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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아리
번호 : 119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873
 
 
 
 

나의 가족에게 바칩니다.

 

방황기 가득한 1학기 휴학을 맞히고 돌아온 학교는 여전히 같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나 자신이었다. 이제 취업, 스펙, 학점은 남의 일인 것 마냥 놀 수 있는 저학년이 아닌 졸업이 무서운 취준생(취업준비생) 3학년 선배인 나였다. 복학신청 버튼을 누르고 며칠을 기숙사 입사 건으로 꽤 오랜 시간을 고민 했었다. 이런 고민의 시간 끝에, 기숙사 입사 확정을 결정지은 이유는 단순히 두가지, 밥과 시간이었다. 이번 학기에는 인문사회캠퍼스의 수업이 다수 있었기 때문에 맛있어도 ‘일일 의무 2식’은 부담 아닌 부담으로 다가왔다. 식사를 거르는 날도 많은데, 이 값을 다 치르고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이 문득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 학기부터 0식부터 2식 내에서 식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감격에 겨워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 이유였던 시간. 이번 학기에는 ‘학점 4.5’, ‘학기 중 자격증 2개 취득’, ‘원어민과 프리토킹 ’의 목표를 가슴에 품으니, 통학 시간, 학원가는 시간,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지옥철과 버스를 타며 빼앗길 체력과 인내심을 생각하니, ‘현명한 자는 기숙사로’ 의 결론을 내렸다.

 

이런 벅찬 가슴을 품은 채, 기숙사 입사일이 되었다. 직접 바래다주셔야 마음이 편하겠다며 아빠는 이른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짐을 싣고 기숙사 앞까지 태워다 주셨다. 기숙사 생활 근 2년, 짐수레의 존재를 알고 있는 나는, 이른 아침에 경비실의 창문을 두드렸다. 검은 안경잡이 아저씨는 밝은 미소를 띄우시며 맞이해주셨고, 흔쾌히 짐수레를 빌려주셨다. 쓰러질 듯한 넘치는 짐을 끌고 기숙사 안을 들어가는데, 웬걸 바로 아저씨 옆방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일명 폐인의 모습으로 씻으러 갈 때, 밥 먹으러 갈 때는 어쩌지? 그래도 남자가 옆방에 사는 건 불편한데..’ 라는 생각에 아빠에게 귓속말로 아저씨의 옆방임을 살며시 이야기했더니, 남자 옆방에 사는 딸 걱정은 커녕 안전하겠다며 마음 놓고 아빠도 잘 수 있겠다 라는 얄미운 말만 하시고 돌아가시는 것 아닌가. 그런데, 아저씨는 남은 짐을 옮겨주시면서 ‘왜 아빠만 오셨냐’ , ‘옆방에 사는데 잘 지내보자’ 며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것 아닌가. 방금 전 까지 속으로 아저씨 옆방임을 원망한 내가 창피했다. 이렇게 안경잡이 아저씨와의 이웃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저씨 옆방생활 2달차. 지금은 아저씨가 아버지처럼 느껴진다. 너무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지만, 한 두마디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자상함이 집에 계시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곤 한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모두가 고향으로 떠나는 추석연휴에 기숙사는 아무도 없었고 정적과 고요함만이 흘렀다. 방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도 느껴지는 어색한 기운에 문득, 아무도 없는 기숙사를 지키는 아저씨는 어떠실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추석연휴에도 기숙사를 지켜주시는 아저씨에게 힘을 드리고파 내가 가지고 있는 음료, 과자와 함께 수고하시라는 말씀을 건네 드렸는데, 아저씨께서 너무 밝은 모습으로 웃어주시는 것 아닌가. 작은 음료하나가 아저씨와 많은 대화를 이끌었고, 많은 대화를 끝내고 들어온 방에는 더 이상의 어색한 기운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날 이후, 점점 더 아저씨의 관심이 부담이 아닌 배려로 다가왔고, 지금은 가족처럼 느껴진다. 기숙사 예관의 아버지.

 

기숙사의 아버지가 경비아저씨라면, 기숙사에서의 자매, 룸메이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기숙사를 들어오기 전, ‘왜 기숙사는 같은 학과끼리, 원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넣어주지 않는지’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숙사에 들어와서 또 다른 자매를 만나게 되면서 그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다른 과, 다른 학년, 다른 꿈을 가진 룸메이트이기에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로를 조심스럽게 대할 수 밖에 없지만, 점점 서로를 알게 되고, 같이 살 수 없으면 알 수 없는 습관들과 서로의 생활패턴에 익숙해진다. 신기한 점은 분명 잠자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처럼 생활습관이 달랐는데, 점점 더 비슷해지는 생활습관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의 룸메이트와 나는 2~3시에 잠들어 9~10시에 일어나는 패턴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아플 때는 서로를 걱정하며, 기쁠 때는 함께 기뻐해주며 지내다 헤어질 때는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떠나는 그 모든 순간들이 소설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같다.

 

기억에 남는 룸메이트와의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1년 2학기 기숙사 퇴사를 하는 날, 대부분의 학생들은 짐을 싸고, 택배를 부치고, 집에 빨리 가려고 정신이 없었다. 나의 눈에는 그 모습들이 기숙사 퇴사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방학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한 몸짓으로 보였다. 아침 일찍, 아버지의 차에 짐을 실어 보낸 나는 아쉬운 마음에 기숙사 방에 있는데, 충청남도에 사는 룸메이트의 당황스러운 모습이 보였다. 그 이유는 택배 박스를 미리 구매하지 못해 짐을 쌀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길로 룸메이트와 나는 학교 주변에 있는 약국, 세탁소, 슈퍼, 모든 가게에 들러 어렵게 박스를 구해, 짐을 싸서 마지막 택배차에 짐을 부쳤다. 짐을 부친 뒤, 우리는 서로의 집으로 바삐 떠난 다른 방의 룸메이트들과 달리, 여유롭게 식사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기숙사란, 단순히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닌, 가족과 함께 사는 집과 같은 곳이다. 우리를 지켜주시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달려와주시는 든든한 아버지, 경비아저씨가 있으며, 희노애락에 함께하는 나의 자매, 룸메이트가 있다. 이 기회를 삼아, 나의 아버지, 나의 언니에게 감사의 마음과 사랑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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