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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특별한 장소
번호 : 180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2121

특별한 장소

 

무궁화호로 약 2시간 45분. 전철과 도보로 다시 약 15분. 내가 집에서 학교까지 오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다. 심지어 처음으로 학교에 찾아오던 날에는 지하철을 잘못 타서 안양까지 급행으로 가버린 기억이 생생하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추운 겨울날 지하철을 기다리며 떨던 기억이란. 그 때 부모님께 전화하며 들었던 생각이라곤 단 한 가지뿐이었다. ‘집 나오면 고생이다.’고등학교 시절 기숙사에 살면서도 전혀 들지 않았던 생각이 기차로 3시간이나 떨어진 타지에서야 겨우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겨우 도착한 학교. 그리고 하룻밤. 그것이 바로 내가 처음으로 봉룡학사 신관을 보았던 날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아직 공사 중이어서, 또 어두운 밤이라 외관이 보이지 않았지만 아직도 그 날 처음으로 안락하게 잠을 잘 수 있었던 방을 기억한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그 날 이 봉룡학사는 집이었던 것이다.나는 고등학교를 1년 조기 졸업한 여학생이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 탓도 있겠지만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지난 1학기, 그리고 이번 2학기. 삼삼오오 모여 술자리를 즐기던 때 나에게 갈 수 있는 곳이라곤 도서관 또는 기숙사가 유일했다. 다시 말해 나는 학기 중 바로 이 기숙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다. 심지어 선배들이 ‘야, 1.5식 해도 식권이 너무 많이 남더라’라던 그 전자 식권을 2식이나 신청했어도 결국 식권이 모자라 약 일주일은 따로 자판기에서 식권을 뽑아 먹었을 정도였다. 대충 나의 생활이 상상이 되는가? 아침 7시에 일어나 9시 강의를 들으러 나간 후 약 5시 반쯤에 저녁을 먹으러 기숙사로 돌아와 남은 시간을 방에서 보낸다. 그것이 지난 1학기, 그리고 이번 2학기의 대부분의 생활 패턴이었다. 집에 갈 수 있는 때라고는 금요일 오후 수업이 끝난 직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였고, 그냥 다녀오기만 해도 왕복 6시간이나 걸리는 집보다는 필연적으로 기숙사에서의 생활이 너무나도 길었다. 멀어봤자 같은 전라북도 안에 있었던 고등학교 기숙사와는 정말 천지 차이였던 것이다. 거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집, 멀리 떨어진 가족에 대학이라는 새로운 생활. 정말 처음 만나는 룸메와의 한 학기. 어쩌다가 엘리베이터에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타기라도 하면 눈을 피하고, 급식 못 먹을까봐 문을 열기도 전에 식당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대체 뭘 그리 불안하게 살았는지도 모르게 1학기가 지나갔고, 여름방학이 지난 뒤 나는 다시 1학기 때 살던 방 바로 위층에 배정받아 기숙사로 돌아왔다.

대체 왜였을까? 아직 술을 마실 나이가 되지 못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아니면 원래부터 이렇게 지내는 것을 좋아해서 그랬을까. 역시나 나는 대체 하루 종일 강의 시간 외에 기숙사에서만 보내게 되는 원인을 찾지 못한 채 2학기를 지냈고, 그 답은 11월, 이 기숙사 생활수기 공모전을 쓰기 시작하면서야 찾게 되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이, 이 봉룡학사를 또 하나의 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가족과 함께 지냈던 집과는 또 다른, 학교 내에서 유일하게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것을. 식사 때마다 인사를 나누거나 스쳐 지나가며 가볍게 목례하는 그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그렇게 안심되는 일이라는 것을. 오히려 아파트에 살며 이웃과 형식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집 보다는 다 같이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해가며 붙어사는, 그런 이 머나먼 타지의 또 하나의 집이라는 것을. 비록 가끔 룸메가 밤늦게 들어오거나, 서로 생활 패턴이 맞지 않아 마찰을 빚어도 그 또한 서로를 수용하고 배워나가는 또 하나의 배움터이자 집. 그것이 나의 1년간의 봉룡학사였다.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중학교 때의 많은 친구들이 아직도 기숙사를 ‘그저 잠만 자고 사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더 이상 뭐라 말하겠는가. 하지만 난 조심스레 한 가지 제안을 해 보고 싶다. 학교 안에 존재하는 기숙사. 이 또한 학교의 일부이며,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을. 생소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을 접해보고, 조금 다른 시각으로 기숙사를 바라보는 것을. 나는 거의 1년이 다 지나서야 봉룡학사를 ‘집’이자 ‘학교’라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조금만 더 빨리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굳이 ‘집’이나 ‘학교’가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모이는 만남의 장소,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가끔 생활 강좌나 취미 강좌도 행하는 문화 센터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그 때부터 기숙사는 또 다른 집이자 조금은 색다른 장소로 보이지 않을까? 언젠가, 이 이후에 누군가가 봉룡학사를 조금 특별하다고 생각해 주길 바라며, 그리고 내가 겪은 모든 생활을 적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며 짤막하게나마 생활수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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