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닫기
통합검색
 

최고의 인재를 위한 안식처 성균관대학교 기숙사

COMMUNITY

  • home
  • 커뮤니티
  •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커뮤니티

과거수상작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글의 상세 화면
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최보락
번호 : 114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909

룸메이트 복, 불복, 그리고 복

201231, 길었던 군휴학 기간을 마치고 오랜만에 학교에 발을 들였다. 집에서 떠나 모르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는건 어느정도는 군대가 떠오르는 상황이기도 했다. 물론 완전히 다르지만. 룸메는 11학번이었고 전공은 다구였다. 우스갯소리지만 어떤 룸메를 만나는지는 복불복이라는 말이 있다. 내 생활습관과 잘 맞는 룸메가 복이겠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불복이라 하겠다. 내 생각은 기숙사는 편히 쉬는 공간이라 생각했기에 필요 이상의 대화는 귀찮게 생각하는 상황이었다. 그에 알맞게 이번 룸메는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니어서 서로 대화가 많지 않았고 필요한 정도의 말만 주고받으며 서로의 공간을 존중해주며 지내기 시작했다. 흔히 군대를 제대한지 얼마 안지난 사람들은 병장시절의 권위적인 모습을 지우지 못해 눈총을 받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난 그런 말을 듣기도 싫었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 또한 싫었기에, 항상 신경쓰며 지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갈 무렵, 방은 점점 더러워지고 있었다. 서로만 편한데로 살다보니 청소를 별로 즐기지 않아보이던 룸메 공간은 먼지가 쌓여가고 잘 정리도 안되는 모습이었다. 덩달아 내가 사는 공간도 더러워지는 것은 마찬가지. 2009년 첫 기숙사 생활 하던 때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 때는 분명 바닥에 먼지가 쌓이는 일이나 샤워실에 머리카락이 뭉쳐있는 모습은 못봤었다. 그 때는 방이 더러워진다는건 아예 몰랐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곰곰이 기억을 떠올려 봤다.

당시 룸메형은 지금의 나와 비슷한 처지인 얼마전에 제대한 05학번 복학생 형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토익 인강을 듣고 아침밥 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나가고 자정쯤에는 잠을 자던 바른생활 사나이였다. 그 때도 청소에 관해서 서로의 대화가 없긴 했지만, 쓰레기통 정도는 내 기준으로 어느정도 이상이 차오르면 버리는 것으로 생각하며 지냈다. 하지만 늘 내가 생각한 양의 쓰레기가 차기 전 쓰레기통은 깨끗이 비워있었고, 어떤 날은 형 혼자 빗자루로 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건조대를 룸메형 것으로 함께 쓰고 있었는데, 내 빨래가 널려있어서 그랬는지 친구에게 하나를 더 빌려와서 자기 빨래를 그 곳에 널기도 했을 정도로 날 배려해주는 형이었다. 그때 당시, 난 주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다니곤 했다. “나도 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늘 룸메형이 한발 앞서서 청소를 하시더라구. 덕분에 방이 내가 별로 할 거 없이 깨끗해.”이걸 자랑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내 기준보다 한발 앞서 청소하던 형을 위해 내가 나의 청소시점 기준을 앞당기는 것이 아닌, 그냥 내가 판단할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 것이 내 사고의 전부였다.

즉 내가 더러움을 인식하기 전에 룸메형이 청소를 모두 했기 때문에 방이 더러워진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에 비해 내 모습은 어떠한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매일매일 하던 청소를 게을리하며 멀리했고 책상에 물건도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순간 나태해진 내 모습을 반성하며 일정한 기간을 두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 때 룸메형처럼, 지금의 내 룸메에게 같이 청소를 하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권위적인 모습이 다시 나올까 두려워 그냥 혼자 묵묵히 청소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 때 형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은 많은점이 닮아 있었다. 후배 룸메이트를 대신해 청소를 도맡아 하면서도, 아무 불평 없고 룸메와 사소한 일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앞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었다. 이게 옳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어떻게 보면 잘못된 것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룸메에게 아무 말 안하고 혼자 일을 처리하면 그 룸메는 생활이 그 때 당시에는 편한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를 보면 그게 맞는 방법이 아니다. 사회에 나가기 전, 그리고 그에 앞서서 군대에 가기 전,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비록 21실이지만 단체생활이라면 단체생활이다. 미리 사소한 곳부터 알려주고 배우다 보면 분명 도움이 될 날이 오리라 판단이 되었고, 룸메에게도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대화가 적어서 약간 어색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이래저래 차분하게 대화하다보니 못느꼈던 부분이어서 그랬다며 지적에 감사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리고 대화가 이어지다보니 프로야구를 좋아한다는 공감대까지 찾아내게 되어 기숙사 생활에 좀 더 활력이 도는 계기로 발전까지 했다. 1학기가 끝나고 바로 군입대 예정인 룸메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군생활 조언도 해주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시작이었다.

속에만 담아두고 조금만 더 시간이 흘렀다면 좋은 목소리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처음에야 그냥 내 속이 편하고자 혼자했던 거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후배 룸메에게도 결코 편하지만은 않은 방법이고 후에 더 큰 손해로 돌아올 것이기에 서로에게 윈윈인 결과를 이끌어내었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잘못된 화법으로 이런 사소한 일이 쌓이고 쌓여 한 순간에 터지게 되어 한학기 내내 서로 불편하게 지내게 되는 경우도 봤는데, 비싼 돈내고 편하게 지내려는 기숙사를 일부러 가시밭으로 만들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불만이 생기면 바로바로 말할 수 있는 사이, 기숙사 생활 시작부터 대화가 많이 오고간다면 나와같은 고민의 시기도 없을 것이고, 단체생활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는 것이 첫째로 좋은 일이고 한학기동안 같은 공간에서 지내며 정말 친해지는 좋은 사람을 얻어가는 것이 둘째로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판의 이전글 다음글
다음글 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이무연 2012-11-23
이전글 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병철 201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