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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헌기
번호 : 84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832

2012년. 내 삶의 새로운 시작

 

 

2012년 봄....... 이번 해는 아마 잊지 못할 그런 해가 될 것 같다. 왜냐고? 올해가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제대하는 해이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2년이란 시간이 길고 길었으며 2012년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국방부 시계는 지금도 가고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던 12년이 불쑥 나에게 찾아와 칙칙했던 군부대가 아닌 상큼한 캠퍼스를 내 눈앞에 펼쳐놓았다. 아마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복학해서 처음 캠퍼스에 왔을 때의 그 감동과 설렘을…….

 

그러한 두근거림을 안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봉룡학사 지관이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3가지 중 하나인 ‘집’, 즉 1학기 동안 나의 집이 될 지관을 보는 순간, 마치 새집에 이사 가서 자기방의 방문을 여는 그런 아이의 마음마냥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한걸음에 뛰어 올라가 한 학기 동안 내가 머물 637호의 방문을 열어 젖혔다. 하지만 급하게 부어버린 맥주잔의 거품은 쉽게 가라 앉아 버리듯이, 나의 조급했던 설렘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마치 군대의 생활관을 보는 듯한 특유의 국방색의 벽지며, 칙칙한 남자냄새 등……. 물론 건물자체도 조금 노후 되었고, 또한 남자들이 쭉 살았던 방이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상큼한 캠퍼스의 모습만 상상하던 나에게는 약간의 실망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올해 제대에 빛나는 복학생이 아닌가! 실망도 잠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창문과 방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했다. 먼저 침대 서랍과 매트리스를 끄집어내 묵은 먼지와 바닥을 쓸어내고 가장 높은 곳인 책장과 장롱부터 시작해서 차례대로 닦아내려오는데, 어느 순간 옆에 청소하는 어머님께서 와계셨다. 아마 매트리스며 책상이며 다 끄집어내어 청소하는 학생은 처음보시기에 호기심에 와 보신 거 같았지만, 청소용품도 빌려주시고 직접 청소도 도와 주셔서 참으로 좋은 분이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 이렇게 방 하나 청소하는 것도 힘든데, 저 많은 방을 다 청소하시려면 정말 힘드시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기숙사 입사 첫날, 이 어머님과 나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이슈타인이 시간은 상대성이라고 주장했다지만, 정말 군대에서의 일주일과 학교에서의 일주일의 상대성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개강을 하고 나니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며, 여러 술자리 등등, 단순반복의 일로 주일을 보내던 군대에서와는 달리, 매일 다양한 일들이 생기는 캠퍼스이다 보니,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훅 하고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매일 아침마다 복도며 화장실을 청소하고 계시는 어머님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지나쳤지만, 내 방이 휴게실 옆방이라는 위치 특성상 매일 아침, 점심때 마다 마주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다니게 되었다. 물론 처음 인사하던 그 때, 얼굴을 붉히시며 당황하시던 어머님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가 없다. 아마 쑥스럽고 처음 있는 일이라 그러시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아주머니와 안면을 트고 나니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상담해 주셨고, 축제기간에는 적당히 마시며 밤늦게까지 놀지 말라고 당부해 주시고, 시험기간에는 힘들어도 집에 계신 부모님 생각해서 열심히 하라면 다독여 주셨다. 특히 청소하시다 주우신 식권을 항상 가져다주시며 밥은 꼬박꼬박 챙겨먹으라고 당부하시던 그 모습에서, 나를 걱정해주는 타인이 주위에 있다는 생각에, 타지 생활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었다. 그렇게 한학기라는 시간동안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시던 어머님께 고맙단 인사도 못하고 지금의 신관으로 오게 되어 아쉬운 마음도 많이 들지만, 다음 학기에 또 다시 지관에서 그 어머님을 만난다면, 지금의 이 아쉬움 때문에 더욱 더 반갑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글을 빌려 2012년 1학기 지관 6층 청소를 담당하셨던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이글을 읽는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비록 우리가 내는 돈을 받으며 일하시는 어머님들이시지만, 그 분들도 누군가의 귀한 딸이며, 어머니일 텐데, 그러한 분들을 단순히 갑과 을의 관계마냥 무시하고, 어머니가 청소하시니 어질러도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휴게실과 화장실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행동은 이제 그만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언제든지 먼저 웃으며 다가선다면 항상 반갑게 맞아 주시는 분들이시니, 단 하루만이라도 그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먼저 인사를 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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