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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곽준
번호 : 23 등록일 : 2011-12-13 조회수 : 2204

 

                                [ 친절은 친절을 낳고…… ]

 

지방 출신 학생이라 항상 기숙사를 이용하는데, 자취를 하는 것보다 편하긴 하지만 항상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 대부분 사생들의 고민일텐데, 룸메이트 문제이다. 룸메이트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로또와 같은 운이 필요하다. 룸메이트와 잘 맞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상당히 불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숙사 생활을 할 때마다 이따금씩 이전에 고마웠던 룸메들이 생각이 난다. 이번 글은 고마웠던 룸메이트들에 대해 쓴 글이다.

 

2008년 2학기. 1학년 첫 학기를 마치고 두 번째로 기숙사를 이용하게 되었다. 1학기 때는 지관을 이용했는데, 룸메이트와 서로 사이가 좋진 않아서 기숙사 생활이 불편했었다. 2학기가 되서, “저번 학기에는 지관을 썼으니, 이번엔 인관을 써보자”라는 마음이 들어서(당시에는 신관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인관에 지원했고, 인관을 쓰게 되었다. 기숙사에 입사를 하고 보니, 두 분은 05학번이고, 또 한 명은 나랑 같은 08학번이었다. 지관에서 둘이 써도 서로 안 맞았는데, 이번에는 4명이 한 방이고 나랑 학번 차가 꽤 나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선배 룸메이트 중 한 명은 취업 준비를 하고 계셔서 항상 자기 소개서 쓰시느라고 바쁘셨고, 다른 한 선배는 군에서 제대하고 첫 복학 학기라서 항상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하고는 오셨다. 그래서 처음 이틀은 어색하였다. 그러나, 선배 분들도 착하고 재미있으셨고, 나랑 같은 동기도 괜찮은 친구였다. 룸메 형들이 시간되면 입방식을 하자고 계속 하셨는데, 두 분이 바쁘셔서 못했다가 며칠 후에 입방식을 할 수 있었다. 그 때 야식을 먹으면서 룸메이트들과 친해 질 수 있었다. 두 분 다 활동적이신 분들이고, 우리보다 몇 년씩 선배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희망 진로나 1학년 때 이야기, 소개팅 이야기 등등을 해주셔서 재미있었다. 우리 호실에 1학년이 둘이나 있었기 때문에, 선배로서 여러 조언도 해주셨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기숙사 입사 후 일주일 쯤 뒤에 일어났다. 첫 주가 끝나갈 때내가 하는 동아리에서 개강파티를 하였다. 흔히 하듯이, 술자리를 가졌는데 학우들을 오랜만에 봐서인지 그날따라 술 맛이 유난히 좋았다. 덕분에 평소보다 많이 마셔서 만취상태였다. 나는 술이 취하면 필름이 끊기고 말이 엄청 많아진다. 그 날은 맥주에 소주에 막걸리까지 마시다보니, 내 주량을 넘기고 말았다. 1학년 때라, 그 전에 술을 그렇게 많이 안 마시다보니 내 주량을 정확히 몰랐다. 덕분에 필름이 끊겼고, 유일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12시 40분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취한 상태에서도 기숙사 통금시간에 맞추기 위해서였는데, 이 때 기숙사에 들어 간 일을 굉장히 후회한다. 이 순간 전에 30분과 이후에 시간들은 하나도 기억이 없다. 지금 생각해도 기숙사에 어떻게 들어갔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다음날 점심 쯤, 잠에서 깼을 때, 내가 왜 내 방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상황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다. 머리는 미칠 듯이 아파 왔고, 속옷 바람으로 자고 있었다.

주위를 보니, 구토를 한 흔적이 보였다.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매고 나서야, 어제 개강파티로 술을 마셨다는 기억이 났다. 다른 룸메이트들은 방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내 책상에 가니까 가방도 없고, 술냄새도 나고 딱 봐도 주변에 내가 토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때 룸메 형 중 한 분이 오셨고, 나를 보고 괜찮으냐고 물으셨다. 그 형에게 어제 일을 물어서, 나는 상황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가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취한 상태에서 그 머나먼 300미터를 어찌저찌해서 가긴 갔나 보다. 딱봐도 엄청 취해서 들어왔는데, 내가 잠을 안 자고 의자에 앉아서 룸메형이 많이 취했는데, 안 자냐고 물어보셨단다. 그런데 내가 과제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노트북을 켰다가 얼마 후에 주변에 토하고 뻗어버린 것이었다. 그 때 토를 엄청 많이 해서 노트북이며 입고 있던 옷이며 가방까지 엉망이 되었었나 보다. 그 더럽고 냄새나는 구토물을 룸메 형들이 다 치워주셨고, 내가 입었던 엉망이 된 셔츠와 바지 등등을 룸메 형들이 벗겨서 세탁기에 돌려주신 것이었다. 그래서 속옷 바람으로 침대에서 잘 수 있었던 것이다.

전후사정을 알게 되었을 때, 형들에게 엄청나게 죄송했다. 내가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형들에게 하니, 자기들도 1학년 때는 그런 적 많다고 괜찮다고 하셨다. 나라면 그 때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까? 그런데 싫은 기색 없이 그렇게 말해주셔서 더 미안했던 것 같다. 그 때 일로 인해 노트북이 고장나서(그 일로 메인보드가 상했음) 수리비가 많이 나와서 마음이 아팠기도 하고, 룸메이트 형들에게 너무나 고마웠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곧 군대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학점은 좋지 않았지만, 재미있었던 룸메이트들로 인해서 2008년을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고, 벌써 3년이나 지났다. 나는 그동안 군대를 갔다 와서 이번 학기에 복학하였고, 룸메이트 분들 중 한 분은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계시고, 다른 한 분은 대학원에 가셔서 석사과정을 밟고 계신다. 두 분 다 바쁘게 생활하고 계시고, 나도 흔히 말하는 복학생이 되어서 정신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최근에 직접 뵌 적은 없고, 카카오톡을 이용해서 안부 정도를 나눌 수 있었다.

 

복학하면서 다시 기숙사를 이용하게 되었다. 지금 룸메이트와는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숙사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기숙사 타입이 아닌 룸메와의 관계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항상 새 학기가 시작하면 좋은 룸메이트를 만났으면 한다. 하지만 사람은 각양각색이고, 나도 누군가에게 싫은 룸메이트 였을 수 있다. 그래서 누가 룸메이트가 되든 간에 룸메이트와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친구들 중에서도 룸메이트와 데면데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전의 나에게 잘해줬던 룸메이트 형들이 생각나서 룸메이트와 친해지려고 노력을 한다. 친해지는 데는 특별한 행위보다는 같이 야식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사소한 행위가 계기가 된다. 특히, 나보다 후배가 룸메이트일 때는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친절이 친절을 낳는달까? 이런 마음이 드는 이유는 그 때 받았던 룸메이트 형들의 친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3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앞으로도 계속 기숙사 생활을 할 것 같은데, 나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룸메이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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