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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당선작 동상 - 이하담
번호 : 60 등록일 : 2012-11-19 조회수 : 1874

 

[ 63실 생활백서 ]

 

여학생들은 63실에 살기를 꺼려한다. 아파트 같은 방에 여러 명이 모여서 사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개인성이 조금 더 보장되는 21실이나 44실 같은 다른 방처럼 63실이 더 생활하기 편하다고 생각한다. 단 룸메이트들끼리 편하고 친하다는 보장 하에!

외동이어서 집에서는 항상 혼자 편했던 생활과는 다르게 기숙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처음엔 여러 명의 또래와 함께 지내는 것이 걱정되었다. 항상 혼자서 지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남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고 나 또한 예민하지는 않지만 불편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룸메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하고 마주쳐도 인사정도만 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기에 바빴다. 아마 여기까지가 모두가 생각하는, 그리고 실제로 거의 대다수의 63실의 생활이다.

몇 주를 이렇게 지내고 나서 차츰 기숙사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할 즈음 현관에서 우연히 룸메이트 언니를 마주쳤다. 내가 평소처럼 인사를 하고 얼른 방으로 들어가려고 신발을 벗는데 옆방 언니가 나를 세우면서 번호를 가르쳐달라 하는 것이다. 당황한 나는 그냥 어정쩡하게 번호를 교환하고 서둘러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카톡 단체채팅방이 생겼다. 이런 식으로 언니가 6명의 번호를 모두 모은 것이다. 며칠 뒤, 우리는 여섯 명이서 거실에 둘러앉아 매우 어색하게 첫인사를 했다. 돈도 조금씩 모아서 치킨도 시켜먹으면서 말이다. 서로 자기소개를 한 다음 청소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필요한 도구는 없는지 생각해보고 남은 돈으로 청소도구를 사서 비치해두었다. 청소는 일주일에 한번씩, 한 번에 두 명이서, 환기가 되어야 하니까 그 시간에는 방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놓을 것도 정해두었다.

 

63실에 살아본 모든 사람들이 겪은 최고의 문제는 바로 청소문제이다. 공동으로 두 개의 욕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막 쓰고 서로 청소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기심이 쌓이고 쌓여서 나중에는 손 쓸 겨를도 없게 더러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방은 처음에 당번을 정해두어서 청소 걱정 없이 항상 깨끗한 욕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방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먼저 더럽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혹시 다음에 63실에 살 예정이라면 꼭 처음에 서로 친해져서 다 같이 청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606호 단체 카톡방이 단지 청소당번을 알리는 용도로만 쓰인 것만은 아니다. 대학에 처음 들어와 모든 것이 어색하고 힘든 새내기들에게 언니들은 친절하게 조언해 주시면서 레포트는 어떻게 쓰는 건지, 빨래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은지, 같이 여러 부분에서 도움을 주시면서 우리가 차차 적응해 갈 수 있도록 해주셨다. 여러 명의 또래와 더불어 많은 선배들도 알 수 있는 것이 또한 63실의 장점인 것 같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방문을 열고 나와 옆방에 가서 물어보면 되고 나눠먹을 것이 있을 때도 쉽게 나눠주고 함께 먹을 수 있는 것도 생활의 소소한 재미였다. 서로의 생일 때는 몰래몰래 준비해서 거실에서 나눠먹으며 축하해주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다섯 명의 룸메이트 중에서 가장 나와 생활의 많은 부분을 공유했던 사람은 그래도 나와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였다. 같은 새내기에 같은 학부인지라 입사한 첫 날부터 엄청난 폭풍수다를 떨며(심지어 둘 다 경상도 출신이다) 어색함 없이 지내게 되었다. 다행히 서로 아침수업이 있는 날도 비슷해 서로의 잠을 방해하지 않고도 사이좋게 씻고 챙기고 어쩔 땐 같이 아침도 먹고 수업을 갈 수 있어서 편했다. 굳이 아침 스케줄이 비슷하지 않더라도 서로 이미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룸메가 내는 소음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애초부터 서로 친한 사이가 되면 룸메 사이에 발생하는 소음문제도 서로 예민하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먼저 서로 친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무슨 전공을 하고 싶은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어떻게 만났는지 서로 물어보고 요새 누구랑 잘 되어가고 있다며 서로 조언을 구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도 서로서로 얘기해가면서 즐겁게 이야기했다. 이런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서로 양해해 주었으면 하는 일들도 마음속에 꼭꼭 담아두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했다. 예를 들면 스탠드 불빛이 너무 강해서 밤에 잠을 뒤척이게 되는 것이나 공부할 때는 서로 조용히 해주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불편함을 주기 전에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했기 때문이다. 물론 둘 다 예민하지 않아서 작은 것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탓도 있었지만 노력과 친밀함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친구는 2학기가 되어서도 서로 친하게 인사를 나누고 밥을 같이 먹는 사이가 되었다. 한 학기동안 나와 함께 지냈기에 나의 모든 것을 부모님만큼 잘 알고 있는 좋은 친구가 된 것이다. 이것이 기숙사 생활의 가장 좋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63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어느 형식의 방에 살던지 간에 내가 먼저 노력하면 그 곳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내 방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학생들이 서로 룸메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불편한 점들도 바로 말하고 맞춰가는 즐거운 기숙사 생활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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