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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고맙습니다.
번호 : 189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2453
 
 
 
 

고맙습니다.

 

2013년 3월 1일, 저를 데려다 주기 위해 올라오셨던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혼자 하는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약간 보수적인 면이 있으시고, 특히 아버지께서는 요즘 세상은 위험하다며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저는 밤늦게까지 논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또, 다들 그렇겠지만 고등학교 때는 학교와 독서실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마음껏 놀아보지 못했기에 혼자 생활하게 된 것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작이었습니다.

1학기 때, 특히 학기 초에는 정말 밤에 매일같이 밖으로 나갔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술도 좋아했기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과 술을 먹고 놀다가 통금 시간인 1시가 다 되어서야 아슬아슬하게 방으로 들어와 쓰러져 자곤 했습니다. 한 번은 술을 마시다가 통금 시간을 넘겨 기숙사로 들어오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날, 취한 채로 밖을 돌아다니다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기까지 했습니다. 밤에는 이렇게 놀러 다녔고, 낮에도 사실상 방에 있는 시간보다 도서관이나 다른 곳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다른 사람과 있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고, 기숙사가 그렇게 좋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1학기가 지나고, 저는 다행히 2학기 때도 예관에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같이 방을 쓰게 된 룸메이트 언니는 정말 바쁜 생활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방에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심지어 잠도 일하는 곳에서 자거나 밤을 새고 아침에 들어오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거의 방을 혼자 쓰는 셈이 되었고, 처음에는 사실 정말 편하고 좋았습니다. 문제는 제 생활이었습니다. 아무도 눈치주거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으니 방은 점점 더러워졌고, 저는 매일 방에서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빈둥거렸습니다. 쓸데없이 잠자는 시간도 길어지고, 끼니를 제때 먹지 않고 대충 때우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중간고사 날, 오전 8시 시험이 있던 날 저는 7시 46분에 눈을 떴습니다. 정말 그때 느꼈던 당황스러움과 자괴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시험을 보기는 했지만 점수는 당연히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 날 저는 저의 잘못된 생활이 제 몸과 정신에 정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저는 먼저 방 대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바닥을 쓸고 닦으니 엄청난 먼지와 더러운 것들이 나왔습니다. 이런 방에서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는 게 대단할 정도였습니다. 어질러져 있던 책상과 옷장, 서랍도 모두 깔끔하게 정리하고, 건강을 위해서 과일도 사다 놓고, 방이 건조한 것 같아 집에서 숯도 가져다가 물을 뿌려놓았습니다. 방이라는 그 좁은 주변 환경만 바꾸었는데도 제가 새 사람이 된 것 같았고, 하루를 상쾌한 기분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참에 좀 더 넓은 내 주변을 둘러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많이 시간을 같이 보내지는 못하지만 가끔 룸메이트 언니를 만나면 더 반갑게 인사를 하고 먼저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니 언니도 처음보다 훨씬 더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고 저에게 필요한 도움도 많이 주셨습니다. 또, 우리 기숙사 경비아저씨들께 먼저 웃으며 인사드렸습니다. 그러자 더 활짝 웃으시면서 인사해주시고 밥 먹었냐고 물어봐주시는데 저는 그때 정말 큰 기쁨을 느꼈고, 어떤 긍정적이고 행복한 에너지가 제게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별것 아닌 말과 미소 하나에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작은 일을 했을 뿐인데 저에게 훨씬 큰 것들이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학기 초에는 잘 느끼지 못했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제가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정말 많이 계셨습니다. 가끔 열쇠를 깜빡해 경비아저씨께 열쇠를 빌리러 가면 항상 안 빌려준다고 장난을 치시는데 그게 마치 저희 아빠 같아서 너무 좋고 그래서 계속 웃음이 나옵니다. 늦은 시간까지 좁은 경비실을 지키시느라 무료하실 법도 한데 한 번도 기분나빠하시거나 짜증을 내는 모습을 못 보았습니다. 항상 학생들에게 웃는 얼굴로 대해주시고 자기 딸들처럼 챙겨주십니다. 기숙사에서 일하시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로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솔직히 가끔은 정말 심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더러운 화장실을 묵묵히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계십니다. 작고 마른 체구로 매일 커다란 쓰레기더미를 치우시고, 항상 반짝반짝한 복도를 위해 걸레질을 하십니다. 또, 기숙사 식당에서 항상 친절하게 음식을 주시는 아주머니들도 계시고, 다른 일도 바쁘실 텐데 사소한 안내까지 꼼꼼하게 챙겨주시고 진심으로 학생들과 학생들의 제대로 된 생활을 위해서 노력하시는 기숙사 조교님들도 계십니다. 제가 이렇게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 분들 덕분이었습니다.이것을 알고 나니 제 모습과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었고, 저 자신도 바뀌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이나 전기도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껴 쓰게 되었고, 요즘에는 지나가다 쓰레기가 보이면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합니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예관에 다시 들어오기 위해서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곳에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아빠 같은 경비아저씨와 엄마 같은 아주머니들, 그리고 친언니 같은 좋은 룸메이트를 만날 수 있었고, 이러한 기숙사 생활은 가족과 떨어져 사는 허전함을 채워주었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가족 같은 기숙사과 정이 들었고, 대학교를 떠날 때까지 저는 여기에서 살 것입니다.

제가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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