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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대상]일상의 행복
번호 : 151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3502

 

일상의 행복

 

 

 

“wow!!! Jinah! My mom accept my suggestion. I’m so happy to come to my hometown with you.”

“Really? Oh, I am very thankful to your family.”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 9, 나는 너무도 들뜬 목소리로 이번 명절에 집으로 같이 오라는 엄마의 소식을 지나에게 전했다. 전화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지나의 목소리는 나만큼이나 들뜨고 기뻐 떨리기까지 하는 듯 했다. , 신난다. 나는 이번 추석을 외국인 친구 지나와 함께 34일을 함께 지내게 된다! 엄마가 이렇게 쉽게 허락해 주실 줄이야. 지나는 내가 생활하고 있는 기숙사의 같은 층에 있는 외국인 친구이다. 머나먼 열도의 나라 이라크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러 온, 아주 우수한 재원이다. 모국에서 단 한명, 인재에 선발되어 우리 학교로 왔다. 무려 5개 나라의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얼굴까지 아주 예쁜 학생이다. 내가 지나를 처음 만난 곳은 2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기숙사 엘리베이터 안에서다. 인형같이 긴 속눈썹에 맑고 큰 눈망울이 너무도 예쁜 아이가 아직도 더위가 한창인데 긴 머릿수건을 쓰고 있었다. ‘히잡이라고 했다. 먼저 말을 걸은 내게 지나는 기다렸다는 듯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웃음으로 답해 주었다.

 

“Where are you from?”

“I am from Iraq. Nice to meet you.”

“How long have you been in Korea? Excuse me but what is your room number? I wanna be your friend.”

 

나는 부족한 영어실력이나마 대화를 이어가면서 이런저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가장학금으로 한국에 온지 두 달 되었다는 것, 같은 과에 친구가 없어 정말 외롭다는 것. 게다가 히잡을 쓰고 있으니 사람들이 더욱 피하는 것 같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그녀의 고충에 금방 공감을 하게 되었다. 히잡은 여자만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어디에서든 써야 하는 자기네 고유 문화라고 했다. 그렇게 첫 만남을 갖고 이후 우린 기숙사 내에서 서로 오가며 가깝게 지내던 중, 지나의 친한 룸메이트 페트라가 이번 추석에 한국인 친구 집에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는 문득, 모두들 명절 쇠러 떠나간, 아무도 없는 기숙사에 홀로 남아 있을 지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를 어쩌나. 고향에도 못가고 올 추석은 5일이나 되는데.... 엄마한테 얘기해 볼까? 잘하면 나도 지나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과연 엄마가 허락해 주실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조심스레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엄만 잠시 망설이다가 아빠한테 이야길 해보고 알려주겠다고 하시더니 얼마 후 흔쾌하게 승낙의 답변을 보내 주셨다. 기뻤다! 평소 엄마의 성품으로는, 누추하기 짝이 없는 집에 손님 모시는 것을 꺼려하여 허락을 안 할 법도 했기 때문에 더더욱 감격하여 그 길로 지나에게 소식을 전해 주었던 것이

 

! 그리고 34일간의 아주 특별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지나로서는 난생처음 한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또한 난생처음 지방의 작은 고장 나들이까지 하게 된 것이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 가 있을까. 기대와 호기심으로 들떠 있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았다. 미리 예약해놓았던 나의 버스표를 취소하고 어렵게 입석표를 끊어 제천가는 기차를 탔다. 이라크와는 완전히 달랐을 차창 밖 풍경도, 만원의 차내 모습도, 명절 분위기도 지나에겐 충분히 새로운 즐거움이자 볼거리였을 것이다.

 

역으로 마중 나온 엄마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나의 고단하고도 즐거운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영어가 안 되는 부모님을 위하여 수없이 통역을 해야 했으니 나중엔 입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지나는 평범한 한국인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로 옆에서 보고 느끼며 즐거워했다. 한국 음식을 먹고, 차례를 지내고, 성묘도 가고, 제천의 명소 의림지도 구경했다. 우린 끝도 없이 대화를 했고, 저녁엔 아랍어를 배우기도 했으며 전쟁 중인 그 나라 이야기를 들을 땐 잠시 슬퍼하기도 했다. 이튿날은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도 가보고, 외갓집도 방문했으며 오빠 친구들과도 만나 정말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외갓집 친척들 사이에서도, 오빠 친구들 속에서도 지나는 단연 인기 최고였다! 꿈같은 연휴가 끝나고 이제 다시 수원으로 가는 날.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우린 학교로 돌아와 일상에 복귀했다. 여전히 기숙사에서 만나고 이야기하며 그 때 그 추억을 되새기며 같이 웃곤 한다. 이제 지나는 더 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이곳의 생활을 잘 적응해가고 있다. 먼 곳에서 날아왔지만 이곳에서는 아주 가까이 내 옆에 있다. 같은 건물, 같은 층 불과 10m거리 내에.

 

사실 나는 기숙사 되기를 얼마나 염원했는지 모른다. 전국 가장 큰 규모에다 원거리 학생에게 우선 혜택을 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없지 않았다. 이미 밖에서의 생활을 몇 달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학사생활이 그리웠는데 학사는 그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아늑하고 깨끗한 방과 온도조절이 가능한 실내. 1시 통금시간이 지켜주는 안정감도 좋고 새로운 룸메이트를 만나는 기쁨도 정말 크다. 선배가 한 방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먼저 겪은 선배로서 학과 이야기며, 동아리활동, 꿈과 진로 등을 이야기 해 줄 때는 정말 많은 도움과 자극이 된다. 서로의 시간과 일정이 달라 못 볼 때도, 지켜야 할 일도 많지만 그 또한 사회생활의 하나로 미리 배워나가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여러 명이 같이 생활하며 갖춰야 할 예절과 도리, 그리고 절제와 배려까지 나의 몸과 마음에 배여가는 것을 느낀다. 게다가 메뉴 선택의 망설임 없이 언제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구내 식당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너무도 큰 덤이다. 기숙사에 살고 있는 과 동기생들을 불러 같이 먹을 땐 더더욱 즐겁고 맛있다! 때때로 정말 큰 행복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특히 엄마가 소윤인 좋겠다. 네 마음대로 뭐든 할 수 있고, 또 하고 있으니..... ”하실 땐 더욱 생생하게 실감한다. 그토록 염원하던 성균관대학교에 들어왔고, 안전이 보장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도서관이며, 동아리 실, 문화 활동을 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이용하고 누릴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강의를 들으며 도서관을 이용한다. 친구들을 만나고 동아리 활동을 하며 시간을 쪼개어 미술관도 가고 답사도 한다. 그 모든 시간들이 내 꿈을 키워가는 바탕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보낸 다음에 맞이하는 내 방에서의 시간은 너무도 평안하고 안락하여 가슴 저 아래에서 행복감이 피어 오른다.

 

그럴 때 나는, 이곳을 들어오지 못했다면 만나지 못했을 외국인 친구 지나도 생각하고 이곳에 있음으로 해서 경제적 부담과 불안감을 덜었다고 하시는 엄마도 더욱 생각하며 보고 싶어 한다. 가까운 곳에 친구들이 있어 결코 외롭지 않은 나는 그래서 하루 일과를 성실히 마치고 들어와 누운 이곳, 바로 기숙사 침대 위에서의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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