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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이성호
번호 : 31 등록일 : 2011-12-14 조회수 : 2084

  [ 살어리 살어리랏다. 지관에 살어리랏다. ]

 

“성균관대학교에서 생활을 할 때 의식주 중에 住에 대해 논하자면 기숙사가 제일이다. 자신이 정보통신공학부이거나 공과대학 학생이라면 그 중에서도 지관이 최고다.”

친구나 후배들이 기숙사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언제나 하는 대답이다. 나의 성실하고 보람찬 대학생활은 기숙사에서 생활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는 학생들을 위한 모든 것과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나는 공주에 있는 전교생 기숙사 학교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주변에는 온통 산밖에 없었고 휴대폰은 물론 TV조차 하루 30분 뉴스 밖에 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들은 함께 공부를 하고 살을 맞대며 뛰어다니고, 진실로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는 진짜 친구가 되었다. 3년 내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로의 모든 것을 보면서 거짓 없이 지냈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런 끈끈한 관계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는 힘든 일이라는 이야기를 선배들에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2007년도 봄, 두근거리면서 처음으로 입사한 곳은 인관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 당시 3명의 형들과 한 방을 썼었는데 물론 집을 떠나와 사는 것이 익숙하긴 했지만 나보다 나이 많은 형들과 쓴다는 점이 부담이 되었었다. 특히 처음 듣는 사투리를 쓰는 형도 있어서 억양이 익숙하지 않아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말을 걸어준 형도 그 형이었다. “마, 신입생이제? 짐 다 정리했나? 나가자.”

그렇게 우물쭈물 따라가서 한 것이 우리의 입방식이었다. 입방식이란 처음에 같은 방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친해지기 위해 마련한 자리를 말한다. 형들과의 인사하는 자리, 고기를 구우면서 술잔을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가고 기쁜 일은 자기의 일처럼 기뻐하고 힘든 일은 함께 고민하는 사이가 되었다. 동아리나 수업 때 만난 사람들이 그냥 친구라면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들은 가족이었다. 집에서 떠나있는 데도 전혀 외롭지 않았고 늘 즐겁게 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술을 밤새 마시고 와서 잠이 들면 다음날 책상위에는 항상 꿀물 하나와 컵라면이 놓여 있었다. 평범한 밥 한 끼가 즐거운 회식이 되고 평범한 탁구경기가 흥분되는 체육대회가 되었다. 벌써부터 올해 연말에 만나기로 한 그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2007년도 2학기에는 지관에서 지내기 시작했는데 룸메이트 형은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어느 날은 수업을 다녀오니 빨래를 해놓은 내 옷들이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어있었고 바닥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알고 보니 2~3일에 한번은 꼭 방을 청소하고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는 나 역시 룸메이트를 따라 생활을 해서 많은 것을 필수 기술들을 배웠다. 형은 나에게 책상 위에 물건 정리정돈 방법, 흰 속옷은 모았다가 표백제를 이용하거나 손빨래를 하기, 구두 안에 신문지를 넣어 모양 유지하기 등 사소하지만 유용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었다. 그와의 추억은 무엇보다도 새벽에 소등을 하고 나누는

대화에 있었다. 좋아하던 여자아이와 사이가 멀어져 율전의 쓸쓸한 가을을 거닐다 돌아온 날에는 서로의 연애이야기를 이야기하며 ‘여자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로 밤을 지새웠고, 룸메이트 형이 데이트를 하다가 경험한 신기한 일을 들으며 박장대소했으며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많은 이야기도 들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수많은 것들이 지우개로 지운 듯 사라진 것에 비해서 이 당시에 내가 했던 이야기와 형이 해준 조언들은 추억이 되고, 피와 살이 되어 남아있다. 내가 기숙사에서 살지 않았더라면 이런 훌륭한 사람들과 만나지 못했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지관’을 혹은‘기숙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룸메이트와의 추억 뿐 만은 아니다.

기숙사에는 유익함과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통학하는 친구가 수업이 시작하기 한 시간 전에 일어나서 ‘어떻게 하지? 지금 일어나서 수업 지각할 것 같아.’라는 문자와 함께 걱정이 한가득 일 때, 나는 여유롭게 일어나서 맛있게 아침을 먹고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보면서 ‘오늘도 힘내자’라고 외치는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 또 자취하는 친구들이 매일 점심마다 먹을거리 때문에 고민하고 학교식당의 음식들에 좌절할 때 나는 매일 다양한 두 가지 메뉴 중에 더 좋아하는 것을 골라서 짧은 시간동안 더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에 내가 즐겨하는 일중에 하나는 일주일동안의 기숙사 식단을 확인하는 것이다.

 

지관에는 계절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낭만이 있다. 봄이 오면 캠퍼스 쪽문에서 지관으로 오는 길에 벚꽃이 만개한다. 지관에 살지 않으면 보통 그 길을 이용하는 일이 많지 않은데 벚꽃이 흩날리는 길을 10분 정도 걷다보면 전공과목에 찌들어 있는 몸과 마음에 봄 향기가 가득하게 차오른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온 날이면 지관 앞에 서 있는 눈사람들과 흰색 눈을 배경으로 있는 기숙사가 나는 참 좋다.

그 외에도 수업 들어가기 전 지하에서 학습 자료를 프린트하고 ATM에서 돈까지 인출하고 걸어서 총 10분 안에 강의실을 들어갈 수 있는 점이, 1시에 문을 잠그기 전에 어서 뛰어오라고 외치는 경비아저씨의 목소리의 정겨움이, ‘졸졸졸’이 아니고 시원하게 ‘촤악’하고 물이 나오는 샤워 실이 참 마음에 드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학생들이 생활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건축가 함성호씨는 자신의 저서에 ‘사랑하고 있으니까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수 없듯이, 집을 위한 집을 있을 수 없다.’라고 하였다. 기숙사는 나에게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집이 되었다. 공간적의미의 집이 아니라 마음을 둘 수 있는 그런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청산별곡 부른 著者처럼 자신 있게 외친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지관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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