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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임다예슬
번호 : 116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2148

진심을 통해 넘은 마음의 국경

 

2011년 여름방학, 나는 한창 석사생활을 적응해가면서 학생과 사회인 사이 애매한 위치인 대학원생으로서 심리적으로 불안한상태어쩌고. 그때 신관에서 의관으로 방을 옮기게 되었다. 학부때는 한번도 들어갈 수 없었던 곳. 룸메이트에 대한 기대반 우려 반으로 방문을 열었는데, 책장에 중국어로 된 한국어교본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해외여행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나는 걱정이 먼저 밀려왔다. 기숙사생활은 오래 했었지만, 룸메이트와 문화의 벽을 과연 깨지 않고 원만하게 살 수 있을까.. 의사소통이 잘 안될텐데 문제해결은 어떻게 해야하나..각종 걱정이 머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날 저녁, 연구실에서 돌아온 룸메이트를 처음 만났다. 소박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들어온 룸메이트에게 어색하게 영어로 인사를 건네었다. 룸메이트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였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친절하게 한국어로 대답해 주었다. 그렇게 룸메이트 언니와의 기숙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면서 관찰했다. 나는 조심조심 알아갔지만, 룸메이트 언니는 나보다 훨씬 빠르게 마음을 열고 나를 대해주었다. 이제까지 내국인 룸메이트를 만났을 때에는 단체생활의 특성상 센스 있게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마음을 열고 친구처럼 대하지는 못했었는데, 먼저 마음을 연 언니에게는 정말 친구로서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어눌한 한국말이지만 밤마다 서로의 생활, 서로 살아왔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비록 전공은 달랐지만 함께 하는 대학원 생활에 대해 연구실에서의 고충을 나누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조언해주었다. 어느 새 룸메이트 언니는 내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있었다. 비록 다른 국적을 가졌고, 다른 문화권에서 20년 넘게 살아왔지만 진심으로 만날 때, 우리는 서로에게 정말 유익하고 의지가 되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룸메이트 언니의 한국어능력시험 준비를 도왔고, 나는 언니에게 중국어를 배울 수 있었다. 원어민에게 중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꿈만 같았고, 우리는 서로 가르쳐주기를 귀찮아하기는커녕 매우 기뻐했다.

 

국제적으로 문제가 있는 민감한 시기에는 사실 우려가 많이 되었다. 혹여나 내가 언니에게, 혹은 언니가 나에게 상처를 입힐까봐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역시 진심이 통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민족주의를 버리고 서로 국가 정세에 대해 알려주고 의견을 나누고, 중국인은 어떤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24년 평생을 한국에서만 살아왔던 나로서는, 나의 작은 세계관을 활짝 열수 있게 해준, 매우 유익한 대화였다.

 

학기가 거듭할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가족과 같이 친해졌지만, 절대로 배려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정말 편안한 관계인만큼 더 조심하고, 더 배려했다. 문제점이 있으면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해도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감정이 쌓이기 전에 그때그때 해결하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말을 맞이하게 되었고, 유학생 신분으로서 가족과 떨어져 지낸지 오래이지만 연말이 되어도 연구실 업무로 가족과 만날 수 없는 룸메이트 언니가 마음에 걸렸다. 언니는 괜찮다고 했지만, 이미 서로 가족 같은 사이인데, 무언가 즐거운 추억을 연말에 만들어보고 싶었다. 평상시에 부모님께 룸메이트 이야기를 많이 드렸었던 나는, 크리스마스 때 우리 집으로 언니를 초대했다. 언니는 처음 와보는 한국인 가정에서 함께 식사도 하고,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크리스마스 케이크 커팅도 함께 하였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같이 교회에 가서 크리스마스 행사도 참가해보았다. 크리스마스 내내, 마치 우리 집에 친언니 하나가 더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어떤 때보다 즐겁고 따스한 크리스마스였다. 비록 크리스마스 저녁에는 연구실 일로 속히 기숙사로 돌아와야 했지만, 그 마저도 함께 즐거운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이후로 우린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지금은 언니의 한국어 실력도 훨씬 늘었고, 재밌는 농담도 주고받는다. 비록 학기 중이라 룸메이트인데도 불구하고 아침에 잠깐, 밤에 잠깐 얼굴을 보는 것이 전부이지만 간간히 만나면서 서로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언니와의 만남은 나의 대학원 생활에서 잊지 못할 특별한 선물이었다. 우리는 석사 4학기를 바쁘게 지내오면서 졸업과 진로문제의 불확실성 가운데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든든히 의지할 수 있어 많은 위로를 받는다. 졸업과 함께 우리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겠지만, 정말 아쉽지 않게 서로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싶다.

 

연구실 때문에 기숙사생활을 해야 했지만, 기숙사가 아니었다면 평생 이런 경험을 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단체생활 가운데 때로는 잘 맞지 않고, 살아온 생활방식의 차이에 어려움을 겪는 사생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룸메이트 언니와의 생활에서 느낀 것은, 그런 것은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멀리서 마음도 열지 않은 채 눈치만 보는 그런 룸메이트 사이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소신 있게 대화하고 기쁘게 양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가간다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좋은 생활의 동반자로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귀중한 경험을 하게 해준 봉룡학사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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