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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허재원
번호 : 132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2928

쉽게 경험해보지 못할 룸메이트와의 한 학기

 

2012년 1월 8일. 후련하게 군복을 벗어내고 사회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후에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내게는 너무 많았고, 통학과 기숙사 사이의 고민 또한 그 중 하나였다.

2008년 입학했을 당시부터 입대하기 전의 2009년 겨울까지, 학교까지 한 시간 반정도 거리에 있는 나는 항상 통학을 하였다. 1학년 처음에 들어온 학교, 그 때에는 인, 의, 예, 지관만 있고 신관은 아직 지어지고 있었던 때였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숙사를 살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자취나 하숙을 사람들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새내기 배움터에서 처음 보게 된 친구들도 그렇게 하숙, 자취, 기숙사 등으로 집을 떠나 있었고 나만 홀로 통학을 하였다. 더불어 내 소심했던 성격까지 조화를 이루어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1년을 보냈던 것이 지금까지 너무나도 아쉽다. 그랬기 때문에 한 학기를 기숙사를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하여 부모님과 상담 끝에 허락을 받았다.

 

그리하여 처음 경험하게 된 기숙사, 아무래도 네 명보다는 두 명이 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지관에 들어갔고, 1121호라는 배정을 보고 ‘층이 높긴 하구나, 11층도 있고.’라며 생각했었다. 그래서 입사하게 된 3월 1일, 방 키를 받기 위해 서명을 하는데 웬걸 마지막 장에 맨 끝 줄에 내 이름이 써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애매모호한 기분으로 방에 짐을 풀어놓으러 갔는데 룸메이트는 언제 왔다 갔는지 이불이고 옷이고 전부 다 정리가 되어있었다. 사실 처음 같이 지내게 될 룸메이트라 그런지 인사도 하고 싶었는데 자리에 없어서 아쉬움을 남긴 채로 정리를 하고 나가려는 데, 무언가 아쉬워 쪽지에다가 간단히 메모를 남기고 나갔다. 내용은 ‘안녕하세요, 저는 08학번 허재원이라고 합니다. 1학기동안 같이 지내게 될 텐데 오늘 못 봐서 아쉽네요. 저는 아마 모레 저녁쯤에 들어올 것 같아요. 문단속 잘 하고 다니시고 그 때 봐요.’라는 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후에 나갔다 들어와서 처음 보게 된 날, 이것저것 서로에 대해서 기본적인 대화를 나눴는데, 12학번 사회과학계열이란다. 그것은 이미 입사하기 전에 키를 받으면서 알고 있었지만, 수원인 것을 잘 모르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 것이면 퇴사 신청 하고 서울에 방을 잡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룸메이트는 그냥 여기서 다니겠다고 하여 이 이야기는 끝이 났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숙사 생활은 과생활도 열심히 하고, 사람들과 관계도 잘 맺고 다님에 따라서 너무나도 만족스러웠었다. 항상 시간만 맞춰 내려가면 집에서 먹던 밥같이 나오는 것도 너무 좋았고, 지관 지하에 있는 열람실이 있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게 인상 깊게 남았던 일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아마도 4월 식권을 받으러 갔을 때일 것이다. 경비하시는 분이 몇 호냐고 묻고, 찬찬히 찾다가 마지막에 있는 내 이름을 보고서는 ‘귀한 손님이 오셨네’라며 농담을 걸어주셨다. 아마도 지관 맨 끝에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런 농담도 서로 듣고 할 수 없지 않았을까?

그리고 룸메이트가 인문 캠퍼스이다 보니 시간표가 분명 똑같이 아침 9시 수업인데 나는 8시에 일어나서 보면 룸메이트가 이미 나가고 없다거나, 분명 난 9시 수업이고 룸메이트는 10시 반 수업인데 똑같이 아침밥을 먹고 학교로 간다거나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했었다. 그럴 때면 서로 허탈한 웃음만 짓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1학기 말 쯤부터 식당 나가는 길에 자유게시판 같은 판이 생겼었는데, 거기에다 ‘인문캠 사람을 보고싶다면 1121호로 오세요’와 같은 맥락의 낙서를 적어놓고 진짜 오는 건 아닌지 막 기대하고 있었던 때도 있었다. 이렇게 별 일 아닌데도 1121호에 인문사회캠퍼스를 다니는 친구와 지내는 생활이 소소하게 재밌게 만들어 주었다.

 

정신없는 한 학기를 보내고 나서, 조금씩 짐을 빼가며 한 학기의 끝을 준비할 때, 아무래도 정도 많이 들고 아쉬움도 너무 많아서 꼭 서로 캠퍼스를 놀러가게 되면 연락하기로 약속도 하면서 배웅도 받고 그랬었다. 그렇게 큰 일이 있고 엄청 놀라운 일들이 한 학기동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쉽게 경험하지 못할 친구와의 한 학기가 나로선 너무 좋았고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서 지관에 다시 들어와 지내고 있다.

 

학교를 2년 다닌 뒤에 처음으로 들어갔던 기숙사, 내게는 어쩌면 통학만 하고 다녔으면 겪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어 너무나 좋았었다. 그렇기에 혹시나 통학을 하다가 기숙사를 다닐까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직접 겪어보고 생각하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알려 줄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지냈던 그 한 학기는 가장 재미있게 학교를 다녔던 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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