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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인관별곡
번호 : 161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1991

인관별곡

 

나는 남자 고등학교를 다녔었다. 다른 애들처럼 집에 있는 시간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학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밥 먹고, 학교에서 놀았다. 나의 일상은 집에서 학교, 학교에서 집, 학교, 집, 피씨방, 학교, 집, 학교, 집이었다. 그 때, 벼멸구를 닮은 담임선생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고 부모님이 옆에 계실 때 감사해야 한다고. 그리고 나는 대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바로,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일상을 학교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나는 인관에 살고 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밤늦게까지 게임을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잔소리해줄 사람이 없어서 좋은 건 잠깐이라는 걸 알았다. 아침에 늦잠자도 되는 대신에 깨우는 사람이 없어 지각을 하는 일이 많아졌고, 밥도 알아서 먹어야 하고, 청소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할 수 없이 혼자 치우게 됐다. 그리고 가장 익숙해지지 않았던 건 빨래였다. 빨래는 정말정말 귀찮은 것이었다. 어려운 건 아니지만, 때 되면 돌려야하고, 기다려서 널었다가 다시 개고 나서야 끝이 났다.

지금 살고 있는 인관은 네 명이서 한 방을 쓴다. 나는 늦게까지 자는 걸 좋아하지만, 다른 룸메들에 비해 부지런한 편인 것 같다. 보통 제일 먼저 일어나고, 제일 먼저 방으로 온다. 저녁에 돌아오면, 반바지에 티셔츠, 슬리퍼 차림으로 씻고 난 후에, 게임을 하거나 여자 친구와 통화를 한다. 그리고 가끔 야식을 먹는 정도가 보통이다.나는 조금 예민하다. 비염이 있어서 그런지 자다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잘 깬다. 우리 방엔 나보다 두 살 위인 형이 한 명, 세 살 어린 룸메가 두 명 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자주, 잠도 자지 않고 게임을 한다. 이미 이해해야 할 선을 넘은 듯하다. 바로 얘기할까 하다가 헛기침같은 방법으로 주의를 줬지만 그때 뿐이다. 자기만 쓰는 공간도 아니고, 개인 공간이 별로 없는 것도 서러운데 잠마저 방해받아야 하나 싶다. 기회를 봐서 알아듣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며칠 전, 우산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밤에 비가 많이 와서 우산을 쓰고 나갔다가 젖은 우산을 밖에 두고 잔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복도를 나갔을 때 우산은 사라져있었다. 예전에도 물건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냥 잃어버린 게 아니었다.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우산은 안 보였다. 기분 나쁜 경험으로 넘기고 말아야 할까, 생각을 하다가. 룸메이트 형이 거울을 잃어버렸다가 찾았다고 얘기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경비 아저씨께 말씀드렸더니 신관으로 가보라고 알려주었다. 신관에 가서 이름과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 적고 운영실로 가서 cctv를 확인했다. 한참을 보다가 가져간 사람을 특정했다. 아저씨께서 연락을 줄테니 기다리라고 하셨다. 그러고 3일 쯤 있다가 우산은 찾을 수 있었다. 우산을 찾긴 했지만 후련한 기분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그렇게 가져가면 안 된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별 거 아니지만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을 알긴 할까.기숙사에 살면서 가끔 불편할 때도 있고 외롭기도 하지만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느낀 기숙사 만의 메리트도 있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건 밤늦 먹는 라면과 가벼운 산책인데 요샌 추워서 산책은 잘하지 않는다. 그고 야구 시즌 때는 룸메이트와 같이 응원하며 친해지기도 했고, 여럿이 야식을 같이 먹고 연애 얘기 하는 것도 재밌었다. 옆 방에 사는 친한 형한테 자주 놀러가고 공포 영화를 보기도 한다. 또 우리 방만 그런 걸지 몰라도 룸메들과 맛있는 게 있으면 꼭 서로 나눠먹곤 한다.예전에는 함께 지내는 건, 혼자 사는 것보다 별로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생에서의 하나의 경험이고, 대학 시절의 낭만이고, 시간 지나면 웃게 될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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