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닫기
통합검색
 

최고의 인재를 위한 안식처 성균관대학교 기숙사

COMMUNITY

  • home
  • 커뮤니티
  •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커뮤니티

과거수상작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글의 상세 화면
[2013] 그동안 내가 놓쳤던 것들
번호 : 152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2700

그동안 내가 놓쳤던 것들

현재 3학년 2학기. 졸업을 1년 앞둔 쉰내기 복학생이다. 6번째 학기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기숙사에 입사할 생각을 했다. 원래 집은 분당이었기 때문에 셔틀버스도 있고, 버스나 그 외의 다른 교통수단으로도 등교가 용이 했기 때문에 통학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기숙사에 입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학교는 특성상 2월달에 수강신청을 1, 2학기를 한 번에 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그 중요한 날 그것도 군대에서 전역 후 복학하기 위한 첫 번째 수강신청에서 제시간에 수강신청을 할 수 없었고, 결국 내가 원하던 시간표를 짜지 못했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한 학기 최대 수강학점 만큼 우격다짐으로 시간표를 채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1학기는 그럭저럭 통학이 가능한 시간표여서 통학을 했으나, 문제는 2학기였다. 사실 2학기 시간표는 1학기 개강 후에도 거의 미완성 상태였다. 게다가 매일같이 1교시에 시작하는 시간표는 나의 2학기를 분명히 힘들게 할 것이 분명했다.

통학이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복학 후 전공 심화과목을 듣다보니 통학하는 시간마저 아까웠었다. 과제나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1학기 도중 2학기에는 반드시 기숙사에 입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미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 친구와 동기들, 선후배들이 많았기에 그들의 의견을 두루두루 들어보았다. 이미 기숙사 찬양론자들도 많이 있었고, 오히려 입사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도 또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한 학기만 입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무려 입학 후 6학기 만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기숙사 입사선언에 부모님도 놀라는 눈치셨다. 하지만 1학기 때 통학을 하며 공부에 허덕이며 다른 학생들을 쫓아가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셨나보다. 이내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사실 약간의 해방감도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내가 집이 아닌 곳에서 오랫동안 생활 했던 적은 군 시절 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서라 그런지 기숙사 생활도 할 만 할 것 같았다. 점호 없는 군생활의 느낌이랄까? 역시 예상대로 입사 첫날부터 군대에서 몸에 배었던 습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역한지 무려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좋은 습관들은 남아 있었다. 절대 집에서는 청소라던가 빨래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 어머니께서 해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나대신 해줄 사람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빨래며 청소며 집에서는 전혀 안하던, 군대에서나 하던 일들을 내가 다시금 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놀랐었다. 왜 그동안은 안하고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럽게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좋은 점은 이 뿐만 아니었다. 통학을 했었을 때는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밤새 공부를 한다 던지, 매주 한권씩 책을 읽는다던지. 단지 통학하는 단 2~3시간이 나의 시간으로 바뀐 것뿐인데 기대효과는 마치 나의 하루가 24시간이 아닌 26~27시간이 되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덕분에 성적은 1학기 보다 더 좋아졌고,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으며, 틈틈이 지하에 있는 체력 단련실에서 운동도 하게 되어 건강도 더 좋아지게 되었다.

통학을 할 때에는 공강 시간에 딱히 할 것이 없었다. 공부야 도서관이 있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거나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충분한 휴식도 취할 수 있어서 더욱 학업에만 매진 할 수 있게 되었다. 시험기간에는 매일 일찍 도서관에 자리를 맡으러 가야 했고, 밤10시정도가 되면 막차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던 공부를 서둘러 마치고 집으로 가야했다. 그러나 기숙사에서는 내방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도서관 자리 쟁탈을 할 필요도 없었고, 지하의 열람실을 이용하며 매점에서 허기진 배도 채울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또한 나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데 나의 관심이 학교로 옮겨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은 학교에서 축제를 하건, 어떤 행사를 하건 별로 관심이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에 가기 바빴다. 특히 학부주관이나 학과주관인 행사는 대부분 저녁시간대에 개최되기 때문에 쉽게 참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학교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내가 몰랐었던 학교와 관련된 사항들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되었다.

학과행사도 참여하여 선후배나 교수님들과의 친분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각자 군대를 가서 소원해졌던 동기들(곧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과도 자주 얼굴을 보게 되어 서로의 고민들을 술 한 잔에 털어 버리며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이 바뀐 것이 아니고 단지 기숙사에 입사했다는 상황만 바뀌었을 뿐이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고 단지 한 학기의 시간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많은 것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통학의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며, 룸메이트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살지 않아도 된다. 벌점을 받을 일도 없고, 밥시간을 놓쳐도 밥을 먹을 수 있으며, 통금시간 따위도 없다. 매일 학교와 집을 오가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창밖의 풍경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소소했다. 대신 시간을 더욱 아껴 써야하고, 조금 더 계획적이어야 한다. 나에게는 그런 계획성이 부족했고, 시간에 대한 소중함도 깨닫기 전이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지나가는 버스 차창 밖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나치며 살았는지. 기숙사생활은 나에게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았는지를 알려주었다. 남은 두 학기. 앞으로 나에게 얼마나 기숙사의 입사가 허락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기숙사에 입사하지 않더라도 다시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놓치지 않을 것이다. 한 단계 성장하고 성숙한 지금의 나를 보면

벌써 다음 학기가 기다려진다.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판의 이전글 다음글
다음글 [2013] 인생 여행의 소중한 쉼터 2013-12-13
이전글 [2012]기숙사의 추억 201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