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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4년간의 공백, 그리고 기숙사
번호 : 154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2553

4년간의 공백, 그리고 기숙사

 

2008년 1학년 2학기, 지관에서의 한 학기 생활을 마치고 군입대를 했다. 그리고 제대 후 휴학의 기간이 더 길어져 2년이나 더 공백기가 생겼고, 그로부터 4년이 흘러서야 나는 2학년 1학기로 복학을 하게 되었다. 기숙사는 1학년 때의 좋은 기억이 남아 있던 지관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신입생이었던 1학년 때는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선배인 룸메이트 형과 생활을 했었지만, 4년이 지난 올해는 내가 그 나이 많은 룸메이트 형이 되어있었다. 처음엔 어색했다. 오랜 공백 기간 때문에 아직 학교에 대한 적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였고, 신입생이었던 내가 이젠 나보다 6살이나 어린 신입생과 원만하게 잘 생활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런 두려운 마음보다는 열심히 학교에 적응해야 겠다는 나의 의지가 앞섰고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 그 후배의 눈높이에서 같이 소통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말 걸기가 참 어려웠지만, 몇 번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나서는 여느 평범한 동네 동생을 대하는 듯이 금방 편해졌다. 2학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1학기 때와 달리 2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동생이라 나름 고학번 룸메이트를 만나 오히려 1학기 때보다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금방 편하게 적응하게 되었다.하지만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친해지더라도 룸메이트와 나는 둘 다 20살을 넘긴 성인이었고 각자의 생활방식과 패턴이 다른 사람이었다. 평소 2,3시는 되야 잠을 잤던 나의 수면습관과는 달리 룸메이트들은 좀 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나같은 경우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귀가 둔했지만, 어떤 룸메이트는 잠귀가 밝아 스탠드 불빛이나 소음에도 민감해 뒤척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룸메이트에게 미안함을 느낌과 동시에 그에 대한 부담감과 불편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작은 불편함은 기숙사 생활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더 나아가서는 앞으로 진출할 사회나 직장에서의 생활에서도 많이 부?H히고 극복해야 할 불편함이었고, 오히려 그런 것을 미리 느껴봄과 동시에 나와는 다른 타인을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하니 그러한 불편함 마저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취나 하숙을 통해 혼자 방을 쓰면서 생활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적당히 긴장감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룸메이트와 사는 것이, 생산적인 대학생활을 하는 데에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예전 1학년 1학기 때는 자취를 하면서 생활패턴이 매우 불규칙했었다. 취침시간이 불규칙했던 것은 물론이고 끼니도 거르기 일쑤였고, 혼자 사니 청소도 소홀해져서 청결하지 못한 방상 탓에 잔병치레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룸메이트와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기숙사 생활에서는 첫 수업이 오후에 있더라도 룸메이트가 9시 수업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면 나도 같이 일찍 일어나게 되고, 게임이나 인터넷 등으로 쓸데없이 늦게 자려다가도 룸메이트가 침대에 눕게되면 나도 불을 끄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잠들게 되었다. 식사 또한 룸메이트와같이 기숙사 밥을 함께 먹을 수 있어서 끼니도 거르는 일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간혹 룸메이트라는 개념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기숙사를 기피하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큰 장점이 있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다. 또한 룸메이트와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기쁜 일과 슬픈 일을 공유할 수 있었던 기억도 있다. 어느 날 신입생이었던 룸메이트가 밖에서 술을 먹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로 들어왔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 평소 땐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던 아이가 술기운 탓에 평소에 하지 않았던 말들을 하기 시작했고, 말이 흘러흘러 연애이야기 까지 나왔다. 아직 순수한 신입생인 탓인지 룸메이트는 연애에 대해 많이 서툴렀고 가진 건 6년 더 살아본 경험 밖에 없는 나는 그런 룸메이트에게 진심어린 조언과 충고를 해주었다. 그리고 내 조언 탓인지는 몰라도 룸메이트가 그 여자아이와 사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왠지 모를 뿌듯함에 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룸메이트가 방에서 가족과 통화하는 것을 무심코 듣다가, 룸메이트의 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진심으로 걱정되고 가슴이 아팠다. 나 또한 몇년 전 어머님이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게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 심정이 더욱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다행히 룸메이트의 어머님은 그 후 검진 결과 심각한 정도의 상태는 아니신 것으로 밝혀져서 정말 다행이었지만, 그 전까진 많이 어색했던 룸메이트가 그 날 이후로 좀 더 많은 공감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올해 초 4년간의 공백 이후 기숙사로 짐을 옮기고 방에 들어왔을 때의 그 어색함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막막함은 꽤나 심각했다. 하지만 2013년도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이러한 시점에서 이렇게 즐겁게 살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이 수기를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어색함과 막막함은 이젠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된 것 같다. 끝으로 이렇게 소중했던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통해 그 막막했던 1년을 잘 버틸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모두에게 감사하고, 특히 꽤나 어려웠을 나이 많은 룸메이트인 나를 만나 불편했을지도 모를, 그럼에도 나와 잘 지내준 나의 올해의 룸메이트들에게 가장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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