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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허태범
번호 : 97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784
 
 

언제나 행 쇼

 

이번학기에 들어서 기숙사 생활은 3번째가 된다. 신관은 이번을 통틀어 두 번째 사용하게 되었다. 집은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권이지만, 전철로만 43정거장이 넘는 거리에 있다. 수도권 전철로 통학했을 때는 대략 왕복으로 5~6시간을 넘게 썼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체력을 요구했고, 힘든 몸을 주체할 수 없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숙사 생활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통학을 대신해 벌어들인 시간동안 나는 끊임없이 그 시간의 여분을 학교에서 주어지는 일들을 소화하는데 사용해야 했다. 통학을 해도 외로웠지만, 기숙사 방 안에서 조용히 있어도 외로웠다. 이것은 친구가 없어서 고독하게 지내는 외로움이 아니다. 나도 방을 뛰쳐나와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실, 공부하거나 토론을 할 친구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다시 방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이 기숙사에 내 몸을 맡긴 순간부터는 나는 또다시 홀로 변하는 것이다. 룸메이트가 있지만, 그들이 항상 방에 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수백, 아니 천명이 넘어가는 학생들이 줄지어 존재해도, 방 안에 같이 생활하는 룸메이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있는 가족처럼 대화하면서 하루의 여가를 풀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숙사 생활을 세 번째 하는 지금,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나의 이름을 알지는 못하더라도, 내 얼굴을 기억해주고, 나의 인사를 받아주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마치 힘들게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나를 반겨주는 가족처럼 말이다. 그럼 나도 인사를 드린다. 나는 어떻게 외로움을 던져버릴 수 있었을까. 세 가지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에피소드1)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 중간고사 기간이었을 즈음이다. 새벽녘까지 학습을 마쳤더니, 5시가 훌쩍 넘었다. 도서관을 뒤로한 채 기숙사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데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가 가득담긴 봉지들을 정리하고 계셨다. 어디서 난 용기인 줄 모르겠으나,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많은 학생들이 눈을 붙일 시간에 소리도 없이 휴지통을 정리하시는 아주머니께서는 인사를 받아주셨다. [ 학생 피곤하겠다 ] 물론 육체적으로 피곤했다. 그러나 생각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시험기간에 쏟아져 나오는 군것질 거리와 온갖 잡동사니들이 넘쳐나는 쓰레기들은 휴게실과 층층의 쓰레기통마다 넘쳐난다. 그것을 깨끗이 비우시는 것에 더불어 더러워진 복도와 휴게실을 언제 그랬냐는 듯 처음 것처럼 치워내시는 아주머니들의 부지런함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고. 그런데도 아주머니께서는 피곤하거나 싫은 내색 없이 오히려 기숙사를 사용하는 학생의 몸을 걱정해주셨다. 내가 버린 작은 쓰레기더미가 아주머니를 더 힘들게 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에피소드2) 정해진 예산을 다 써서, 군것질조차 하지 말아야 했던 5월이었다. 하루는 너무 배가고파서, 식당에서 배식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말씀을 드렸다. 아주머니 제가 지금 정말로 배가 고픈데, 정말 많이 주셔야 해요. 내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때 그때 음식이 조금씩 나오는 걸로 봐서, 배식양이 부족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주머니께서는 맛있는 반찬을 한가득 덤으로 올려주시면서 나의 배고픔을 달래주셨다. [ 학생 많이 먹어 ]. 뜨거운 음식의 열기 앞에서 땀을 주르륵 흘리시는 그 아주머니께서는 짜증이 섞일 수도 있을 법한 상황에서 웃음으로 내 그릇을 채워주셨다. 나의 부탁은 하잘 것 없었지만, 그 부탁의 응답은 너무나도 감사했고 간절했다. 또한 내가 급식비를 충당하는 머릿수가 아니라, 정말 배고픈 아이를 더 챙겨주려는 가족의 일원이 된 것 같다는 기분에 그날 하루 종일 행복했다.

 

에피소드3)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새로운 방에 배정을 받았다. 그러나 발견한 물품들의 하자가 생각보다 많이 존재했다. 의자는 심하게 흔들거렸고, 책상 사이는 약간 들려있었으며, 방의 전등은 켜지지 않고, 창문에 걸린 블라인드는 한참 녹슬었는지 전혀 오르락내리락 거리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하자신청을 했고, 기다렸다. 어느 날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고장나버린 방의 물건들을 고쳐주시는 아저씨께서 들어오셨다. 그리고는 하나씩 갈아주시고 고쳐주시고, 고장 없이 오래도록 사용해주시는 법을 알려주셨다. 아저씨가 돌아가시는 길에 갑자기 하자신청을 하지 못한 것들이 또 생각나서 아저씨를 불렀다. 다시 방에 들어오시면서 그것들의 오작동을 해결해주시는데도, 더욱 친절하게 고쳐주셨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응원해주셨다. 집에서 망가진 물건이 있으면 가장 먼저 기구를 들고 달려가시는 아버지가 잠시 오버랩 되었다.

 

이것 말고도 생각나는 자잘한 일화들이 몇 가지 있으나 여기까지만 말해보려고 한다. 그렇다. 나는 이 기숙사에서 몸만 덩그라니 존재하는 그런 학생인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더욱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작은 더러움 하나 깨끗이 해주시는 아주머니, 작은 배고픔 하나 지나치지 않는 아주머니, 그리고 작은 불편함 하나 무시하지 않은 아저씨 덕분에 나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연 그분들 없이 나는 이 외로움을 어찌 달랠 수 있었을지 상상할 수 없다. 나의 작은 부름에 기꺼이 응답해주시고, 내가 부르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로움으로 나를 도와주셨던 분들. 비록 가족과는 떨어져 지내지만, 저녁에는 친구들과도 볼 수 없지만, 내가 기숙사 안에 있는 동안에는 그분들이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셨던, 이야기꾼이며 가족이었다. 이름은 서로 부르지 않아도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채워야 할지 알았던 아주머니와 아저씨들. 나는 최근에 알게 된 재미난 인사로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언제나 행쇼~ ( 언제나 행복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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