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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오염목
번호 : 103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880

내 20대의 시작과 끝, 지관.

 

2006년 스무 살, 이제 더 이상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지관에 입사하였다. 처음 해보는 기숙사 생활 이였기에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배정받은 방문을 여니 언뜻 보기에 나보다 서너 살 많아 보이는 사람이 먼저 와 있었다. 나보다 훨씬 어른 같고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그 친구와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눈 뒤 나는 그 친구가 나와 같이 자연과학부에 입학한 동갑의 친구임을 알게 되었고 또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친구는 모든 게 뿌옇게 보이고 한 뼘 이네 거리가 아니고서는 책도 읽을 수 없다며 웃었다.

 

하루, 이틀, 한 달……. 시간이 지나가면서 나는 무척이나 충격을 받았다. 친구는 벌써 스포츠 마사지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벌어 동생 용돈까지 자신이 해결하고 있었고 입학 시에도 장학금을 받았을 뿐 아니라 매일 도서관에서 공부와 과제를 하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었다. 자신은 점점 눈이 더 안 좋아지고 있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나에게 말하는 이 친구는 겉모습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나보다 훨씬 어른이었다.

 

그 당시 나는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도저히 어떠한 진로와 무슨 공부를 하며 어떻게 하면서 재밌고 의미 있게 살아야하는지 전혀 몰랐기에 하고픈 것도 그리고 또 되고픈 것도 없었다. 그러던 중 이 친구와 지내며 그가 읽은 책, 영화, 음악을 매일 매일 섭취했다. 또한 과제와 수업을 안 나가는 한이 있어도 매일 한편의 영화는 보고 일주일에 두세 권의 책은 읽었다. 책을 읽고, 또 영화를 본 후 친구와 매일 새벽 우리의 인생과 사랑과 진로와, 한국 사회와 교육과정과 문화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잠들면서 한 학기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학기도 그 친구가 도우미로 나를 신청해줘서 우리는 같은 방을 쓸 수 있었다. 밥을 먹을 때 매일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라고 식당 아주머니께 인사하며 밥을 받았다. 또, 남들은 다 세면대에 발을 올려놓고 발을 닦아도 친구는 샤워장까지 가서 씻고, 퇴사할 때 방을 깨끗이 쓸고 나오는 그를 통해 나도 점점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과외도 시작하면서 생활비도 벌고, 장학금도 받으면서 친구와 함께한 일 년이 끝났다. 그 후 친구는 2학년은 경제학과로 복수전공하면서 다니기로 하여 기숙사생활을 끝냈고 나는 동아리 회장을 하며 바쁜 2학년을 마쳤다. 그 후 나는 조금 더 치열하게 군 생활을 하고 싶어 해병대를 다녀왔다. 힘들고 외로웠던 군 시절, 나는 내가 지관에서 그 친구와 생활을 했던 나날들을 떠올리며 그 시절이 얼마나 천국 같은 날 들이였는지 그리고 또 공부를 할 수 있을게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생각을 했고 제대 후 약대 입시를 준비하며 다시 성균관대 약학대학으로 돌아와 지관에서 생활하기를 꿈꿨다. 다행히 다시 지관으로 돌아와서 아직도 매 학기마다 새로운 룸메이트를 만나면서 많이 친해질 때도 그리고 조금 덜 친해질 때도 있지만 한 학기마다 이렇게 한 명씩 알아 가는 게 무척 기쁘다.

내가 지관에서 20대의 시작을 겪으며 성숙해왔고 아직 졸업까지 남은 시간들을 지관에서 보내며 더욱 성숙하며 나의 후회 없는 20대로 보내고 싶다. 그리고 또 내가 이곳에 있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을 다시 조금씩 갚고 싶다. 오랫동안 해왔던 운동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지관에서 가르쳐주면서 사람들과 같이 운동을 하고 있고 또 앞으로 만나게 될 룸메이트에게 나 또한 하나의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고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청소하시는 어머님께 감사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고, 기숙사 식당대해서도 편리하고 너무나도 맛있다고 그리고 또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 때 시각장애인 친구를 통해 감사함을 배웠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졸업을 하고 국가고시를 치루고 있는 친구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글을 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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