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닫기
통합검색
 

최고의 인재를 위한 안식처 성균관대학교 기숙사

COMMUNITY

  • home
  • 커뮤니티
  •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커뮤니티

과거수상작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글의 상세 화면
[2013]호의로 시작하면 기쁨으로 끝난다.
번호 : 179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2341

호의로 시작하면 기쁨으로 끝난다.

 

나는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했다. 고등학교에서의 기숙사 생활은 같은 학년끼리 방을 썼기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교 기숙사 생활은 난생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한 학기동안 같이 지내야 했으므로 기대와 걱정을 모두 품고 처음으로 신관 기숙사에 들어갔다. 아직까지의 그 떨림은 잊을 수 없다.첫 기숙사 생활은 4인 1실로 정하기로 했다. 신관에서 가장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일단 많은 사람과 사귀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지라 굉장히 끌렸다. 첫 기숙사생활을 같이하게 된 사람은 07학번 형 한 명과 13학번 새내기 2명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기숙사 생활 수기에 적고 싶은 사연은 바로 07학번 형에 관한 내용이다. (편의상 07학번 형의 이름을 찬호라고 하겠다.)

찬호 형과는 첫 만남부터 굉장히 친해질 수 있었다. 많이 기숙사 생활을 해봐서 인지 혹은 어릴 때부터 성격이 쾌활한 성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은 대학교 기숙사 생활이 처음인 방에 있는 우리 새내기들을 위해서 다 방에 모여 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대학교가 처음이라 많이 설레고 떨리지? 형이 치킨 사줄테니까 다 같이 나오 렴.”솔직히 학교에 대해서도 궁금한 점이 많고 기숙사에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았는데 형이 귀찮음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치킨을 사주시면서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서 말씀해주겠다고 하니 너무너무 고마웠다. 이렇듯 찬호 형은 첫 만남이지만 우리를 생각해주는 자상한 형 이였다.

형이 첫 만남 때 많이 가르쳐준 학교생활과 관련된 내용 덕분에 별 무리 없이 대학교 생활을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고비를 맞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그 고비들은 모두 다 과제 때문이었다. 사실 고등학교 때는 오로지 수능에만 집중을 하면 되었기 때문에 숙제 개념의 과제는 굉장히 나에게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기숙사 방안에서 혼자 끙끙대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러한 내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는지, 찬호 형은 또 다시 내게 은혜의 손길을 내밀었다. 형은 07학번 4학년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겪는 과정을 예전에 다 겪어봤다면서 어떻게 하면 과제를 쉽게 할 수 있는지 또한 어떻게 하면 학점도 잘 받을 수 있는지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셨다. 뿐만 아니라 모르는 문제를 질문하면 바로바로 풀 수 있을 정도로 형은 똑똑했다. 그리고 형은 문제를 풀어주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적성에 맞는 과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시면서 나의 진로까지도 상담을 해주셨다. 역시 형은 자상했다.

사실 룸메이트 형과 이렇게 좋은 관계만을 맺었던 것은 아니었다. 형이 내 수건을 맘대로 꺼내서 쓰면 짜증나기도 했고, 방에서 게임을 새벽까지 해서 내 수면시간이 방해를 받으면 형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룸메이트 형은 나를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았는데 바로 기말고사 하루 전의 일이다.기말고사 하루 전날 13학번 룸메이트 한 명이 만취 상태로 친구들에게 업혀서 들어왔다. 평소에 자주 술에 취해 들어오는 친구였기 때문에 그 날도 역시 별 문제 없이 잠을 자겠지 생각하고 다 같이 바닥에 눕히고 재웠다. 하지만 그날따라 많이 마셨는지 갑자기 구역질을 하기 시작하더니 바닥에 토를 하였다. 그것도 위험한 자세로. 그 친구를 보더니 찬호 형은 그 친구의 고개를 옆으로 젖혀주고 그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서 했다. 토를 닦아주고 옷을 벗겨서 물로 씻어주고.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 만취한 친구는 정신은 돌아오지 않고 계속해서 토를 해댔다. 그 냄새가 절정에 이르자 룸메이트 형을 제외한 나와 다른 동기 13학번 친구는 그 토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형을 버리고 밖으로 같이 도망쳤다. 마침 시험기간이라 기숙사 통금이 풀려있어서 정말 미안했지만 형을 만취한 친구와 함께 방에 버리고 자취하는 친구의 집으로 자러갔다. 다음날 아침, 친구의 집에서 일어나 내 방으로 돌아갔더니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방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그리고 30분 후 찬호 형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물었다.“형, 죄송해요.... 어제 어떻게 하셨어요?? 걔는 일어났어요?”“죄송하긴 뭘, 나도 너 나이 때는 그랬는데 뭐. 걔 어제 위험할 뻔 했어. 아무리 때려도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원래 시간이 그렇게 오래 지나면 술에서 깨야 되는데 정신이 들 기미조차 안보였어. 그래서 119에 전화해서 응급실 가서 알코올 해독제 주사를 맞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더라고. 덕분에 시험은 망했지 뭐, 하하.”그 말을 듣고 이 형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시험공부에 대한 것보다도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형이 정말 멋지고 감동스러웠다. 그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을 당연한 듯이 먼저 하고, 항상 아이들을 배려하는 형은 아마 미래 상황까지 다 고려했을 때도 정말 내가 겪은 최고의 룸메이트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룸메이트 형과 같이 생활하면서 가장 감명이 깊었던 에피소드에 대해서 적어보았다. 과연 그 누가 자발적으로 완전 낯선 사람에게 치킨을 사주면서 이것저것 귀찮은 일을 할 수 있을까. 또 친한 친구도 싫어하는 뒤처리를 누가 아무 불평 없이 할 수 있을까. 이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며 또 꺼려지는 일이기 때문에 찬호 형을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실 내가 내년에 14학번과 룸메이트가 된다고 하더라도 찬호 형처럼 룸메이트에게 매번 도움을 주고 챙겨주고 조언을 해주는 룸메이트가 될 자신은 없다. 만약 후배가 아닌 선배와 같은 방을 쓰더라도 내가 찬호 형과 같은 역할을 할 자신이 없듯이 새로운 룸메이트 형도 나에게 이러한 호의를 베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1학기 동안 느낀 점이 있다면 선배가 많이 귀찮더라고 룸메이트에게 관심을 주고 챙겨주는 노력을 보인다면 그 사소한 것 하나에도 후배는 많은 감동을 받는다는 것과 그러면 후배도 선배에게 애정을 갖고 방에서 더 같이 잘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 기숙사에 들어와서 내가 선배 역할을 할지, 후배 역할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귀중한 경험을 잊지 않고 생활한다면 분명 다음 룸메이트와도 화목하고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판의 이전글 다음글
다음글 [2013]특별한 장소 2013-12-13
이전글 [2013] 만취 (취하는 이야기) 201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