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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최정규
번호 : 123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983

기숙사에 산다는 것

 

09년도 한 학기를 살고 다시 돌아온 기숙사 지관, 여전히 초록 건물은 높이 솟아 있고, 기숙사 식당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밥을 먹는다. 그렇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이제는 기숙사 경비아저씨에게 사생증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며, 매달 말 음료수와 바꾸지 못해 쓸 수 없어 버리게 된 식권도 없다. 그렇다. 점점 기숙사는 발전하는 중 이다.

그 당시 신관이 막 지어졌을 09년도 봄. 나는 신관보단 지관을 선택하게 되었다. 공대생이라면 누구나 효율적인 삶을 선택한다. 강의실과 가까운 거리. 수업 시작 5분 전까지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다가 일어나서 급하게 식당으로 뛰어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남자들끼리 산다는 건 나름대로 편한 구석이 많다. 그런 면에서 지관은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최고의 장소였다. 09년도 지금과 그다지 멀지 않다. 그 당시 지어졌던 신관은 각 방에 화장실과 세면실이 존재하는, 세련된 현대식 디자인의 건물이었다. 많은 학우들이 새로운 건물에 이끌려 신관으로 갈 때 나는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며 지관으로 들어왔다. 첫 기숙사 생활이었다. 타지에서 혼자 올라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첫 대학생활이 그랬다. 이곳, 저곳 자취방을 알아보며 율전동을 전전하였고, 집주인과 가격을 흥정하기도 했었다. 결국 비싼 가격에 반 지하 건물에서 살다 들어온 기숙사는 나에게 정말 편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부모님께서 짐을 풀어주시고 다시 내려가신 후, 혼자 누어있는 기숙사 방은 나에게는 하루 만에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다음 날 수업이 끝나고 방에 들어오니 룸메이트가 있었다. 처음으로 타인과 생활해야한다는 불안감이 나를 찾아왔다. 어떻게 친해져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어색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내 자리에 앉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내 표정이 너무 굳어있다 못해 근엄해 보여 웃겼다고 한다. 룸메이트는 한 학번도 아니고 두 학번도 아닌 04학번 선배였다. 전자 전기를 전공 중인 그 선배는 군대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때 나에게 군대는 꼭 가야하지만 가기는 싫은 곳이며, 그 당시 인생 최대의 고민거리였다. 그런 곳을 이 선배는 다녀왔다고 하니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자꾸 군대에 대해 물어보게 되며 룸메이트와 친해지게 되었다.

 

룸메이트 선배는 정말 친절했고 나에게 잘해주었다. 같이 기숙사 밥을 먹었고, 자주 야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보통 룸메이트 선배가 야식을 사줬다. 항상 늦잠을 자던 나를 아침에 수업가라며 깨워주는 룸메이트 형이 어린 마음에는 대단해 보였고 멋져보였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만 이런 저런 활동도 하며 매일 같이 운동을 하는 그 선배는 정말 내 생각에 이상적인 대학생활을 하며 보내는 사람이었다.

 

그런 선배와 생활해서였을까? 나도 나중에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고 지금 다시 지관으로 돌아왔다. 내심 바라던 후배와의 생활은 조금 즐겁다. 생활하는 시간이 달라서 밥은 같이 먹지 못하지만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었다. 나는 군대를 다녀온 후 어느새 아침 형 인간이 되어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고 있고, 룸메이트는 그 시절 나를 보는 듯 아침마다 늦잠이다. 자주 깨워놓고 수업에 가지만 몇 번 지각했다고 울상인 룸메이트가 가끔 귀엽기도 하다. 지금의 내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처음으로 만난 룸메이트 선배가 정말 나에게 잘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처럼 생활하지는 못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당시 좋은 선배를 만난 것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었고 내가 만약 지관이 아니었다면, 아니 그 전에 기숙사에 살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숙사에 들어 온 것은 나에게는 행운이며 큰 고마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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