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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용미
번호 : 38 등록일 : 2011-12-14 조회수 : 1938

[ HJ 언니에게 ]

 

HJ 언니, 안녕? 오랜만이지. 지금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려. 겨울이 코앞인데 봄처럼 비가 내린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같이 살던 그 봄이 생각나. 매년 오는 봄이지만 그 때 봄은 좀 더 특별했어. 아마도 언니 덕분에 우울에서 벗어나 다시 용기를 얻고 긍정적인 나로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

많은 친구들이 군대를 가고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을 떠나면서 난 갑작스럽게 외로워지고 기운을 잃었었지. 그런데 언니랑 지내면서 다시 활기차게 지낼 수 있었어. 언니랑 같이 한 몇 가지 일들 중에 몇 가지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생각나. 첫 번째는 ‘정치’라는 것에 대한 내 태도가 바뀐 일이야.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렇듯이 나또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기초단체장 등에 불만이 많았어. 일련의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비난하기 바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치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지. 냄비정신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옳겠다. 그런데 언니는 그렇지 않았어. 평소에도 신문 기사를 읽고 카페에서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언니만의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시각을 갖추고 있었어. 거기에다 한 차원 넘어서서 풍자하는 글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즐기는 여유까지 보여줬어. 고작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사회에 대한 올바른 프레임이 정립되지 않은 나에게는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어. 언니 덕분에 나는 우리나라 사회와 정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생각의 걸음마를 뗄 수 있게 된 것 같아. 그래서 6?2 지방선거 전에 후보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덕성이나 공약에 대해 미리 검증을 하고 투표를 할 수 있었어. 그 때 개표방송은 이제까지 어느 TV 프로그램보다도 흥미롭고 긴장감 있게 언니랑 지켜보았지. 언니, 대학생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할 사회에 대한 관심과 비판적 시각을 불러일으켜 주어서 정말로 고마워.

두 번째 에피소드는 ‘다이어트’야. 언니는 4학년이어서 졸업 사진 촬영을 앞두고 있었잖아. 주변에 4학년에 친한 언니가 없어서 졸업 사진 촬영에 어떻게 대비하는지 몰랐는데 언니를 보면서 제대로 알게 되었어. 촬영 일주일 전쯤에 친구들과 같이 예쁜 원피스를 쇼핑하는데 그전에 수반되어야 할 것이 다이어트라는 것을. 여자라면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사진이라는 기록으로 남는다면 더욱 그런 것 같아. 그래서 언니와 함께 동영상을 보면서 운동을 했잖아. 음악 틀어놓고 전신의 지방을 태우기 위한 노력들... 며칠 가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만 같이 스트레칭을 하고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던 그 추억은 그대로 남아있어. 그래서 지금 룸메이트와도 식단일기를 쓰며 아주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물론 그때처럼 종종 밤에 치킨을 시켜서 같이 먹기도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참 복이 많은 것 같아 언니. 대학 내내 한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좋은 룸메이트들을 만나 큰 갈등이나 불편함 없이 재밌게 지냈어. 언니랑 함께한 한 학기도 굉장히 특별했어. 고민 많고 외로움 타던 3학년 1학기가 참 행복했어. 이제 언니는 사회 초년생이 끝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나도 졸업을 하잖아.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얼굴 못 본지 꽤 오래 되었네. 미안해 언니, 내가 게을러서 그래. 올 겨울에는 꼭 만나러 갈게. 맛있는 밥 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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