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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조건철
번호 : 100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676

선물 받은 고향

 

다시 떠오른 기억

어이 이봐목소리의 주인은 날 다급하게 붙잡고 싶음이 확실했다. 돌아본 그곳에 다부진 체격에 장난기 가득한 그가 서 있었다. “오랜만이지 ㅋㅋ" 선배 A였다. 철없던 1학년 인관에서 같은 방을 쓰던, 해병대를 나왔다던 그 선배였다.

여전히 키득거리며 음료수를 사주겠다던 그 형은 편의점 점원의 이천팔백원입니다.”를 들언척도 않고 대뜸 지갑에서 낡은 종이 한 장을 꺼내들며 씨익 웃었다. “기억 나냐? ㅋㅎㅎ그래 이제 기억난다. 07년 그해 더워지려고 하던 6월 헤어짐이 아쉽던 내가 정성껏 써준 작별카드였다. 그걸 6년 동안 지갑에 넣어 다녔다니! 나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넉 달 남짓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짧은 감상에 빠져 고향을 선물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개하겠다. 나의 선물 받은 고향 봉룡학사다.

 

낯선 곳에서의 시작

언제나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은 그러한 것일까? 별다른 선택지 없이 그리 내키지 않는 기숙사 입사에서 기대할 것은 없어 보였다. 방해받지 않고 싶었던 어린 나에게 4인실은 달갑지 않았다. 동갑내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룸메이트 RP는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늦게 들어오기 일쑤였고 찾아가지 않고 널브러진 빨래는 눅눅하게 방안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결국 정리정돈과 청소는 방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었던 나의 몫이 되었고 늦게 잠드는 RP를 아침에 깨워 아침식사시간을 챙기는 것도 나의 일과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불편함은 잠시였다. 타지에서 홀로 생활해야 했던 우리들은 생활의 리듬 속에 점점 동화되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누군가 방을 잘 정돈해 두면 모르는 사이 다른 누군가가 바닥청소를 깨끗이 해 두었다. 아침을 거르는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는 사이 침대머리맡에 우유가 배달되어 있었다. 항상 재치 있고 유쾌한 A선배는 PR과 나 모두 서먹함 없이 잘 어울릴 수 있게 온화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서로의 따뜻한 배려를 느끼게 된 순간 나는 나의 룸메이트들이 나의 형처럼 혹은 동생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우리는 한학기동안 거의 매일 두 끼 식사를 함께 했고 우리 모두 식당에 갈 때면 식당 아주머니들께서는 애정가득한 눈으로, 다른 사생들은 놀라움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보다 한해 먼저 대학생활을 시작했던 P가 군대를 가야할 시간이 다가올 때였다. P의 무사한 군 생활을 기원하며 작은 케이크를 두고 둘러앉았을 때 나는 깨달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과도 이토록 깊은 교감이 가능 할 수 있음을. 타지에서 시작한 낯선 이들과의 만남은 익숙하고 따뜻한 채취로 변해 삶속에 스며들었다.

 

고향을 선물받다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어설픈 촌뜨기에게 기숙사 입사는 기꺼운 선택이라기보다는 유일한 옵션이었다. K대학에서의 첫 대학생활의 유쾌하지 못했던 시작의 기억이나 재수생활의 고단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주한 기숙사는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기 위해 쑥과 마늘을 들고 들어간 동굴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달리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룸메이트들은 물론이고 복날이라고 슬쩍 닭튀김을 시켜주셨던 경비아저씨나 장염에 걸려 아무것도 먹지 못하던 나에게 따로 감자스프를 끓여 주셨던 식당 아주머니, 삐걱 이던 문짝에 말없이 기름칠을 해주고 가신 시설관리팀 삼촌들.... 미처 고맙다고 다 말하지 못한 여러 사람들 모두가 나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무언가를 남기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학교를 곧 떠나게 되겠지만 내가 태어난 곳과는 또 다르게 향수와 같이 여기 봉룡학사를 영원히 추억하고 그리워하게 될 것임을 안다.

 

그렇다. 나는 말없이 보상을 바라지도 않고 마음을 퍼주던 그들로부터 고향을 선물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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