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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당선작 대상 - 이헌민
번호 : 59 등록일 : 2011-12-15 조회수 : 2753

 

[ 재입학 지각인생, 그리고 함께했던 봉룡학사 ]

 

나는 2011년도 2학기 재입학생이다. 학번은 06으로 시작하지만 현재 1학년이다. 불안했던 06년과 07년을 재수, 삼수로 보내고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자의반 타의반으로 학교로 081학기로 돌아왔다. 그러나, 학교에 정을 붙히지 못하고 바람 앞에 흔들리는 등불 같은 마음으로 그렇게 또 불안한 일탈로 인해 학교생활에 실패했다. 실패에 찌들어 도피하듯 군대를 다녀왔고,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2년동안 수없이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토록 불안했던 내 삶을 보내고 2011년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던 지난 겨울……. 이미 학고 3번에 제적 처리가 되어 있었고, 패배자의 심정으로 재입학 신청을 하게 되었다. 재입학 신청서를 제출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나도 모르게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번 학기에는 정말 학교에 적응을 해야할 터인데…….” 그렇다. 이번에는 실패를 용납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그냥 학교 다니는게 뭐가 그리 어렵냐고 하겠지만, 상처로 얼룩진 지금까지의 내 학교생활을 보다듬고 부끄럽고 치욕적이지만 다시 1학년부터 차근차근 해야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다. 더 이상 가족이 힘들어하는 모습과 지칠대로 지쳐하는 내 자신을 더 이상 볼 수는 없었다.

 

반드시 이번 학기부터는 적응하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야만 했던 나는 봉룡학사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집도 서울이고 사당에서 가까워서 굳이 기숙사를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내 의지는 남달랐다. 삶의 모든 것을 학교에 두겠다는 생각이었다. 전역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채 다시 짐을 꾸리고 수원으로 향했다. 마치 재입대를 하는 기분 같아서 좋지 않았지만, 내 표정은 덤덤하게 굳어 있었다. 부끄러운 재입학생, 이헌민. 룸메이트들과는 잘 지낼 수 있을까. 남들 앞에 나를 당당히 소개하기란 너무 힘든 일이고 가혹한 일이었다. 그래도 수그리고 다니고 싶지는 않았기에 당당히 친구들도 사귀고 정을 붙히리라 마음 먹었다. 입사하던 날, 우리 41실의 룸메이트들을 다 보니 2011학번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에겐 갑자기 룸메이트로 06학번이 왔으니 많이 의아해했을 것이다. 룸메이트들과도 잘 지내고 싶었기 때문에 5살 많은 형으로서 먼저 다가가고 먼저 살갑게 굴고 노력을 많이 했다. 어려웠던 형이었겠지만, 점차 마음도 열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지낼 수 있었고, 나 또한 형이라는 책임감으로 뭐든지 솔선수범해서 룸메이트들을 이끌었던 것 같다. 어느 방을 보더라도, 수업 가거나 돌아올 때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거나 혹여나 통금 시간 1시까지도 안 오면 어디야 오늘 안 들어오는거니?”라는 문자 하나 남길 수 있는 방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끼리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서로를 챙겨줄 수 있었고, 이것이 또한 나의 학교 생활 적응에 가정 같은 역할로 큰 보탬이 되었다. 이렇게 가족 같았던 룸메이트들과의 기숙사 생활은 다시금 이 봉룡학사를 잘 택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또한, 학교를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1학년의 여러 학업적인 정보력이나 학교 생활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는데 룸메이트들과의 편안한 소통을 통해 많은 것을 듣고 배우고 할 수 있었다. 이 지면을 빌어, 늦깎이 이 못난 형이 잘 몰라서 이것저것 물어봐도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도움을 주었던 룸메이트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들 덕분에 학교 생활도 무난하게 잘 해나갈 수 있게 되었고 나쁘지 않은 성적도 받고 차츰 학교 생활에 대한 자신감도 붙을 수 있었다. 내가 만약, 봉룡학사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고 통학을 했더라면 이만큼 적응을 할 수 있었을까? 수업은 수업대로 건성으로 듣고 집에 바로 와서 또 딴 생각에 빠져들어 또다시 패배의식의 구렁텅이로 들어가진 않았을까. 그러면서 또 자포자기하다가 학교를 급기야 또 관두고 안 나가지는 않았을까.

 

기숙사 식당에 관해서도 꼭 적고 싶었다.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시작해서 중, , 군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급식을 해보았지만, 이토록 잘 되어있고 깨끗하게 잘 나오는 식당은 처음 봤다. 집에서도 제대한지 얼마 안 된 아들을 다시 학교에 보내면서 밥 문제를 가장 많이 걱정하셨다. 그러나, 봉룡학사 식당의 급식 질을 느끼고서는 되려 식권이 모자를 정도로 꼬박꼬박 참 맛있게 먹고 집에다가도 그리 말씀 드리니 너무나 안심하시고 좋아라 하셨던 기억이 난다. 친구 하나 없는 학교로 돌아와, 무작정 기숙사 생활 하면서 그래도 식당에서 반갑게 맞아주시고 웃어주시던 경비 아저씨들과 그리고 반찬을 배식해 주며 웃음과 따뜻한 인사 한마디로 맞이해주시던 식당 아주머니들……. 모두가, 나에겐 학교에 정을 붙이고 잘 다닐 수 있도록 인도해준 큰 역할을 해준 고마운 분들임에 틀림이 없다.

 

학교생활에 회의감이 들고, 이도 저도 하기 싫어서 학교에 안 나가고 패배의식에 찌들어 되려 그런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 놀기만 했던 나였다. 레포트를 내본 적도 없고 수업시간에 필기를 해본 적은 당연히 없거니와 수업 조차 초반에 몇 번 나가봤던게 다였던 나였다. 그런 내가 지금은, 학교에서 학우들과 밥도 같이 먹고 레포트도 꼬박꼬박 잘 내며 수업도 안 빠지고 열심히 들으며 학교생활다운 학교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이런 내 변화된 모습은 분명 삶의 근본을 아예 학교로 두게 해준 봉룡학사 기숙사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고 또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늦은 지각인생을 부끄러워하고 힘들어하던 내가 이제야 겨우 1학기를 마치고 첫 걸음마를 떼었지만, 봉룡학사와 함께하는 이 1학기가 나에게 준 의미는 매우 크다. 가장 큰 것은 바로 나도 할 수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내 자신이 재입학생이고 지저분한 학적이 있음에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번 학기를 통해 나도 할 수 있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남들 못지 않은 대학생활을 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학기 초반에 다시 마음의 병이 도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이 나이에 새로 시작하여 언제 졸업하고 언제 취직을 하나. 언제까지 해야만 하는 것을 하며 지내야 하는가. 이러다가 내 젊음은 다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학교생활을 잘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이 들자 언제 그랬냐는 듯 회의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었다. 내년 1학기에는 동아리도 들어볼 생각이다. 벌써부터 기대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지각인생이지만, 내 학교생활의 삶마저 늦지는 않았다. 난 내가 할 수 있음을 느낀다. 나에게 이런 큰 변화를 안겨준 봉룡학사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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