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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또... 선배야?
번호 : 165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2811

또... 선배야?

 

“아... 안녕하세요? 몇 학번이세요? 우와.. 어려보이시네요..”나름대로 고학번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이번만큼은 후배와 살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학기도 어.김.없.이. 선배와 룸메이트가 되었다. 여자친구의 유무, 고향, 전공, 몇 시에 취침하는지 등… 간단한 호구조사(?)를 진행하고 나니 다시 침묵과 어색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가장 중요하고(?) 재미있는 화제인 여자친구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하고 책상에 앉았다. 아직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라 공부할 것도, 과제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방학 중에 노트북도 고장나서 심심했다. 광주에서 올라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읽으려고 했지만 아직 펴보지도 않은 「식탁 위의 한국사」라는 책을 폈다. 역시 나는 뼛속까지 공대생인가보다.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잠이 오기 시작했다. 나의 기숙사생활 필수품중 하나인 ‘안대’를 쓰고 앞으로 100일동안 나의 편안한밤을 책임질 침대에 몸을 뉘였다.사실 저번학기 기숙사에 살 때는 이른시간 자는 습관 때문에 미처 10시가 되기도 전에 방 불을 끄고 자곤 했었는데 너무 일찍 불을 끄면 룸메이트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안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다음날 아직 지저분한 방을 룸메이트와 함께 청소하고, 내 물건을 정리했다. 기분좋은 시작이다. 이 깔끔함이 얼마나 오래갈진 모르겠지만 이번학기만큼은 그때그때 정리하고 깔끔함을 유지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지관의 특성상 공용화장실을 쓰는데, 몇 가지 단점을 제외하면 이게 정말 마음에 든다. 첫 번째 단점은 가끔씩 변기뚜껑이 닫혀있을 때 느껴지는 그 긴장감과 닫힌 뚜껑을 열었을 때의 탄식으로 대변(?)할 수 겠다. 자신의 장(腸)에서 나온 것들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거라 믿고, 단순히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은 개인의 실수일 것이다. 이번 학기도 어김없이 나와 같이 화장실을 쓰는 사람들 중에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나보다. 제발 좀 사람들이 단 한번만이라도 좌변기를 돌아보고 나왔으면 좋겠다.두 번째 단점은 공용물건이라고 막 써대는 사람들과 양심 없는 사람들을 볼 때다. 양치를 하면서 쓸데없이 물을 콸콸 틀어놓는 사람, 한손으로도 들 수 있는 몇 개 안되는 양의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사람, 다 쓴 치약이나 세면용품 등을 그대로 놔두고 가버리는 사람…. 이처럼 양심 없는 사람들을 볼 때면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곤 한다.이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룸메이트와 화장실이 사용시간이 겹치는 문제도 없고 청소문제로 트러블 생길 일도 없는 등 아주 만족 할만하다. 특히 아주머니께서 아침마다 고생해서 청소해주시기 때문에 화장실청소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학기가 시작되고 몇 주가 지나자 룸메이트 형과도 많이 친해지고 책상과 옷장도 점점 나를 닮아가기 시작했다. 양말도 짝이 안맞는게 많아지고 수업가기 전 책을 찾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반면 룸메이트 형은 기숙사 입사 날부터 한결같이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었고 하루는 방문을 열었는데 방 가운데에 가상의 경계가 있는 것 같았다. 639호라는 같은 문을 쓰면서 가운데 그 가상의 선을 경계로 두 개의 방을 보는 듯 했고 만화에서 나오는 ‘아수라백작’이 떠올랐다. 많이 답답해했을 형에게 미안하고 나 스스로도 부끄러워서 책상과 옷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왕 한 김에 바닥청소까지 깔끔하게 하고 나니 왜 여태껏 이러지 않았을까 후회가 됐다. 가방속의 책을 바꿀 때는 책을 책장에 바로 꼽고, 물건들을 사용하고 난 뒤에는 원래 있던 자리에만 두면 될 것을 그동안 너무 게으름을 피웠던 것 같았다.

룸메이트 형에게서 배운 또 한 가지가 있다면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는 습관을 고친 것이다. 이전의 나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노트북을 켰고, 어떤 축구감독의 ‘이것은 인생의 낭비’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SNS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각종 인터넷 서핑과 스마트폰에 중독아닌 중독된 상태였다. 하지만, 복습을 철저히 하고 과제도 미리미리, 또 스마트기기들을 생산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룸메이트 형을 보고서 나도 변하고 싶었다. 그래서 안 좋은 습관들을 하나하나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기숙사에 돌아오면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노트북을 켜지 않았다. 대신에 수업을 막 마치고 돌아왔다면,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책을 꺼내서 방금 배웠던 수업에 대해 단 몇 분간만이라도 복습을 하는 습관을 길렀다. 그리고 과제도 제출당일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갔다. 적은 시간이라도 바로바로 복습을 하고, 과제를 조금씩 완성시켜나간 효과는 엄청났다. 지난학기 같았더라면 시험기간이 되서야 부랴부랴 이전에 배웠던 것들을 벼락치기 식으로 공부했을 것이고, 마치 처음배우는 것같이 머리는 이미 백지화된 상태였었다. 하지만 그날그날 복습을 한 결과 시험기간에는 이론공부를 다시 처음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공부에 대한 간단한 워밍업과 연습문제를 푸는 식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었다.처음 룸메이트와 대면했을 때는 후배였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실망했었지만 약 20일의 기간이 남은 지금 한 학기를 돌아보니까 룸메이트 형으로부터 배울게 많고 ,배운 것도 많았고, 나 스스로도 변한 것이 느껴질 정도로 알찬 학기였다. 룸메이트를 생각했을 때 물론 나이가 중요해보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등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나도 많이 노력해야할 것 같다.

기숙사에 살면 좋은 점이 참 많은 것 같다. 우선 공용화장실과 공용휴게실, 그리고 다리미, 세탁기와 같은 공용 물건들을 사용하면서 공동체생활에서 지켜야할 상호간에 예의, 매너 등을 다시한번 생각해볼  있다. 또한 룸메이트와의 생활에 있어서는 단순히 방을 같이 쓰는 ‘룸’메이트에서 나아가서 학교 선후배로써 진로문제나 크고 작은 고민상담도 서로 해주는 멘토-멘티의 관계로도 발전할 수도 있고 서로 맞춰나가는 크고작은 과정 속에서 배우는 것들은 사회생활 하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나도 이번학기 룸메이트 형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던 것처럼 다음부터는 학기부터는 같이 사는 룸메이트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서 본받을 만한 룸메이트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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