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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수영
번호 : 125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2369

나뭇잎 속 기억

 

나뭇잎 휘날리는 금강은 가을인데

마름초만 우거져 시름은 한이 없네

술에서 깨어 보니 친구는 멀리 가서

보고 싶은 생각만 다락에 가득차다.

-김정-

 

디지털 도서관, 새로운 기숙사, 편의시설, 신축 중인 건물. 교정의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학교의 명성에 맞추어 가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하러 지관에서 버스정류장으로 가고 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인관 앞을 지나고 있었다. 인관 정문 앞에 카니발 차 한대가 보였다. 갑자기 내 가슴 한 구석 잊혀진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기숙사가 깔끔하고 생활하기 편해보이네. 세탁기도 다 있고. 수영아 선배들한테 깎듯이 대하고 생활 잘 하그라. 아부지는 일 때문에 가봐야겠다.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하고.”

. 아부지 조심히 들어가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치워지지 않은 나뭇잎들 위로 봄의 기운을 받은 나무들은 겨울의 때깔을 벗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건물들이 위치했다. 설레었다. 설렘을 품고 1314호로 짐을 옮겼다. 문 옆에는 김수영,김선도, 그리고 XXX, XXX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 말씀이 떠올라 바로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08학번 수학과 지망생 김수영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저도 08학번이고 이름은 김선도에요. 같은 학번인데 말 편하게 해요.”

아 예.”, “너무 얼어 있어 보이는데, 긴장하지 마. 무슨 군대도 아니고.”, “,

고등학교 시절 학교 선배들을 생각해보면 어떻게 저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짐 정리를 마치자 선도는 나에게 기숙사에 전반적인 얘기를 해주었다. 통금시간, 식사시간 등을 해주며 룸메이트 얘기를 해주었다.

 

수영아, 기숙사 생활하면 룸메이트랑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더라. 너랑 잘 맞는 사람이랑 룸메이트 하면 최고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거든. 그러면 네가 그 사람한테 맞춰주는 게 속이 제일 편해. 룸메이트가 깨끗하게 사용하지 않는 선배라면, 네가 정리하라고 말을 할 수도 없잖아. 그러면 네가 힘들더라도 당분간 그 선배 몫까지 청소를 해 줘봐. 그러면 그 선배도 변할 것이야. 동기라면 좋게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 중요한 건, 요즘 하는 말로 쿨 해지는 거야.”

.. 그렇구나. 그런데 니는 대학생활 이미 해 본 사람 같노.”

실은 나 2년전에 다른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하다가 자퇴하고 재수해서 다시 입학했어.”

아 그럼 형님이시네요. 죄송해요. 08학번이면 친구인 줄 알았었고. 형이 말 놓으라고

그런 거 신경쓰지마. 나이만 많지 너보다 잘 난게 없어. 말 편하게 해.”

선도는 요즘 하는 말로 하였다. 그리고 좋은 룸메이트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도는 같은 룸메이트 형들과 생활을 잘 했었다. 밤늦게 게임하거나, 음악을 크게 듣거나, 방을 더럽게 쓰는 그런 문제가 있다면 융통성 있게 선배들과 대화하면서 고쳐나갔다. 이따금 4명 모두 나가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저는요. 앞으로 기계공학과 교수가 되고 싶어요. 기계를 보면 너무 기분이 좋아져요. 저것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지, 어떻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킬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저한테는 삶의 의미인 것 같아요.”

선도의 얘기를 들으며 그 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었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부끄러웠다. 아무것도 없었다. 대화는 무르익어갔다. 선도의 언변은 모든 선배들과 나의 시선을 이끌기에 충분했었다. 그런 선도를 보며 좋은 친구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2학기 기숙사생활을 할 때 선도 같은 룸메이트가 없으면 어떨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선도는 나의 생각을 꿰뚫고 있었던 것 같았다.

 

수영아, 너처럼 조용하고 숫기 없는 룸메이트는 처음 봤어. 그런데 나는 그게 너의 매력인 것 같아. 네가 가지고 있는 내성적인 성향이 침착하게 행동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이끌도록 하는 것 같아. 그래서 나는 그런 면을 닮으려고 하고 있어. 하지만 너는 내성적인 것이 고민일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미 네 얼굴에 다 써져 있거든. 그렇지만, 잊지마! 중요한 건 모든 사람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단점보다 장점을 보며 칭찬해주고 닮아가려고 해봐. 그러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잘 이어갈 수 있을 거야.”

2학기가 되어 새로운 룸메이트를 만났다. 생활하고 좋은 관계를 이끌어가는데 무리가 없었고 그로 인해 내 모습은 발전되었다. 선도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에 고맙다는 연락을 했다. 하지만 없는 번호였다. 같은 과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바뀐 번호는 알 수가 없었다. 들리는 얘기는 자퇴를 하고 유학준비를 한다는 것이었다.

 

‘62-1번 버스가 도착예정입니다.’ 버스에 올라탔다. 교정은 변하고 있지만, 선도에 대한 기억은 그대로였다. ‘이번 정류장은 풍림아파트입니다버스에서 내리니, 발 아래 나뭇잎이 수두룩했다. 갑자기 다시 그 때 기억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이렇게 만난 인연 다시 만날 것이라고 믿고 있어. 미래에 어느 시점일지는 모르지만, ‘어라, 2008년 성대 봉룡학사 인관 1314호에서 살았던 김수영 아니세요?’라고 하면서 말이지. 반드시 만날거야. 둘 다 멋진 사람이 되서 만나자. 그리고 인관 1314호 사람들을 안주 삼아 술 한잔 하자.”

흥에 겹던 술자리에서 선도의 마지막 말이었다.

 

인관 앞, 겨울 때를 지운 나무에서 풍성한 나뭇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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