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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최상훈
번호 : 67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3245

 

락카페로 크로스!

때는 2009년 1학기, 그 시절의 나는 6월 입영을 앞두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는 철없는 21살 청년이었다. 그 당시 내가 살던 인관과 같은 식당을 쓰는 의관에는 꽤 많은 수의 중국 유학생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식사 시간이면 자연스레 그들과 마주치게 되지만 유학생들은 우리나라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자신들만의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식당에서 20명에 가까운 중국 학생들이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며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끊임없이 대화하는 모습은 왜인지 불쾌감으로 다가왔다. 때로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이야기에 그들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고 으레 그들 역시 우리들을 주제삼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착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들과는 같은 곳에서 살 뿐 생김새며 말하는 모든 것에서 우리와는 다르다고 인식하며 지내던 날들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인식이 바뀌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따사롭던 그해의 봄에도 어김없이 축제는 찾아왔고, 동아리들의 주점, 부스 행사와 더불어 봉룡학사의 락카페 행사도 개최 되었다. 현재는 돔나이트로 명칭을 바꾼 락카페 행사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인, 의, 예관 식당에 무대를 설치하고 신나는 음악과 춤, 공연을 선보이면서도 값싸게 맥주와 안주를 즐길 수 있었기에 사생인 나에게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날 나는 인관에 함께 사는 친구와 둘이서 락카페를 즐기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사생회 인원으로 보이는 목걸이를 하고 있는 여학우는 친절히 메뉴판을 주었고 우리는 치킨과 맥주를 싼값에 잔뜩 시킬 수 있었다. 예쁜 여성 댄스팀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우리는 맥주를 마셨고, 흘러나오는 노래와 조명으로부터 흩어지는 불빛들 속에 부위기는 무르익고 있었다.

 

몇 시쯤 이었을까, 별다른 공연 없이 모두들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최신 댄스곡이 흘러나오며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돌려 조명장치 앞 빈 공간으로 시선을 돌리자, 여학우 한 명이 최신 댄스곡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꽤나 능숙하게 춤을 추는 모습에 다들 의자를 돌리거나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몇몇은 무대에서 어설프게나마 안무를 따라하고 있었다. 웅성거림은 이내 웃음과 환호로 바뀌었고 그렇게 하나 둘 부끄러움을 뒤로한 채 한데 엉키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리 속에 나도 함께 녹아들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식은땀이 날 정도로 형편없는 막춤을 그 땐 뻔뻔하게도 잘 추었던 듯하다.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 졌고 무대에는 사생과 댄스 동아리 베스트 일원들 그리고 중국 유학생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인식을 바꾼 그 사건이 벌어졌다.

한참을 술기운에 취해 흥에 겨운 춤사위를 벌이던 나는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뒷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이미 그곳에 나의 지갑은 없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지갑을 어떻게 찾을지, 찾을 수는 있을지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이 사실을 함께 온 친구에게 알렸는데, 이미 클럽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었던 친구는 포기하는 편이 빠르다며 타일렀다. 그렇지만 찾아보지도 않고 포기하긴 이르다고 생각한 나는 허리를 숙이고 바닥 곳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 그것도 제각기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것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와도 같았다. 여담이지만 허리를 숙이고 시선을 낮추었을 때 나와 같은 처지의 다른 몇몇 학생을 볼 수 있었다. 소지품 분실에 항상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 찾아 헤매다가 문득 누군가는 보았거나 알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참 춤추는 사람에게 한 명 씩 다가가 물었다. “혹시 지갑 떨어진 거 못 보셨어요?” 뜬금없이 이렇게 물어보면 당황하거나 불쾌해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때의 분위기는 정말 모든 것을 포용할 만큼 즐거움으로 가득했기에 다들 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안타깝게도 그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하던 나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이 중에서 누군가는 나의 지갑을 주웠거나 혹은 주운 사람을 알 것이다. 그리고 나는 꽤 많은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물어보았고 답변은 “못 보았다“ 내지는 ”모른다“ 이었기 때문에 수사망은 사생회나 중국 유학생 집단으로 좁혀졌다. 그 중 사생회 인원에게 지갑 습득 여부를 물었을 때 나의 지갑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의 증언이 참이라는 가정 하에 중국 유학생들에게 지갑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엔지니어의 순간 판단력과 행동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무대에서 웃으며 춤추는 중국 학생에게 다가갔다. 글로벌 성균관대학교 학생 중에서도 선택된 봉룡학사의 일원이었던 나는 “Did you see the wallet with black and checked?"라고 그에게 말하자,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손발을 써가며 나의 지갑을 찾는다는 의사를 표현하자 그 역시도 알아들었는지 순간 표정이 바뀌더니 자신을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나의 심장이 요동치는 것인지 스피커에서 울리는 중저음의 고동인지 알 수 없는 떨림과 함께 그를 따라갔다.

 

그를 따라간 중국 유학생 테이블에는 놀랍게도 나의 지갑을 포함한 4개의 지갑이 있었다! 그들은 그 중 나의 지갑을 찾아가라 하였고 주인을 찾지 못한 지갑은 기숙사 측으로 넘길 예정이라 하였다. 힘들게 찾아서 인지 술기운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나의 생각과는 다른 이들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나의 지갑을 찾도록 도와준 중국 학생의 보람에 가득 찬 미소를 보았을 때 나는 느꼈다. "우리는 하나다 - We are the one". 비록 소통의 부재로 사사로운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결국엔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기숙사생으로서의 동질감을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도 너무도 선명하게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락카페의 남은 시간은 그들과의 춤사위로 보냈던 추억이 되었지만 그 경험으로부터 느낀 소속감과 책임감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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