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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신재민
번호 : 129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2076
 
 

룸메이트

 

누군가 첫 만남은 설렌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과 새로 만나 동고동락하는 사이가 되어 새로운 친근감을 느낄 수 있으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말은 낯가림이 조금 심한 내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그자체가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감정으로 다가왔던 나에겐 이 글을 쓰는 2학기 2인1실 기숙사 신청은 사실 약간 충동적인 감이 없잖아 있었다.

 

지난학기 모르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걸 기피하고 싶었던 나는 조금 비싼 감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권유 등등으로 4인4실을 썼었다. 처음엔 4인4실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방을 혼자서 쓰니 방안에서 남의 눈치도 볼 것 없고 남에게 피해 받을 일도 적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세면대와 화장실 이였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못 봐줄 만한정도는 아니었는데 도대체 화장실과 세면대를 어떻게 쓰는 건지 엄청난 속도로 더러워져갔다. 특히 변기는 너무나 심해서 누런 오줌이 어떻게 하면 그쪽으로 튈 수 있는 건지 궁금해질 정도인 위치에 말라붙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볼일 볼 때 앉는 부분을 내리고 서서 소변을 본 것 같다.) 상태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화장실과 세면대를 같이 쓰는 네 명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으니 깨끗해질리 만무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게 된다던가? 결국 원래 약간 결벽증 비슷한 게 있었던 내가 결국 참지 못하고 중간고사가 끝났을 쯤 밖에서 락스와 수세미, 고무장갑을 하나씩 사들고 와서 변기 물에다 락스를 풀어놓고 수세미로 더러워진 변기와 세면대를 깨끗이 씻어내고 끈적끈적한 바닥도 가지고 있던 물걸레로 깨끗이 닦아내었다. 그렇게 한바탕 대청소를 끝내고나서 새하얗게 돌아온 변기를 보며 그래도 이렇게 깨끗해졌으니 조금은 조심해서 쓰겠거니 하면서 나 홀로 뿌듯해했다. 그러나 그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조금만 조심해서 쓰면 하등 더러워질 이유가 없는 변기인데, 만약 부득이하게 튀었다면 휴지로 금방 닦아내면 말라붙을 리가 없건만 청소전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모습으로 돌아오는 걸 보고 나는 깊은 좌절감에 빠져들었다. 결국 나는 검디검은 좌절감을 가슴속 깊이 묻어둔 채 기숙사에서 퇴사할 때까지 기숙사 지하1층에 있는 공용화장실을 사용했었다.

 

아무튼 그러한 기억 때문에 2학기 기숙사를 신청할 때 쭉 4인4실을 쓰지 않겠냐는 어머니에게 그러한 사실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그냥 신관 2인1실을 쓰기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기숙사를 신청하고 나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특히나 LC에 조졸로 들어온 녀석이 자기 룸메이트가 완전히‘개판’이였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는데 그 예시들이 하나같이 기가 막혔던지라 나의 불안감은 더욱 심각한 공포감이 되어 나에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입사일이 다가오고 나는 1학기랑 마찬가지로 2일정도 미리 입사해서 짐을 정리해 놓았다. 이틀 동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술버릇이 나쁜 룸메이트면 어떡하나? 성격 나쁜 룸메이트면 어떡하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았을 걱정들이였지만 그 당시에는 내 상상의 룸메이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그러나 실제로 함께 지낸 결과는 내 상상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달리 상의한 것도 아닌데 서로 불편하게 여길 일이 거의 없었고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도 있지만 그럴 때 일수록 서로 피해 주는 일이 없었으며 지금은 오히려 같이 게임도 할 정도로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 단 한 번의 마찰이 없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분명 두 번 모두 서로 직접적으로 논의해보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전자는 그리 좋은 기억이 되지 못했고 후자는 너무나 만족스럽게 되었는가 생각해보면 아마도 ‘배려’가 있고 없고가 이것을 결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서로 배려를 해주니 상대가 나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너무나 당연시 되어버려서 그럴 일이 잘 없긴 하지만 가끔 조금 안 맞는 게 있더라도 그냥 모르고 그러나 보다 하고 마음 편히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세상은 일부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말자고 광고를 해야 되는 그런 답답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 아마 서로가 조금만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러한 광고는 그냥 단순한 돈 낭비가 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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