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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이경민
번호 : 50 등록일 : 2011-12-14 조회수 : 2071

      [ 봉룡네 가족들 ]

 

부모님이 계신 대구를 떠나 수원으로 오게 된 지 벌써 5년.

한 학기 동안의 자취 기간을 제외하고는 방학에도 빠짐없이 기숙사에 입사하여 대학 생활을 보내었다.

유난히 집을 좋아했고 부모님 품을 떠나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수원으로 올라와야 하는 것이 마냥 싫었고 다시 대구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숙사는 또 다른 나의 집이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기숙사 생활은 충분히 삭막하고 정이 없는 차가운 모습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숙사는 함께 하시는 분들의 사랑 가득한 모습 덕분에 점점 더 편안해지고 또 다른 집으로 느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수많은 학생들이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이름과 얼굴을 외워 택배가 오면 챙겨주시고 비오면 자전거를 덮어주시던 키 크고 친절한 경비실 아저씨,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시고 어쩌다 식사 준비가 늦어지면 어쩔 줄 몰라 하시며 우리에게 미안해하시는 엄마 미소를 가진 식당 어머니, 아직 어린 학생들이 기숙사를 더럽게 사용하여 정신 없는 기숙사를 만들어놓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나오셔서 우리가 일어나기 훨씬 전에 언제 그랬냐는 듯 기숙사를 반짝 반짝 빛이 나게 하시는 청소 어머니…….

기숙사에서 일하시는 분들과의 즐거운 일화는 매일 같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하루를 소개할까 한다.

어김 없이 공부를 하다가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고 그날 따라 같이 먹는 사람들과 가지 않고 따로 가게 되었는데 식당 아주머니께서 왜 혼자 왔냐며 같이 먹는 친구들 어디갔냐며 공부는 잘되냐며 이것저것 안부를 물어봐주셨다. 덕분에 혼자 밥을 먹으러 왔지만 그래도 내가 원래 와야 할 곳에 왔고 이 곳은 나를 맞아주는 분위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그 많은 학생이 식사를 하는데도 내가 평소에 어떻게 밥을 먹는지도 알고 계시는 어머니들의 섬세함에 놀라웠다.

식당 어머니 덕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방에 올라와 과제를 하는데 하늘도 예쁘고 날씨도 좋고 창문으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들어오는 것이 기분이 좋아 아예 제대로 현관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겠다는 마음으로 현관과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과제를 하는데 청소 하시는 어머니께서 마무리 청소를 하고 계셨던 것 같다. 복도를 정리하고 계셨는데 열린 우리 방을 보고는 현관이 더럽다며 현관까지 청소해 주셨다. 개인 공간 청소는 개인의 몫인데 마치 딸 방을 청소 하듯이 공부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며 부모님이 그립지 않냐며 따뜻한 말과 함께 청소를 해주셨다. 죄송한 마음에 방에 있던 오렌지를 드렸고 어머니는 거절하시다가 나의 강요와 내게 오렌지가 많은 것을 확인하시고는 그제서야 받으셨다.

그러다보니 훈훈한 분위기 속에 담소를 나누게 되었는데 정말 기숙사 사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계심이 느껴졌다.

술을 조절하지 못하고 일을 벌여 놓는 학생들을 원망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학생의 건강을 생각하시는 어머니의 마음, 현관 먼지를 쓸어 담지 않고 복도로 내놓는 학생들에게 핀잔을 주기 보다는 어머니가 계실 때 내놓으면 청소할 수 있지만 퇴근하고 내놓으면 그 먼지를 학생들이 다 마시게 될까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마음, 조금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기를 바라시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청소해주시는 어머니의 마음, 대화를 하며 예쁠 것 하나 없는 우리에게 언제나 따뜻함으로 다가오시는 그 마음이 느껴졌다. 물론 우리들의 친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고 너무나 커서 어떤 사랑과도 비교 불가능하겠지만 청소하시는 어머니가 우리를 대하는 모습 또한 그것과 같은 모습의 일부였다.

그렇기에 유난히 집만을 사랑했던 내가 기숙사에서 오랜 기간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5년이나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즐겁게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숙사의 편리한 시설과 같은 물리적인 요소들도 물론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기숙사에서 함께 했던 나의 또 다른 가족들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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