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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한형근
번호 : 37 등록일 : 2011-12-14 조회수 : 1958

      [ 글로벌 문화 체험 in 지관 611호 ]

 

저는 원래 지난 학기에 원래 기숙사에 입사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Co-op을 다녀오는 바람에 입사를 취소하고 이번 학기에 다시 등록을 하여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중도 입사로 기숙사에 들어왔기 때문에 룸메이트와 그다지 많이 친해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룸메이트는 전자전기공학과 3학년생으로 저보다 형이자, 선배였습니다. 그 선배는 형으로써 저를 많이 배려해주려고 하였지만, 저 스스로 느끼기에 왠지 중간에 들어온 불청객이란 생각에 많이 조심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선배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였고, 그 것이 못내 좀 아쉬웠습니다. 저 스스로 이번에는 룸메이트와 반드시 친해지고, 즐거운 기숙사 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입사를 하였습니다.

 

입사 당일, 저는 짐을 싸들고 이번학기에 배정받은 611호에서 제 이름과 룸메이트를 확인하였습니다. 룸메이트의 이름은 성은 구씨요, 이름은 만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가 보다 하고 짐을 풀고 룸메이트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입사 첫 번째 날,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약간의 의아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음 날 저녁에 되어서야 처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안녕 하세요’는 범상치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말들로 저는 ‘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룸메이트 만준이는 중국 산동성에서 온 유학생 이었습니다. 저는 이 때 정말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Co-op을 중국 상해로 다녀온 뒤로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때마침 제 룸메이트가 중국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이렇게 배정 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정말 큰 기회이자 인연이었습니다. 그 날 밤 저희는 중국에서 먹고 싶은 음식과 살았던 곳, 그리고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새벽까지 이어갔습니다.

 

제 룸메이트가 2년 동안 명륜의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웠기 때문에 한국어로 소통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중국에서 중국어를 배웠겠다 싶어서 제 룸메이트 만준이에게 중국어로 대화를 하자고, 제가 모르는 단어나 말이 있으면 가르쳐 부탁하였습니다. 만준이는 흔쾌히 그렇게 해주었습니다.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다시 중국어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느낌도 들고 해서 말이 잘 나왔는데, 조금씩 한 단어 한 단어씩 말하기 시작했더니 지금은 방에서는 거의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려운 얘기는 하지 못하고, 만준이가 많이 가르쳐 주는 입장입니다.

 

이번에는 만준이와 3개월 이상 같이 생활하면서 생긴 몇 가지 일화가 있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10월 1일은 중국의 국경절입니다. 그래서 만준이는 그 주 목요일부터 한국의 휴일인 개천절까지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이 때, 마침 기숙사 식권이 서로 많이 남던 터라 음료수로 바꿔서라도 먹어야겠다는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저는 그 날 수업이 있어서 먼저 강의를 들으러 가고, 식권은 나중에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방에 돌아왔습니다. 만준이는 중국으로 이미 떠나서 방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에어컨위에는 서툰 한글로 쓴 쪽지와 기숙사에서 식권으로 바꿀 수 있는 과수원 한 박스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쪽지에는 ‘형 과수원 많이 드세요.’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별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만준이 같이 착한사람도 많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시험기간이 다가오던 어느 날 저와 만준이는 같이 도서관을 가기로 하였습니다. 만준이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다른 교육과정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였기 때문에 대학과정에서도 따라가기 힘든 점이 많아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도 전공 공부해야 할 분량이 많아 같이 도서관에 가자고 하였습니다. 시간이 맞을 때마다 같이 도서관에 가고 공부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같이 도서관에 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저는 다른 친구들과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한참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문자가 하나 도착하였습니다. 그 문자의 내용은 ‘형 제 친구가 수원에 와가지고 오늘 디도에 못가겠어요 미안해요 다음에 같이 가자^^’였습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문자를 확인하다가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습니다. 2년을 명륜 캠퍼스의 어학당에서 한글을 배웠다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사소한 실수를 하는 걸 보니 새삼 내 룸메이트가 외국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평소에는 그냥 친한 동생처럼 지내다 보니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지관에 같이 사는 제 친구들이 제 방에 놀러 와서 만준이와 같이 얘기하고 중국어 한마디씩 배워가면서, 만날 때 마다 배운 중국어를 쓰지만 틀리는 이야기와 같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를 다 적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제가 제일 기억에 남았던 두 가지 일화만 적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만준이와 살았던 수기를 써보니 이제 벌써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한 학기, 4개월은 긴 것 같기도 하면서 짧은 시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에는 종종 올해도 끝나간다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 학기가 끝나면 같은 방에서 살진 않겠지만, 다음 학기에도 종종 연락하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기숙사에 사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룸메이트를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렇게 좋은 동생과 한 학기를 지낼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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