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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정선
번호 : 83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822

한여름의 수박화채

 

 어느새 대학교에 입학하고 생활한지 3년이지나 이제는 남은 학기보다 다닌 학기가 더 많아졌다. 집이 멀어 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기숙사에 살아 여섯 번의 방과 여섯 명의 룸메이트를 만나 생활하였다. 처음에 입학 하였을 땐 한 학번 위의 언니와 한 학기 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학교생활에 대해 정보를 얻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학년이 되어 일 학기때 만나게 된 나의 룸메이트는 다른 과의 동기였다. 동기이다 보니 편안하게 말을 하게 되고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금세 친해지게 되었다. 룸메이트와 같이 듣는 교양 수업이 겹쳐서 그 과제로 음악회를 같이 보러 가기도 하고 밤에 야식을 시켜서 같이 먹는 등 한 학기동안 살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박화채이다.

 

기숙사에 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과일을 자주 먹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집에 있을 때는 밥 먹고 난 뒤나 오후에 간식으로 과일을 먹었는데 기숙사에서는 과일 보관하기가 힘들고 쉽게 상하는 경우가 많아 과일을 사서 먹기가 힘들었다. 특히나 여름에는 과일을 먹을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학교 근처 마트나 과일가게를 지나다니면서 과일을 보는데 여름에 수박이 단연 눈에 들어왔다.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갈 때면 수박을 먹었는데 할머니께서 손자손녀가 온다는 전화를 받으면 새벽에 마을 첫차를 타고 시장에 가서 가장 크고 달고 맛있는 수박을 사서 손자손녀가 오면 수박을 내어주시곤 하였다. 그 수박을 놔두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드시면 될 텐데 그저 손자손녀에게 다 먹이고 싶은 마음에 반은 수박을 썰어 주시고 반은 화채로 만들어서 돌아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먹이고 싶어 하셨다. 다 같이 둘러앉아서 숟가락으로 퍼 먹던 수박화채가 여름이면 많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난 수박을 사서 기숙사에도 수박화채를 해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수박화채는 여럿이서 먹는 맛이 있는데 혼자서는 무리였다. 룸메이트와 이야기를 하다가 수박화채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는 수박화채를 해먹기로 하였다.

 

우선 수박을 반통 잘라진 것을 사고 사이다와 과일통조림을 샀다. 시원한 수박화채를 해먹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이스커피를 위한 얼음을 구입하고 마지막으로 설탕은 주변에 자취하는 선배에게 조금 얻어서 수박화채를 만들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방에 모든 재료를 사서 온 뒤 통에 수박을 숟가락으로 파내어 수박화채의 속을 만들고 얼음과 과일 통조림을 넣고 사이다를 넣었다. 마지막으로 설탕으로 수박화채의 맛을 완성하였다. 수박화채를 완성하고 처음 떠먹었을 때는 그 맛은 정말 달고 맛있었다. 지나다니면서 수박을 볼 때마다 먹고 싶었는데 선뜻 사서 먹지 못하였던 서러움과 안타까움이 한순간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시원하고 달달한 그 수박화채에 룸메이트와 나는 반하고 말았다. 기숙사에서 해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것을 해먹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으면서 룸메이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옛날 시골 할머니 댁에서처럼 온가족이 둘러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오빠랑 서로 더 많이 먹으려고 빨리 먹던 그 수박화채는 아니었지만 룸메이트와 둘이서 오순도순하게 먹은 수박화채는 지금까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양이 너무 많아서 마지막에는 꾸역꾸역 넣어먹었던 수박화채. 다 먹고는 배불러서 배 땅땅 치면서 서로 웃고 다음에 또 해 먹기로 약속했던 수박화채. 수박화채로 룸메이트와 함께 재료를 이것저것 사고 같이 방바닥에 주저앉아서 만들어 먹음으로써 더 친해지고 가까워졌다. 처음에 다른 과여서 공통되는 점이 거의 없어서 쭈뼛쭈뼛하였는데 어느새 친해져서 둘 다 야구를 좋아해 야구 보러 가자고도 하고 과제로 음악회를 관람하러 가고 시험기간에 공부하다가 집중 안 되거나 지치면 야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이가 되었다. 한 학기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그 기간 동안 룸메이트와 많은 일들이 있어서 아쉬움이 정말 컸다. 기숙사에 살면서 같은 과가 아니어서 친해질 계기가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과 같이 학기를 살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게 되었다. 이제 두 학기밖에 남지 않아 기숙사에 사는 날도 얼마 안 남았지만 새로 만나게 되는 룸메이트와도 친해지고 함께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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