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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은상]룸메이트 어때?
번호 : 148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5093

룸메이트 어때?

룸메 어때?”
이 말은 학기 중에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가 흔하게 듣는 질문입니다. 룸메이트는 한 학기 동안 한 방에서 같이 지내야 하는 학우이기 때문에 누구나가 좋은 룸메이트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최악이야”, “망했어”, “개념이 없어등의 실망섞인 대답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난 6학기 동안 기숙사에서 지내온 저는 부끄럽게도 이 흔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들이질문을 할 때마다 저는 매번 잘 모르겠는데?”라는 식의 무성의한 대답을 하였습니다. 사실 이 대답은 무성의한 것이 아니라, 정말 룸메이트에 대해서 잘몰랐기 때문에 한 대답이었습니다. 매 학기 새로운 방으로 이사하는 날, 룸메이트와 서로 간단한 인사만 하고 그 이후에는 서로 방만 같이 공유할 뿐, 사적인 대화는 거의 하지를 않았습니다. 그 흔한 야식 한번 같이 안 먹어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학기말에는 룸메이트와 어색한 이별을 했습니다.

이런 기숙사 생활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의 변명을 해보자면, ‘무익함때문이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할 무렵에 기숙사를 지원하지도 못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아서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취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를 신청하지 못하여 부모님께 죄송스런 마음도 있었고, 앞으로는 내 일을 주체적으로 행동해야겠다는 의지로 복학생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며 공부만 죽어라 했습니다. 다행히 다음 학기부터는 바로 지관에 입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기숙사는 자취보다 좋았습니다. 밥도 끼니마다 다양하게 나왔고, 추울 때는 난방이, 더울 때는 에어컨이 나와서 크게 걱정할 일 없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공부만 하다 보니, 룸메이트와 지내는 시간이 줄었고 이후에는 에이 어차피 6개월 뒤면 남남이고 또 다시 새 룸메이트 정해지는데 거추장스럽게 인연 만들려고 힘 들이지 말자. 시간도 없는데 내 할 일에나 더 투자하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룸메이트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고, 웬만큼 불만이 쌓이지 않으면 괜한 일로 힘들이기 싫다는 생각에 있는 듯 없는 듯 지냈습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룸메이트와는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작은 변화를 일으킨 2개의 사건이 생겼습니다. 기숙사 신청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는 바람에 추가 입사로 인관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21에서만 살던 저는 ‘41인관이 낯설었습니다. 그곳에서도 역시나 새 룸메이트들을 만났습니다. 한 살 위의 형, 같은 나이의 친구 그리고신입생 막내가 한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이전과 다르지 않게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이사 짐을 풀면서 제 할 일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일 나이 많은 룸메이트 형이 한 학기 동안 지낼 방인데 다 같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자라고 제안했습니다. ‘자기 구역만 깨끗이 치우면 되지라는 생각에, 요란하게 청소하자는 룸메이트 형의 제안이 당시 저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나머지 룸메이트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서로 나서서 청소하려는 모습이 제 눈에는 가식으로 비춰졌던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형의 말대로 청소를 했고, 이후에 웬만하면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형이 제 책상 밑을 쓸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 자리 쓴 김에 너 자리도 같이 했어라며 웃는것입니다. 그 이후로 예전의 불만은 조금씩 사라졌고, 룸메이트와 대화라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건은 시험기간 중에 있었는데, 당시에 감기 몸살에 걸려 기숙사에 일찍 들어온 날이 있었습니다. 저녁 7시쯤이었는데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불을 끄고 잤습니다. 한 시간 정도 자고 눈을 뜨니, 아직 불이 꺼져있고 조용하기에 아무도 안 들어왔나 싶었는데 룸메이트들이 스탠드를 켜고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제 생각에는, 저녁 8시면 아직 잘 시간도 멀었고 시험기간이라 공부할 것도 많아서 불을 킬 법도 한데, 한 친구가 잔다고 해서 불도 안켜고 조용히 하는 그 상황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예전에는 잊고 지냈던 작은 행복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행복이란 것이 이렇게 사소한 일상으로부터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을 느끼게 되니 자연스럽게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도 풀리고, 제가 원하는 일도 더 잘 되는 선순환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사실 룸메이트와 친해지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드는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룸메이트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가짐이라는 것 역시 알게 되었습니다.

백만매택(百萬買宅) 천만매린(千萬買隣)’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백만금으로 집을 사고 천만금으로 이웃을 산다는 뜻인데, 함께하는 이웃이 좋으면 인생이 행복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룸메이트는 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정해지긴 하지만 일종의 이웃입니다.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한 학기동안 이 룸메이트와 한방에서 함께 지내야 합니다. 어쩌면 학기 중에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존재가 바로 룸메이트일 것입니다. 이런 룸메이트와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지낸다면, 그 자체가 굉장히 큰 스트레스이고 불행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어쩌면 어떤 분들은 예전의 제 모습처럼 소통하기를 애초에 포기하여, 적당히 지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위의 경험을 통해서 하나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남을 위해 자기가 가진 것을 조금씩 포기할 줄 알고, 배려할 줄 알며 행복을 줄 수 있는 룸메이트들이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처음 만나는 사이이기에 서로를 잘 모를 뿐이며, 쑥스러운 탓에 서로 먼저 다가가지 않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 룸메이트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호기심으로 나부터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과정을 거친다면, 내 룸메이트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사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곧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제가 학우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한 가지 숙제를 내주고 싶습니다. 새로 만나게 되는 룸메이트의 장점 3가지를 찾아보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선한 동시에 악하며, 이타적인 동시에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세상 어디에도 완벽히 선한 사람 또는 완벽히 악한 사람은 없습니. 그저 내가 상대를 선하게 보려고 하면 선한 모습이 잘 보이고, 악하게 보려고 하면 악한 모습이 잘 보일 뿐입니다. 룸메이트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면서, 룸메이트와 시간을 함께 보내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배려 깊은 룸메이트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룸메이트에게 배려하면서, 서로가 천만금 이상의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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