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닫기
통합검색
 

최고의 인재를 위한 안식처 성균관대학교 기숙사

COMMUNITY

  • home
  • 커뮤니티
  •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커뮤니티

과거수상작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글의 상세 화면
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서영진
번호 : 137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2177
 
 

또 하나의 고향

나는 06학번이다. 나이도 대학생치고는 적지않은 27살이다. 그리고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후에 성균관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말하기에 앞서 지금 내가 쓰는 이글은 감동이나 귀감, 교훈 등에는 거리가 멀 수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지금도 나의 감정은 담담하다. 그 이유는 차차 언급하도록 하겠다. 나의 성균관대 기숙사에 관한 이력을 간단히 얘기하자면 단순하다. 나는 06년도 1학년 1학기부터 지금 마지막 4학년 2학기까지, 지관에서만 대학생활을 보냈다. 고향은 대전이지만 방학도중에도 항상 기숙사에 살았고 오히려 집에는 명절을 포함 1년에 5~6번정도 내려가 하루 이틀 머물다 오는게 허다했다. 복학후 기숙사생들에 관한 정책이 바뀌면서 주민등록까지 기숙사로 이전하게 되자 이제 엄연한 나의 ‘고향’이자 단순한 ‘기숙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 보금자리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잠시 나의 어린시절얘기를 하자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역마살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한군데에 3년 이상을 머물러 산적이 없었다. 중학교 시절도 학교는 같았지, 집은 지속적으로 이사를 다녔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다.

 

졸업을 앞두고 가끔 가을햇살에 비치는 지관 건물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정원의 나무들을 보면 무언가 가슴속에 아련함이 비추어 떠오른다. 무엇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대학입학이전 한군데에 2년 정도만 살며 떠돌이 아닌 떠돌이 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지관에서 모든 대학생활 4년을 보냈다는 것은 상당히 긴 시간이고, 이제 지관을 곧 떠나야한다는 사실과 가을이라는 계절적인 여러 요소가 겹쳐져서 나의 심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서 현재 일하거나 사회에 진출해 어른이 되어버린 동기들과 선배들을 만났고 이제 같은 복학생 입장에서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후배들을 만났다. 동아리 사람들과 진탕 술도 마셔보고 시험기간에는 밤을 새고 입에 욕을 달며 공부를 했다. 시련의 아픔에 눈물을 훔쳤고, 기쁜일이 있을때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모든 희로애락의 과정 속에 나만의 보금자리로서 4년간 든든히 내 뒤에 있어주던 지관이었다. 막상 50여일 후에 이곳을 다시는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지금 이글은 지극히 나만의 이야기이다. 어떤 일종의 에피소드는 아니다. 딱히 교훈이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4년의 기억이, 군복무시절 휴가때마다 간간히 학교에 놀러왔었던 점을 치면 내 20대의 기억이, 그 자체를 이번 수기공모전을 빌미삼아 단순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신관이 생겨서 기숙사 입사에 딱히 제한이 없어졌지만, 예전 나의 1학년 시절에는 지방사람 아닌 이상 기숙사 입사에 제한이 있었다. 어렵게 입사했던 기억때문인지, 나의 인생 중 유독 다사다난한 20대를 보냈던 기억때문인지 성균관대학교 학생 기숙사 지관은 나에게 또 다른 고향으로 자리잡았다.

한가지 혹시나 이글을 보게 될 후배들이 있다면 이 한마디는 꼭 해주고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처음 타지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후배들이 많을 것이다. 나름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도 있을 것이고, 환상(?)이나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이 잘못되었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이런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 태어나 입시지옥을 거쳐 꿈많은 20대 초반의 나이에 대학이라는 곳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책임을 다하며 즐길 줄 아는 대학생이 된다면 그 누가 뭐라 하겠는가. ‘대학기숙사’ 라는 키워드가 그 생활에 추억을 부여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거라 난 확신한다. 기숙사를 떠나기 50여일전,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쓰며 난 천천히 학교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판의 이전글 다음글
다음글 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이수현 2012-11-23
이전글 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권구경 201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