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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또 하나의 가족, 인관 1219호
번호 : 188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2522

또 하나의 가족, 인관 1219호

 

어느덧 2013년 12월이다. 옛날에 어른들이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라고 하신 말씀이 이해가 안됐는데 이젠 무슨 말인지 조금씩 알 것 같다. 엊그제만 해도 기초학문관이 어딘지도 몰라서 수업 시작 5분전에 모르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31318이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었던 것이 생각난다. 이제는 전공진입신청도 척척 하고 모르는 것 있으면 행정실도 찾아가고 이곳저곳 지름길로만 다니는 성균인이 다되었다. 2012년 12월 나는 대박친 수능성적표를 들고 대학교 원서 넣기에 바빴던 재수생이었다. 몇 번이고 상담받고 고민하면서 대학교를 지원했었고 결국 생각지도 못했던 성균관대학교를 입학하게 되었다. 이 기회로 원래 소심하고 조용했던 나를, 적극적이면서 활동적인 나로 바꾸어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수업 대부분을 독강으로 듣고 동아리도 안 맞아서 나오다보니 어느 곳 하나 소속되지 않는 본래 소심하고 조용했던 예전의 나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볼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없었었다. 그렇게 소속감이 없었던 때, 1학기 시절 기숙사 인관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었다.

나에게 기숙사란 최초로 집 밖에서 부모님 도움 없이 살아감을 뜻했고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었다. 처음에 오자마자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정말 막막했었다. 공부만 했지 사람들과의 관계가 없었던 재수생이라 더더욱 어떻게 얘기를 시작할 줄 몰랐었다. 통성명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두 명이 08학번인 고학번 형들이었다. 12학번인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지만 거의 잠잘 때만 들어와서 대부분의 시간은 08학번 형들과 지내다보니 상당히 부담도 되었었다. 이 때, 이런 어색함과 부담감을 같이 밥 먹는 걸로 해결했다. 인관, 의관 심지어 예관에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먼저 형들한테 긱밥먹자고 하게 된 것이지만, 같이 밥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 하고 특히 많은 조언들을 듣게 되면서 친해졌다.

듣다보니 4년 동안 쌓인 형들의 경험과 내공은 정말 대단했다. 이렇게 생활하면 어떤 성적을 받게 되고 곧 얼마 안 있으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예측하니까 신기하면서도 그 형들의 조언들을 다시 새겨듣게 되었다. 또,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다보니 더욱 친해지게 된 것 같았다. 같이 야구 경기 보고 드라마를 보면서,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이것저것 공유하면서, 생판 몰랐던 사이가 가장 친한 사이로 바뀌게 되었다. 주말이 되면 창문과 방문을 열고 같이 청소도 하고, 시험기간에는 다 같이 비장한 마음을 먹고 디도에서 공부하고, 공부를 마친 다음에는 야식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그런 사이 말이다. 꼭 가족 같았다, 아니 어느새 가족이 되어 있었다. 어디 하나 소속감이 없었던 나에게 기숙사 인관은 새로운 소속을 주었다. 인관 1219호.

1학기가 다 마쳐갈 때쯤이었다. 시험도 다 마치고 짐도 어느 정도 싸놓은 상태의 밤이었다. 서로 방학 때는 뭘 할 건지 얘기해 가면서 헤어지는 걸 아쉬워했다. 그렇게 마지막 날에 형들이 차에 짐 싣는 것을 도와주면서 1학기가 끝났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웃으면서 재미나게 놀았던 것이 겨우 1학기 지났는데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아직도 인관이 있는 쪽문으로 걸어갈 때면 한 번씩 2층을 바라보면서 웃게 된다. 앞에 있는 밍기뉴 매점이 왠지 모르게 친근하고 의관 식당이 오래전부터 알았던 식당 같았다. 방학 때 한번 보면서 2학기 때 만나기로 했으나 비가 와서 못보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벌써 2학기도 끝나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서로 만날 때 거리에 서서 몇 십 분씩 서로의 근황을 얘기하고 헤어지곤 한다. 계절학기 때 보기로 했는데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2학기는 신관 4인 1실에서 살았다. 모두가 13학번인데 거기다 내가 형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인관 때와는 다르지만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같이 밥을 먹거나 취미가 비슷하면 금새 친해질 텐데 서로 다르다보니 생각보다 친해지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 2학기는 많은 것을 느낀 학기인 것 같다. 벌써 4학년이 된 것 같이 학교와 기숙사가 익숙해졌고, 1학기 때 형들이 해주었던 조언들이 그때는 이해가 안됐었지만 이제 하나 둘씩 몸소 이해가 되는 학기였다. 또,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한 학기기도 했다. 계절 학기를 들으면서 겨울방학은 여기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 캠퍼스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지관에 가게 되는데 새로운 룸메이트는 누구일지가 기대도 되면서 어떻게 하면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운전할 때 자신의 본래 성격이 운전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한다. 같이 사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적어도 잠자고 일어날 때만큼은 같이 있어야 하니 내가 살아왔던 행동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다 보니 그러한 행동들이 어떤 사람한테는 피해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한테는 당연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나와 다르다고 무시하고 매번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아가기보다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야기를 통해 조정해나가고 같은 것은 공유하면서 하나의 가족같이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014년에 만날 사람들도 1학기와 같이 친해져서 좋은 추억을 쌓아서 기숙사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고 또 하나의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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