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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병철
번호 : 113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2126

마음 맞는 사람? 다른 사람에 맞춰 가는 삶!

 

올해는 나의 마지막 학기다. 취업준비를 앞두고 자취를 할지 기숙사에 입사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였다. 기숙사를 살면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성격이 맞지 않는 룸메이트하고 한 학기 생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취하면 제때 밥을 해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생활을 해 온 나는 성격이 맞지 않는 룸메이트와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기술을 터득했기 때문에 나의 마지막 학기를 지관에서 보내기로 결심하였다.

 

기차를 타고 학교에 올라와서 경비아저씨에게 방 키를 받고 내 이름 옆에 싸인을 하면서 내 방 룸메이트 이름과 학과를 보게 되었다. 이런.....공학계열이네? 4학년인 나는 1학년과 같이 기숙사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싸인하고 내 방으로 올라가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다. ‘내가 1학년 때도 4학년하고는 배정받지 않았는데 나는 왜 이러지..’ ‘원래 4학년하고 1학년을 잘 안 배정해주지 않나..?’ ‘1학년인 룸메이트가 매일 술먹고 늦게 들어오고 밤에 안 자고 게임하고 놀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방에 오니 룸메이트의 짐은 정리가 되어있었으나 방에는 없었다. 역시나 오늘부터 술마시러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쯤 후에 와서 인사를 주고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간단하게 술을 마신거 같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나의 마지막 학기가 평탄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룸메이트(이하 A라고 칭함)가 처음 술을 먹고 들어온 날이 기억난다. 1시 즈음이었는데 나는 살짝 잠이 들어 있었다. 잠귀가 밝은 편이라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살짝 잠이 깨었다. 그런데 이 A가 하는 행동이 참 귀여웠다. 지관 기숙사에는 형광등하나와 백열등하나가 설치되어 있다. 밤에 늦게 들어오면 보통 백열등을 켜서 잘 준비를 하곤 하는데 이 A는 내가 잠이 깰 까봐 아무것도 안 켜고 왔다갔다 거리고 있었다. 술을 마셔서인지 여기저기 부딪히는 소리도 났다. 나는 원래 안 깬 척 하려고 하다가 안쓰러워 보여서 백열등 키고 옷 갈아 입으라고 얘기를 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A, 죄송합니다.”를 연신 말했다. 나는 사실 잠귀는 밝지만 곧바로 잠드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크게 상관이 없었고 오히려 우리 사이가 이 정도 서먹한 사이밖에 안 되나보다 하고 반성을 했다.

 

그 때가 한창 자기소개서를 쓰고 제출하던 시기인지라 A하고는 밖에서 저녁 한 번 같이 먹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항상 밥 먹을 때마다 A를 데리고 다녔다. 그리고 기숙사 매점에 자주 들러서 맛있는 것을 사 먹이곤 하였다.

 

한 번은 A가 아침에 늦게 일어난 적이 있었다. A는 후딱 씻고 일반화학실험을 하러 급하게 나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A가 나한테 휴대폰을 방에 놔두고 나왔다고 말했다. 나는 지하에서 프린트할 게 있어서 프린트하고 다시 방으로 왔다. A의 책상 위에 휴대폰이 놓여 있었다. 어차피 도서관에 반납할 책이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갖다 주기로 했다. 내가 제대하고 화학관이 새로 생겼기 때문에 나는 일반화학실험실이 당연히 그 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화학관을 다 돌아다녔지만 일반화학실험실은 없었다.

 

결국 예전에 내가 실험했었던 송천강의실 옆 일반화학실험실을 찾았다. 그곳에 A가 있었다! 어찌나 반갑든지.. 실험복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6년 전 내 모습이 생각나는 듯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왜 휴대폰을 갖다주려고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그 사이에 정이 많이 들었고 무슨 일을 해도 내 눈에는 덤벙대 보이는 A가 나는 많이 챙겨주고 싶었나 보다.

 

며칠 전에는 학교 근처 이마트에 간 적이 있다. A가 이마트에 간 적이 없다고 그래서 산책삼아서 가 보기로 했다. 내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고 했던 탓인지 A는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나는 이것을 이마트에 반쯤이나 와서 발견했고 이미 돌아가기엔 늦었다. 이마트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먹을거리 몇 개를 사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추운 밤에 슬리퍼를 신고 고생했을 A한테 참 미안했다. 하지만 내색도 하지 않는 A가 너무 기특했다. 다른 1학년 같았으면 발이 아프다고, 형이 가까이에 있다고 한 탓이라고 했을 법한데 말이다. 물론 다른 1학년하고 이마트까지 갈 일도 없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A를 통해서 많이 배우고 있다. 나도 대학교에서는 나이가 제법 많기 때문에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갓 스무살인 A에게서도 어른스러움이 보이곤 하는 것이다. 역시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는 것 같다.

 

A는 집에서 맏이고 나는 집에서 동생이다. 여러모로 나는 형 노릇하기에 부족하고 A는 동생 노릇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숙사에서 서로가 집에서 못 해본 형 노릇, 동생 노릇을 하고 있다. 마음 맞는 사람하고 같이 산다는 건 참으로 이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음 맞는 사람하고만 살 수가 있을까?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기숙사생활을 해 왔다. 그 동안에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친한 친구이지만 코를 심하게 고는 친구도 있었고 밤마다 게임을 하던 룸메이트도 있었다. 기숙사 생활을 많이 해 본 사람으로써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이런 생각이 든다.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서 같이 살아갈 게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 마음에 맞추는 것은 어떨까.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서로가 마음을 조금만 연다면 행복한 사회가 될 것 같다. 나는 마지막 학기에 사람을 대하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우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A와 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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