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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안병권
번호 : 96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969

봉룡학사, 두 번의 만남

 

내가 처음 봉룡학사와 만나게 된 것은 200931일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혼자서 살게 된 지관 입사 첫날, 짐정리를 다 끝내고 녹초가 되어 침대에 누우니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지금 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타지의 작은 방에 홀로 누워 있는 것일까?’ 1년간의 재수생활 동안 여느 수험생이 그렇듯 뒤를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도착점이라고 생각한 대학교에서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느끼면서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도 잔뜩 하던 새내기 시절은 그렇게 지관의 작은 방에서 시작되었다.

 

지관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입사 날 처음 청소를 한 이후로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책상 위에 먼지가 쌓이는 것이었다. ‘먼지가 왜 이렇게 빨리 쌓이지? 집에서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매일같이 집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언제나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한 집에는 항상 어머니가 계셨다는 것을 그제 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 날 이후로는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청소는 스스로 하며 살게 되었다. 그렇게 빨래도 돌려 본 적 없던 철부지 아들은, 역설적이게도 어머니가 없는 곳에서 차츰 어머니의 손길을 느꼈다.

 

1학년 생활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동안 공부도 하고, 동아리 생활도 하고, 연애도 하며 모든 면에서 남부럽지 않은 1년을 보냈다. 어느 한 겨울의 아침, 평소와는 다르게 아침 일찍 눈이 떠진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환기를 시키려고 창가로 다가갔다. 바깥은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 새하얀 세상이 되어있었다. 경비아저씨는 이른 아침부터 눈을 쓸고 계셨고, 몇몇 동네 아이들이 눈싸움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향이 부산이라 눈을 거의 보지 못했던 나는 그런 광경이 신기하기만 했다. 영롱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는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난방기로 덥혀진 따뜻한 방안에서 그렇게 몇 분이고 멍하니 서 있었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기숙사의 아침이었지만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늑한 기분에, 왠지 모를 행복감에 젖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여기 까지가 1학년 때 내 머릿속에 남겨진 지관의 모습이다. 그렇게 고진감래의 말뜻 그대로 너무도 달콤했던 1년을 보내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잠시 봉룡학사를 떠났다.

 

봉룡학사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201231, 정확히 3년 만이었다. 군 생활 동안 자유로운 대학생활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성균관대역에 내려 역 안내 표지판을 찍어놓은 사진이 아직도 내 휴대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역에서 학교로 걸어오는 길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카페들이 많아졌고, 자주 가던 가게들이 다른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지관만은 우중충한 녹갈색의 예전 모습 그대로 나를 반겨주었다. 그렇게 두 번째 기숙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올해의 생활은 2009년과는 사뭇 달랐다. 복학생의 패기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1학년 때 거의 가지 않았던 도서관에 매일 드나들었다. 항상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 가서 마감 종을 들으며 돌아왔다. 딱히 집중해서 공부를 한 건 아니었지만,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오늘 하루 내 본분을 다 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주중에 미리 공부를 해놓으니 주말이 한층 여유로워졌고, 시험기간의 압박도 덜했다. 시험에 쫓기듯 공부했던 1학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생활이었다.

 

두 번째 기숙사 생활동안 나는 다시금 지관의 안락함을 느낄 수 있었다. ‘군인은 아무리 껴입어도 춥고,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자도 졸리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복학 첫 학기라 더욱 크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온수와 냉난방시설이 빵빵하고, 균형 잡힌 식단과, 아늑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이곳 지관은 가히 안락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공강 시간에 틈틈이 방에서 잠을 보충할 수 있고, 24시간 뜨거운 물로 몸을 씻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사소하지만 큰 행복이다.

 

봉룡학사는 스물 한 살의 나를 성장시켜주었다. 완전한 자립은 아니지만,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법을 차츰 배웠나갔다. 또한, 하루하루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된 스물 네 살의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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