 기숙사에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문뜩 2년 전 나의 기숙사생활이 생각이 난다.
성균관대학교에 합격한 후 나는 1년 동안 인관에서 살았다. 집이 멀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하숙이나 자취보다는 기숙사가, 신관보다는 인관이 내겐 최선의 선택이었다.
1년간의 기숙사 생활은 아직도 한참은 어렸던 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신입생이라는 핑계로, 붙임성이 없다는 핑 계로 룸메이트 형들에게 말을 잘 못 걸고, 형들이 친절하게 말을 걸어와 도 영혼없는 대답만 하곤 했다. 신관이나 지관에 사는 다른 친구들은 룸 메이트가 동갑이거나 한두 살 차이가 나는 형들이라 진짜 가족처럼 친하 게 지내는 게 부러웠다. 나는 주변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내 상황을 비관 하기만 할 뿐 노력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상황을 비관하기만 할 뿐 내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지 않았던 내 모습이 후회스럽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들이 니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팁들을 배울 수 있었을텐데, 형들 과 내 생각을 공유하며 형들의 깊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들을 배울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만이 자꾸 남는다. 그래서 이번에 기숙사를 살게 되면 ‘먼저 말 걸기’를 실천하고 싶다.
나는 대학과 군대가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자라난 사람들 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고, 사회생활을 연습하고 훈련할 수 있는 곳이라 고 생각한다. 특별히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생활을 함께하는 ‘기숙 사’라는 곳은 그런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힐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살을 맞닿고 살면, 그냥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살면, 우물 안에만 갇혀 있던 내 생각을 더 넓은 하늘을 향해 펼칠 수 있다.
설렘.
지금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단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가득차있다. 길게만 생각됐던 군 생 활이 끝나가고 복학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대학 생활도 설레지만, 무 엇보다 함께 생활을 하게 될 룸메이트들과의 만남에 설렌다. 누구를 만 나든 정말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내가 쓴 수기를 읽을 누군가에게 끝으로 덧붙이자면, 기숙사에 살 수 있 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성균관대 학생의 특권이다. 졸업하기 전에 성대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책에 적힌 글로는 배울 수 없는,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는 걸 배울 수 있는 특권을 누렸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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