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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금상]응답하라 2009
번호 : 150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4007

응답하라 2009

2008년 눈 내리던 11월 어느 날. 첫 만남이었다. 기숙사와 고등학생이었던 나. 당시 공사 중이었던 신관 건물을 바라보며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해서 이런 건물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2009년 신입생시절기숙사란 곳은 단지 먹고 자는 곳이 아닌 인연을 시작하는 그런 곳이었다. 룸메이트 형들과 시험공부도 하고 밤이 새도록 수다를 떠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렇게 재밌게 지낸 1년이었지만 가슴 한 구석에서 날 괴롭히던 고민이 있었다. 시간이 해결 해줄 거란 생각에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1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 군복무를 하였지만 제대 후 시간이 해결해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해가 2년이 지났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시간이 더 필요함을 느낀 나는 휴학연장을 해야만 했다. 학교를 떠난 지 3년이 지난 2013년 다시 돌아온 캠퍼스였지만 2009년 호기롭게 대학 정문으로 들어오던 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두려웠다. 새로운 환경에서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다른 사람과 생활하는 것도. 모든 것이 낯설었다.

경제적 비용 때문에 선택한 인관이었지만 휴학 기간 동안 혼자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혼자만의 공간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새로운 룸메이트들과 다 같이 생활해야한다는 것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걱정과 함께 방문을 열었지만 내가 처음이었는지 아무도 없었다. 차라리 이게 좋다고 생각했다. 첫날을 혼자 보내고 둘째 날 2명이 입사했다. 어색한 인사 후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남은 1명이 입사했다. 이렇게 4명이 모이고 20131학기 1329호 생활이 시작되었다. 책상을 가장 구석에 자리 잡았던 나는 오로지 내 할 일만 했다. 머릿속에는 빨리 적응해서 늦은 만큼 열심히 해서 높은 학점을 받아야겠다는 아니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하나만 생각하다보니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처럼 나의 목표에만 집중했고 다른 룸메이트들을 배려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잠을 자는 것도 청소 하는 것도 무엇하나도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전공이 무엇인지 사는 곳은 어디인지... 그 날의 대화가 4명이서 다 같이 나누는 첫 대화였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전공도 비슷했고 생각도 비슷했고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상투적인 대화들이었지만 이 사람들과 어쩌면 잘 지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탠드 불로 어두운 밤을 밝히며 과제를 하던 며칠 후 어느 날, 룸메이트 한 명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과제에 관한 것이었다.그러다가 다른 이야기로 화제가 전환되었고 다른 룸메이트들도 과제에 지쳤는지 대화에 동참하였다. 그 날 우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다음 날 모두 피곤에 허덕였지만 기분만큼은 좋았다. 재밌었다. 그 이후 그렇게 우린 친해졌다. 저녁 때 다들 방에 들어오면 그 날 일과를 이야기하며 혹은 화젯거리를 이야기하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다 같이 야식을먹기도 하고 일주일에 모두 모이는 날이면 구역을 정해 방청소를 하고 다 같이 음료수를 마셨다. 금요일 밤이면 영화를 다운받아서 방 불을 끄고 노트북을 통해 영화관처럼 다 같이 영화를 보곤 했었다. 어느 날은 다음 날이 예비군 훈련인데도 밤늦게 까지 룸메이트와 영화를 보다가 늦잠을 자서 군복만 입고 부리나케 방을 뛰어나간 적도 있었다.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나였지만 기숙사 생활을 지속하면서 나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배려였다. 처음 심리적 압박으로 다른 룸메이트를 생각하지도 배려하지도 않았던 나였지만 점차 나의 생활에는 다시 배려라는 단어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슬리퍼 끄는 소리가 룸메이트에게 방해가 되진 않는지 일찍 자는 룸메이트를 위해 방 불을 꺼야 되는 건 아닌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나였다. 마음가짐도 한결 가벼워졌고 마음이 가벼워지니 모든 일에 여유로워지고 어떤 상황에도 웃으면서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렸던 나의 모습, 2009년 당시 모습이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던 고민들이 꿈틀대며 나오려 할 때마다 항상 나를 반갑게 맞아주던 룸메이트들은 그 고민들을 가슴 한 구석에 접어 둘 수 있게 해주었고 1학기가 끝났을 땐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느꼈던 낯설음은 주변이 변해 낯설었던 것이 아닌 변해 버린 나 자신에 대한 낯설음이었을지 모른다. 4월에 봄이찾아와 얼어붙은 것을 녹이듯 룸메이트들과의 생활은 나에게 봄과 같았고 얼어붙은 내 마음을 녹일 수 있었다.

보통 대학교라는 곳은 집과 거리가 있어 타지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기숙사, 하숙, 자취 이외에도 다양한 생활방법이 있다. 이 중에서도 나는 기숙사 생활을 권해주고 싶다. 누군가 말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그 만큼 사람을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 물론 대학생활에 있어 사람을 접하고 만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같이 생활하는 것만큼사람 냄새나고 정다운 게 또 있을까? 비록 1학기 목표 했던 학점을 얻진 못했지만 기숙사 생활을 통해 얻지 못한 학점 보다 더 크고 값진 잃어버렸던 나를 찾을 수 있었다. 밤늦게 스탠드를 켜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유독 1329호 룸메이트들이 보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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