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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공모자들
번호 : 139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2268

1학년때니까 3년전 일이입니다. 밤마다 술독에 빠져서 가끔씩 현실세계로 나오던 평범한 신입생의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여느때와 같이 술을 진탕 먹고 기숙사 통금시간이 다되어 휘청거리면서 기숙사로 돌아오고 있는데, 등이 90도 이상으로 굽어 있는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밤중이라 차들이 없어 쌩쌩 달리는 위험한 도로변을 묵직한 리어카를 끌면서 걸어가는 할머니였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인데, 폐지를 주우시는 할머니를 보고 술에 취해 휘청거리면서 아무도 관심 있게 보지 않습니다. 익숙한 풍경이라서 그런걸까요? 자정이라면 딱히 익숙치는 않은 풍경인데도 말이죠. 어느 거리를 가도 폐지를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흔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무심하게 쌩쌩 달리는 차들, 무심하게 앞만 보고 걷는 사람들, 사람 무게의 두 세배는 될 듯한 리어카를 끌면서 한 발짝씩 힘겹게 걷던 할머니가 결국 넘어지는 걸 보고 제가 나섰습니다.
"할머니 어디까지 가세요? 제가 대신해 드릴게요."
같이 있던 친구들이 귓속말로 말합니다.
"야 통금시간 5분남았어, 죄송하다고하고 빨리가자"
속으로 1초간 50만번이상의 고민을 했지만 결국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아이고, 고마워요."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지자 주름도 그만큼 짙어졌습니다.
"할머니, 이거 다 팔면 얼마나 받으세요?"
"오륙 천 원 정도일 게야."
"이거 하루 종일 주우신 거예요 할머니?"
할머니는 그저 웃기만 하셨습니다. 고단한 허리를 자꾸 두드리면서 리어카보다 점점 뒤쳐지는 할머니, 좋지 않은 허리로 자신보다 몇 배 거대한 리어카를 끌고 위험한 도로를 누비며 하루 종일 박스와 종이를 모으시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으니까.’
아 그렇게 겉으론 항상 술을 먹는 망나니지만, 속으론 이렇게 착할 수가 없구나! 하고 생각하며 야누스적인 저의 모습에 감탄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기숙사통금은 날라갔기 때문에, 이왕 도와드리기로한거 할머니를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할머니집은 꽤 멀었던것 같습니다. 삼성아파트 쪽으로 쭉 가다보니 어떤 교회가 있었고, 그 교회마저 넘어가니 조금씩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그렇게 1시간정도를 밀고 가니 허름한 집이 나오더군요. 할머니를 도와드린 뿌듯함과 착한 내자신을 되돌아보며 술기운에 너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마당에서 보니 집안이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사람이 산다기엔 너무 인적도 드물고, 사용감이 없다고 해야되나?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90도 굽은 할머니라 전혀 의심하지 않고 ?i아온 거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목마르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때 부턴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속에 나오는 그런 한 장면속에 내가 있구나 하고 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겁니다. 괜찮다고 했더니, 할머니가 너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니 큰일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을 나가자마자 할머니가 누군가랑 통화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정말 술이 확 깼습니다.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서 친구한테 전화하는척하고 큰소리로
"나 교회 지나서 OOO인데 금방 갈게~"
하고 혹시나 내가 없어지면 여기서 없어진걸 알 수 있다는것을 보여주고, 재빠르게 튀기 시작했습니다.
‘아! 잡히면 죽는다 진짜 죽는다’

죽는다고 생각하니 정말 힘들어도 멈추지가 않았습니다. 왜 공포영화속 주인공들이 그렇게 잘달리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한참을 달려서 학교에 도착한 뒤에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잊고있었는데, 영화 공모자들을 보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이렇게 수기를 남깁니다. 생각해보면 밤 12시가 넘었는데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있다는 것부터 이상한 사실이었는데, 그때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들쑤시고 다녔던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이 많이 뒤숭숭한데, 도와주는것도 좋지만 봉사활동은 안전한곳에서 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만약 할머니가 정말 맛있는 꿀물을 주기 위해서 였다면 정말 죄송하지만, 아마 그걸 마셨다면 제 한목숨이 여러사람을 위해 쓰이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이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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