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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조지웅
번호 : 127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2166

빨래 이야기

 

어렸을 적부터 난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났다. 할머니 댁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여러 간식들이 있었고, 언제나 할머니의 귀여움을 받는 우리 강아지였다. 이런 손자가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공부를 한다고 하니 할머니는 이 걱정 저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셨을 테다. 방은 구했느냐 생활비는 있느냐며 많은 관심을 보이셨다. “할미가 돈이 없어 용돈을 줄 수 없어 미안하다며 늘 미안해하셨고, 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곤 하였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서울 신정네거리역 쪽에 할머니의 아들이자 나의 외삼촌이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기숙사에 여럿이 생활하다 보면 세탁하기가 불편하고 세탁을 자주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셨나보다. 나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으셨던 것이었다. 빨래가 많이 쌓여있다면 서울의 친척집까지 빨래를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기숙사에도 세탁기가 있는데 빨래를 못해 빨래를 들쳐 매고 친척집까지 갈려면 아마 까치산행 지하철에 타는 순간 쓰러지지 않을까. 기숙사에 입사했기에 먹고, 자는 것은 해결 됐으니 할머니는 빨래가 걱정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빨래를 한다는 것은 할머니가 많이 걱정하실 만큼 생활에 중요한 것이었다. 아마도 학교에 처음 올라온 학생들이 제일 먼저 스스로 해야 할 일은 밥은 식당에서 먹으면 되기에 빨래가 아닐까 싶다.

 

신입생의 나는 어수룩하게도 기숙사 신청기간을 놓쳐버려 고시원에서 살았었다. 좁은 방에 누울 곳도 마땅치 않았던 방이니 옷도 많이 가져오지도 않았다. 옷이 많지 않은 만큼 늘 옷은 금방 더러워졌고 깨끗하게 다니기 위해 자주 빨래를 해야 했다. 고향에 있을 때에는 늘 어머니가 빨래를 해주셨지만 이제는 스스로 세탁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생전 처음으로 세탁기와 마주했다. 호기 좋게 옷을 세탁기에 넣었지만 무슨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몰랐기에 잠깐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런 고민의 순간 고시원 주인아저씨가 나타나셨다. 고민에 빠진 나를 보시더니 세탁기도 작동시킬 줄 모르냐며 핀잔을 주시며 아저씨는 세탁기를 돌려주었다. 민망한 순간이었다. 빨래를 처음 하는 것이었니 모르는 것이 많았다. 빨래를 건조대에 말려보았는데 옷들이 모두 보기 흉하게 빳빳해졌다. 난 그저 세탁기에 세제만 넣어 빨래를 하였기 때문이다. 옷이 부드럽게 마르고 향기도 좋게 하려면 섬유유연제를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나는 복학생이 되었고, 기숙사에서 처음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아직은 날씨가 더운 8월말이었기에 이사를 마친 나는 땀에 젖어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난 기숙사에 에어컨이 나오는지도 몰랐었다. 이런 나에게 룸메이트는 방안의 기계를 작동시켜 에어컨을 틀어주었다. 고작 스위치 하나 킨 것이었지만 아무 것도 몰랐던 나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룸메이트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신입생인 동생이었지만 컴퓨터가 없는 내가 바쁜 레포트 때문에 곤란해 하면 자신의 노트북도 선뜻 빌려주기도 하며 나에게 여러 도움을 주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이 친구는 빨래를 하는 데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빨래를 많이 미루기도 했지만 빨래를 했어도 종종 빨래를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리곤 하루가 지나서야 빨래를 가져오기도 했었다. 빨래는 바로 널지 않고 세탁기에 그대로 남겨져 있으면 옷이 상하기도 하고 옷이 많이 구겨질 수도 있다. 늘 룸메이트가 꾸깃꾸깃해진 옷을 입고 다닐 때에는 안타깝기도 했었다. 기숙사에 다리미가 있으니 자주 이용하라고 충고를 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내 룸메이트는 나와 한 학기를 보낸 후 여행을 가야 한다며 바쁘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 여행이 끝나면 군대에 간다고 하였다. 이 친구가 군대에 들어간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 친구가 나에게 남겨주고 간 빨래 건조대는 아직도 내 방에 있고 나에게 친절히 대해줬던 만큼 자주 생각나는 나의 첫 룸메이트다.

 

또 다시 세월이 흘러 9월이 되었다. 이제 기숙사 생활에도 익숙해졌다. 청소 미화 아주머니가 청소하는 시간이 언제인지, 정수기와 자판기는 몇 층에 있는지, 통금은 언제 해제 되는지 기숙사에 관한 많은 것이 익숙해져갔다. 스스로 하는 빨래에도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런 중에 추석이 있었기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야했다. 2012년 추석에는 928일 공부자탄강일, 103일 개천절이 이어지면서 긴 휴일이 되었다. 고향 집에 내려가 집안 어르신도 만나고, 고향 친구들도 만나며 긴 휴일을 보냈다. 긴 휴일을 고향 광주에서 보냈기에 빨랫감도 많이 생겼다. 이 옷들은 어머니가 세탁을 해주셨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해주시는 빨래. 별 생각 없이 가방에 담아 수원의 기숙사로 돌아왔다. 짐들을 정리하기 위해 빨래가 된 옷들을 꺼내보니 내가 세탁을 한 것 보다 더욱 부드럽고 향이 더 좋은 것이 참 좋았다. 내가 한 빨래는 비교도 안 되었다. 빨래를 보니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세탁을 하셨을 어머니께 내심 더 미안하였다.

 

어렸을 적부터 빨래를 해 오신 어머니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늘 빨래를 할 때마다 세탁기 앞에서 쪼그려 앉아 빨래를 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날 듯싶다. 세탁기 하나 동작시키지 못 했던 어린 신입생이었던 나였지만 이제는 세탁도 익숙해져가는 복학생이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머니의 품에 있었던 나였지만 곧 사회에 나가 새로운 시작을 해야 될 때가 되었다. 빨래를 하는 것은 사소해보이지만 스스로 해야하는 첫 집안일이라는 것임을 감안하면 난 빨래가 새로운 시작의 첫 발걸음 이라고 생각한다. 빨래에서 시작해서 인생의 한 부분 한 부분을 직접 해결하며 자신의 꿈에 한 발짝 한 발짝 가깝게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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