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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정세현
번호 : 112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909

흔한 여대생의 흔한 기숙사 생활

 

내가 봉룡학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입학 전 학교 OT 때 이다. 1박을 지관에서 처음 만난 친구들과 같은 건물을 공유하며 잔다는 것은 나에게 야영장과 비슷한 그러한 긴장감을 주었고 그날 밤 지하 1층 매점에서 먹은 야식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 후 1학년 여름 방학 부터 나는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08년도 방학 때에는 남학생 여학생 관계없이 지관을 같이 사용했다. 식권제도가 바뀌기 전이라서 남은 식권으로 우유와 음료종류로 바꿀 수 있었는데 일학년 이였던 나는 식권을 사용할 기회가 잘 없었고 당연히 그 식권들은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과수원으로, 혹은 때때로 우유로, 바뀌어 나의 간식으로 내 위장을 보충해 주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기숙사 밥을 먹었을 때,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특히 아침메뉴에 나오는 숭늉은 아직까지도 나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메뉴이다.

 

기숙사 생활은 단체생활이다 보니 생기는 자잘한 에피소드가 참 많다.

우선 예관에서 생활하는 동안은 아침 샤워 실에도, 출근길 성수교, 잠실교, 천호교 등 못지 않은 러시아워(rush hour)가 있다. 말하기에 앞서 신관과 달리 예관 샤워시설은 지관과 비슷한 공동 샤워실임을 밝혀 둔다. 본론으로 들어가 일반적인 여대생들의 아침 1교시 수업을 위한 투쟁은 만만치가 않다. 1교시 수업을 하는 학우들이 많은 것인지, 수업 무관하게 성실이 몸에 배겨 있어 일정한 시간에 씻고 나가는 학우들이 많아서 인지 이미 꽉 찬 샤워장 앞에 순서 맡아 두겠다고 놔두고 간 목욕 바구니도 벌써 꽤 있다. 맞은편 화장실 편에서는 이미 다 씻고 머리를 말리고 있는 한 발 앞선 학우들의 모습도 보인다. 난 이유는 모르겠지만 놓여 진 목욕바구니를 기억하면 그 모습이 너무 정겨워서 슬며시 웃음이 난다. 자취생활을 하면서는 하루 일과가 제멋대로였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는 다른 학생들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에서 자극을 받는 그런 효과도 있었다.

 

급식 시간 마찬가지이다. 기숙사 생활에는 급식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수업이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끝나서 급식시간 몇 분 남기지 않은 경우라던가 밥 먹을 시간이 충분히 없이 수업이 있는 경우 등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 시간에 항상 맞추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 경우에도 나는 굶는 것이 싫다고 뛰어가서 식판을 잡으면 이제 막 배식판을 정리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들도 가끔은 도끼눈으로 앞으로 일찍 다녀 라는 소리를 하시면서도 푸근하게 밥은 많이 주신다. 기숙사 특유의 그런 자잘한 재미와 추억들을 곱씹어 보면 사소하지만 재밌었다고, 경험해 본 사람들은 서로 동감할 것이다. 이번학기 복학을 하여 바뀐 급식제도에도 놀랐고, 시험기간에 한번 더 놀랐다. 식권이 비사생에게도 판매가 되기 시작하면서 시험기간 식사시간에 학생들이 엄청 몰렸다. 그 전에 신관뿐만 아니라 의관에서 급식할 때도 황금타임(?)에는 학생들이 잘 몰려들어서 배식 받는데 줄이 길게 이어져 있는 풍경을 자주 보았지만 이번학기는 깜짝 놀랐다. 더 신기했던 것은 줄은 길었는데 대기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보다 어려움 없이 배식 받으면서 이런 것이 예비역 친구들에게 듣던 흡사 전투배식이란 것인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

 

중고등 학창시절에 두발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컸다면, 대학교 들어와서는 통금이라는 새장으로부터의 탈출을 갈망하였지만, 막상 지나서, 졸업 1년을 남기고 생각해 보면 그러한 절제(?) 규제(?)가 있었기에 더욱더 재미있었던 추억거리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우선 자정 넘어 1시가 되기 전 솔로들을 울리는 예관 앞 커플들의 애정행각은 이미 누군가가 대자보로 경고장을 부쳤을 만큼 공공연한 하나의 현상(?)이 되어 버렸고, 친구들과 놀다가 50분쯤 슬슬 엉덩이 먼지를 털며 일어나 58분쯤에는 쪽문을 통과해서 기숙사를 향해 뛰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마치 예전 모 드링킹 광고 지킬 건 지킨다의 주연이 되어버린 듯 한 착각도 들게 만들었다. 한번은 시험이 끝나고 친구와 함께 태백산 일출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청량리에서 인천행 지하철을 타고 피곤한 몸을 주체하지 못한 체, 잠이 들어 버렸다. 잠이 들어 버렸으니 당연히 구로에서 갈아타지 못했고, 이미 날은 어둑하다 못해 깜깜해지고, 우리가 정신 차리고 내린 역은 온수역 이였다. 우리가 탄 것이 막차였기에 다시 기숙사로 돌아갈 방법은 없었을 뿐더러, 버스가 설사 있다 하더라도 1시까지 도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슬아슬 했기에, 그런 모험을 감수 하기에는 우리는 소금물에 하루죙일 불린 배추와 같은 상태였기에 주머니 탈탈 털기로 결심했다. 그리곤 택시운전기사님과 샤바샤바 합의를 잘 본 후에 밤거리를 도로의 무법자처럼 달려서 1시 되기 1-2분전 쪽문을 통과해 방으로 들어와 씻지도 않고 뻗었던 적이 있다. 통금이 없었다면 그때 내가 무엇을 했을까? 그냥 찜질방 가서 잤더라도 이렇게 까지 땀에 젖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나는 원치 않게 화장실 셔틀노릇을 자주 했다. 지금 동기들이 이미 다 졸업한 후라서, 혼자남아 그런지 가끔은 이제 급할 때 나를 찾아주는 친구가 없어서, 또 더군다나 신관이라서, 씁쓸한 한편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생각해보면 너무 웃기고 재밌다. 모든 일은 물론 예관에서 벌어진 일화들이다.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자기 볼일 실컷 보고, 들어갈 때 급히 들어갔는지 다급하게 나에게 전화를 했다. 휴지 좀 들고 몇 층 화장실 몇 번째 칸에 있으니 그쪽으로 와달라고. 나는 아무 말 없이 화장지를 들고 간다. 그리고 친구가 있는 칸으로 슬며시 넣어 준다. 소위 말하는 빵셔틀이란 단어들은 학창시절 들어봤어도, 이런 화장지 셔틀이 있는지는 기숙사 생활하기 전 상상도 못했다. 그것도 한 두 번이면 몰라도 휴학 전 동기들과 함께한 시간동안은 적어도 한 학기에 2-3번은 휴지 나르러 다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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