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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도희
번호 : 108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927

잠버릇과 이해

 

나는 잠버릇이 매우 심하다. 어릴 때부터 잠 버릇이 엄청나서 엄마가 내 옆에서 주무시지 않으려고 할 정도로. 이불 위에서 360도 도는가 하면 이상한 꿈을 꾸면서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요새는 잠버릇도 철이 좀 들었는지 예전 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남들보단 심하다. 나는 집을 떠나 살아 본 적이 없는데, 가족들이야 나의 잠버릇에 대해서 매우 잘 알기 때문에 아주 이상한 잠버릇이 아니면 나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잠버릇에 대해 큰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을 먼 타지로 와 버렸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집에서 살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내 첫 룸메이트는 나랑 나이차이가 꽤 나는 언니였다. 언니는 주로 밤에 방에서 공부를 하는 타입이라고 하셨다. 같이 잔다면 모를 수도 있지만 밤에 깨어 있으니 나의 잠버릇이 언니에게 관찰 되고 있었다. 한 두어 달 간은 아무 일이 없었다. 언니랑 별로 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말을 하기가 언니에겐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씩 친해지다가 어느 날 언니가 나의 잠버릇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다. 들어보니 아주 웃겼다. 대자로 뻗어 자면서 배를 긁기도 하고 웅얼웅얼 혼자 잠꼬대를 하기도 하고 새벽 4시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 비몽사몽으로 언니..몇시에요?”하고 물어서 언니를 놀래키기도 한다고 하셨다. 모두다 웃기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제일 가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성균관 대학교 봉룡 학사는 겨울에 공기를 데우는 난방방식을 사용한다. 쉽게 말하면 히터. 여자들은 히터를 가급적 피하고 싶어한다. 왜냐면 매우 건조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밖에 칼 바람이 부는 겨울에 어찌 맨공기로 잘수있을까. 우리는 히터를 사용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잘 자고 있었다. 때가 겨울인지라 나는 감기에 들었고 코는 답답하게 꽉 막혀있었다. 코가 막혔으니 숨은 입으로 쉬면서 자고 있는데 히터로 방은 건조하지 입은 열려있지 당연히 입이 바싹바싹 마르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나의 꿈은 시작 되었다. 꿈 속에서 나는 매우 목이 마른 사람이었다. 입안과 혀는 물론이고 목구멍 깊은 곳까지 바싹바싹 말라있는. 너무 목이 말라 2리터 짜리 페트병을 입에다가 그대로 콸콸콸 부어 넣는데도 목이 적셔지지를 않았다. 너무 괴로워서 눈물을 흘리며 계속 물을 넣는데 소용이 없었다. 당연한 얘기다. 꿈이니까. 꿈에서 물을 마시는데 목이 적셔질 리가 없다. 괴로워서 몸서리 치다가 잠에서 딱 깼다. 깨보니 현실을 깨닫게 되었고 나는 머리맡에 둔 물병을 들고 벌떡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갔다. 내 머리 속엔 휴게실의 정수기 밖에 없었다. 물을 한 가득 떠서 벌컥벌컥 마시니 굉장히 상쾌하고 개운했다. 내가 한 멍청한 짓을 생각하며 방으로 돌아왔는데 룸메이트 언니가 딱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너 어디 갔다 왔니?” 살짝 무서운 소리였다. “물 마시고 왔는데요..” 그러니 그 때서야 룸메이트 언니가 안도를 하시는 것이였다. 들어보니 룸메이트 언니는 내가 평소에도 잠버릇이 심한 것을 알고 계셨는데 자다가 애가 벌떡 일어나 갑자기 밖으로 나가니 몽유병인줄 아셨단다. 생각해보면 잘 자던 애가 갑자기 일어나서 홱 물통을 낚아채고는 문쪽으로 홀린듯이 나가니 어느 누가 무섭지 않겠는가. 룸메이트 언니는 내가 5분이내로도 돌아오지 않으면 찾으러 나갈 생각이셨단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니. 나는 웃기기도 하고 머쓱 하기도 해서 꿈이야기를해드렸다. 이 사건은 이렇게 웃으며 마무리 되었다.

 

지금 생각 해보면 룸메이트 언니에게 매우 감사하다. 공부도 바쁘신데 내가 잠버릇으로 중간 중간 집중을 깨뜨리니. 사실 내가 코도 가끔 곤다. 한번 골 때는 진짜 시끄럽게 곤다. 언니께서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실 때 옆에서 시끄럽게 코 골며 자는 것은 분명히 신경을 긁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언니는 항상 그저 웃기다는 듯이 이야기 해주시고 괜찮다고 해주셨다. 다른 행동이면 고쳤을 텐데 잠버릇은 내가 어찌 할 수 없으니 한 학기 내내 그랬을 텐데도 한번도 불평하신 적이없다. 나는 언니에게 매우 감사하다. 기숙사의 룸메이트는 랜덤으로 골라진다. 그 룸메이트는 내가아니다. 그러니 어떻게 나와 일치할 수가 있겠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주 개념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가 인정해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잠버릇에 너그러웠던 룸메이트 언니처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항상 남들에게 불평하는 룸메이트들이 있다. 그런 룸메이트는 결국 자기가 나가버린다. 편하게 기숙사에 사는 것을 스스로 놓치는 셈이다. 혹시 룸메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왠만한 것들은 다 참아주는 것이 어떨까. 룸메이트도 나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분명 존재할 테니 말이다. 서로가 인정해 주면 즐겁게 한학기를 보낼 수 있다. 일학기처럼 또 지금 이학기처럼 나는 앞으로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즐거운 봉룡학사 생활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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