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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당선작 은상 - 방야호
번호 : 56 등록일 : 2011-12-15 조회수 : 2194

 

 

[ 서른, 처음으로 기숙사 생활을 경험하다 ]

 

20093, 나는 30에 가까운 나이에 다시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취업하기엔 확실히 늦은 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항상 공부에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취업 문제는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편이 아니었기에 3년제 대학을 택했고, 일하면서 공부하느라 나는 늘 시간에 쫓겼다. 주변 친구들이 공부만 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물론 아직도 어떤 것이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인지 확신이 서지 않으나) 졸업을 했고, 직장생활이 2년이 다 되어 갈 때쯤,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던 학업에 대한 아쉬움, 공부만 하면 과연 내가 어느 정도 까지 해낼 수 있을 까라는 미련과 두려움, 그리고 후회가, 어느 순간 의지로 바뀌었고, 그렇게 5개월의 짧은 수험 생활 후 성균관대에 편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입학 후의 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돈에 대한 걱정 없이 공부하는 것이 내가 다시 대학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기본 전제였는데, 집안일을 해결하고 첫 학기 학비를 내고 나니, 수중에 남은 돈이 거의 없어서 그 당시에 같이 편입한 동생한테 가끔 쌀을 빌렸던 기억이 난다. 주말마다 알바를 하면서 간간히 돈을 벌긴 했지만, 먹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 정말 힘들었었다. 그래서 다시 돈을 벌기 위해 급하게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로 1년 반, 돈을 열심히 모았고, 다행히 당분간은 내가 번 돈을 나만 써도 되는 괜찮은 환경이 만들어져서 다시 2011년 올해 학교로 재입학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사시는 곳은 경기도 시흥으로 수원에 있는 성균관대와는 꽤나 거리가 멀다. 거의 편도만 2시간 가까이 걸린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 1학기부터 기숙사에 들어와서 살고 싶었지만(편입생은 졸업할 때까지 2년간 매학기 전공으로만 최소5과목은 들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일단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밥 먹는 시간 외엔 대부분 공부에 투자 했다(그래도 집에 가려면 학교에서 밤9시에는 나와야했다). 또한 학교 다니면서 돈 벌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게 이렇게나 편한 건지 서른이 돼서야 느끼게 되었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성대에서 받은 첫 번째 학점 4.03/4.5는 정말 기적과 같은 점수였다. 아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나는 시험에 관한 정보도 거의 없는 상태였고, 그 간단한 미적분 문제와 공통물리, 화학 수준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책을 참고해야만 했었다.

그래서 방학 때 결심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다니는 시간만 줄여도 하루에 최소2시간은 더 공부 할 수 있겠구나 라는 마음에 학교 기숙사를 알아보게 되었고, 합격하기 가장 어렵다는 지관에 붙어서 이번학기를 보내고 있다.

서른이 돼서야 처음으로 학교랑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꿈만 같았고, 지내보니 소문대로 가장 생활하기 편하고, 쾌적한 곳임이 틀림이 없다. 룸메이트랑 같이 지내지만 그래도 내가 살던 집보다는 훨씬 넓고, 책상도 크고, 샤워장도 있고, 침대도 있다. 30년을 바닥 생활만 하다가 침대에서 자보니까 역시 좋더라.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누군가는 코웃음을 치겠지만, 만족은 상대적인 것이다. 나는 지금 무척이나 행복하다. 룸메이트랑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난다. 입사가 완료되고 나서 며칠간 룸메이트가 방에 들어오지 않자, 나는 룸메이트가 누군지 무척 궁금했다. 아마도 내가 지관에 사는 학생 중에는 나이가 제일 많을 것이었고, 그것이 룸메이트한테 불편한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고 룸메이트가 밤11시 정도에 들어왔던 것 같다. 일어나서 인사를 하는데 학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04학번이었다. 나름 학교에서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볼 수 없을 정도의 고참이니까 아마 내가 더 어릴 것으로 생각했나보다. 이 상황에서 나이를 말하기도 뭐하고 해서, 학과에서 쓰던 방법으로 학번은 07이지만 저는 예비군 훈련이 끝났습니다.” 라고 했더니 눈치를 채고, 알아서 먼저 형이라고 불러줬다.

기숙사는 공동생활을 하는 곳으로 어느 정도는 예의를 갖춰야 한다. 같이 생활하는 룸메이트가 밤새 게임이나 하고, 신경 쓰이는 잠버릇이 있다면, 무척이나 난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려는 내 의지를 하늘이 도우시는 지, 나랑 생활패턴이 무척이나 비슷하고, 공부도 무척 잘하는 학생이었다.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

기숙사 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나는 사실 기숙사 식권이 모자라는 아주 드문 학생일 것이다. 가끔 주말에 집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기숙사 밥으로 매일 3끼를 먹는다. 생각보다 맛도 괜찮고, 영양가도 괜찮은 것 같은데, 메인으로 나오는 반찬의 양이 적다고 생각한다. 그것만 개선되면 참 좋을 것 같다. 다른 건 식권부족으로 거의 이용해보지 못했다.

나는 사실 기숙사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 24시간 뜨거운 물 나오고, 방도 따뜻하고,

옆방에서 크게 떠드는 사람도 없고, 아마 다른 사생들의 불만 사항이 많은 걸 보면, 내가 좀 세상사는 데 덜 민감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매일 2시간 정도 아껴서 공부에 사용했으니 이번 3학년 2학기는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만, 중간고사 결과를 보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누군가에게는 방 값이 비쌀 것이고, 밥맛이 없을 것이고, 불편한 것 투성 인 곳이지만, 우리학교 수준에서 이 정도로 대규모로 기숙사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없다. 기숙사의 존재만으로(그 속이 어떻든지 간에 이미 많은 학생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타지에 자식을 보내는 부모님의 마음만은 어느 정도 안심이 될 것 이라고 본다. 일 때문에 하루 종일 집에 안 계시는 내 어머니께서도 반찬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말을 이번 학기에는 하지 않으셨다. 나는 그게 무척이나 감사하다.

기숙사 생활하는 학생들 모두가 기숙사를 내 집처럼, 룸메이트를 친한 선후배로, 청소하고 밥 해주시는 분들을 내 어머니로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한다면, 좀 더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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