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상]‘요즘 것들’이 한 번쯤 보고 느끼면 좋을 이야기 | |||||
번호 : 261 등록일 : 2017-11-27 조회수 : 4303 | |||||
‘요즘 것들’이 한 번쯤 보고 느끼면 좋을 이야기 나는 1학년이다. 고로 대학에 입학한 지가 채 1년이 되지 않았고 기숙사에 살게 된 것도 올해가 처음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집에서 학교를 오갔던 나는 이렇게 많은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시스템이 굉장히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수많은 사람들과 한 건물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과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는 1학기를 같은 방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 신선했던 것 같다. 물론 이제는 그런 생활도 매우 익숙해졌고 기숙사와 학교 강의실을 오가는 모든 날들에 적응을 마쳤다. 그렇게 기숙사 생활이 나에게 삶의 일부분이 되니 1학기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2학기에는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아침 수업이 많은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씻기 위해 방문을 나서 샤워장으로 향하면 어김없이 청소해주시는 어머니가 쓰레기통에서 분리수거를 하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지하에 내려가 밥을 먹었다면 2학기에는 보다 맨 정신으로 아침밥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비로소 그 때 식당에서 요리를 해주시는 분들이 아침에 얼마나 일찍 나오셔서 음식을 준비하셨을까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또한 밥을 먹고 올라와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고 지관 계단을 내려서면 보이는 경비 아저씨께서 인자한 미소와 함께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신다는 걸 깨달았다. 내 삶에 여유가 생기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어쩌면 이 시기가 조금이라도 나 말고 타인에게 관심을 가질 마지막 시기라는 것을 어렴풋이 직감할 수 있었다. 1학년 1학기에는 새로운 학교와 기숙사 생활에 적응을 해야 해서 여유가 없었고 앞으로는 군대와 더 어려운 학점 관리로 내 삶에 여유가 없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마음의 여유가 더 없어질 미래에는 지금에서야 보이는 것들마저 보지 못하고 생각할 겨를이 없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상황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요즘 것들이 마주한 현실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바쁜 요즘 것들을 대신해 여유가 있는 지금이어야, 지금이어야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 보고 조사해보기로 했다.
<항상 깨끗이 정리되어 있는 각 층별 분리수거함>
<빛이 날 정도로 깨끗한 기숙사 복도 바닥>
<학생들이 잘 모르는 지관 지하 1층 관제실 가는 길>
기숙사에 사는 요즘 것들을 대신하여 공감이 될 만한 여러 주제를 고민한 나는 결국 기숙사를 위해 노력해주시는 분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기숙사에 살다보면 첫 문단에서 내가 묘사한 것처럼 많은 분들이 학생들을 위해 힘써주신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분들의 행동 속에는 학생들을 향한 어떠한 마음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직접 찾아뵙자는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청소해주시는 어머니, 경비실 아저씨, 식당 아주머니들을 만나볼 계획이었지만 도중에 시설관리를 맡아주시는 분의 이야기도 들으면 좋을 것 같아 더 만나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생각을 행동에 옮기려니 걱정이 앞섰고 그 분들께서 거절의 의사를 표할까봐 두려움을 가지고 처음에는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버렸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면담을 진행한 것은 공모전이 거의 끝나갈 11월 23일과 24일이었다. 까여도 좋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기숙사 매점에서 두유를 사 주머니에 한 가득 넣고, 한 손에는 종이와 다른 손에는 펜을 들고 나선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음은 식당 여사님과 시설관리 기사님, 경비 담당하시는 아버님과 청소 해주시는 어머님의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 형식으로 다듬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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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당 여사님
2. 여기서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3.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4. 식당 여사님들은 총 몇 분이신가요?
5. 하고 계시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6. 그렇다면 요리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7. 지관에 오래 있으신 만큼 기억에 남는 일도 많으실 것 같은데 그 중 하나를 꼽자면 무엇일까요?
8. 일하시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9. 요즘 학생들에게 실망하신 점이 있으셨나요?
1 0.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2) 시설관리 기사님
2. 일을 하시면서 이것만은 학생들이 신경 써주었으면 좋겠다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3) 경비 담당하시는 아버님
2. 일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3.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4. 하고 계시는 일은 어떤 게 있나요?
5. 일을 하시다가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나요?
6. 24시간 동안 일하시려면 힘드신 점도 많을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은 어떤 게 있나요?
7. 학생들에게 실망하신 점은?
8.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4) 청소해주시는 어머님
2. 일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3.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4. 하시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5. 제가 가끔씩 복도를 지나치면서 뵐 때 굉장히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힘드신 점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6. 10년 동안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7.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도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8.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그 이상의 마음으로 어르신들은 우리를 대하고 계셨다. 짧으면 5분 길면 30분 정도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단순히 일을 하시는 게 아니라 기숙사와 학생들, 그러니까 요즘 것들을 위해 힘써주시고 노력해주시는 마음이 내 가슴 깊숙이 따듯하게 느껴졌다. 기숙사에서 또 다른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게 된 기분이었다. 기숙사에 사는 요즘 것들 중 하나인 내가 그 마음을 기숙사생 전체를 대표해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진심으로 영광이었다. 사전에 미리 약속을 잡지 못하고 다짜고짜 찾아뵈어 말씀을 여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말씀을 건네주신 네 분의 어르신께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 글을 다 쓰고 보니 글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문득 생각이 들었다. 수기는 자신의 생활이나 체험을 글로 쓰는 것인데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글의 대부분을 차지한 이 장황한 인터뷰는 너의 진정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숙사에서 만나 뵌 또 다른 어머니,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거 자체가 나에게 기숙사 생활에 있어 잊지 못할 추억과 체험이 된 셈이다. 또 어쩌면 대학에 입학하고 지금까지 지관에 1년 가까이 살면서 나에게 기숙사를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과의 대화는 가장 큰 체험이자 뜻깊은 경험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한 대화 내용이 곧 나의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 생각과 느낀 점들이 글로 이어진 것뿐이다. 이 이야기들은 앞으로 나의 기숙사 생활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욱이 나의 이 스토리가 누군가로 하여금 이 분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걸로 난 이 글이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기숙사 경비를 담당하시는 아버님과 찍은 사진>
<인터뷰를 마친 후 한 이모님께 받은 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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