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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원정택
번호 : 94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2076

2007, 첫 룸메이트들

 

힘든 수험생 생활이 끝나고 대학 생활이 시작될 즈음이면, 신입생들은 꿈꿔오던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로망 때문에 설렘이라는 감정으로 첫 학기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적이겠지요. 하지만 그 전에는 분명히 그런 고민도 있었을 거예요.

학기 중에 어디서 지낼까?’

물론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저 같은 경우는 가족이 모두 해외에서 살고 혼자 한국에 나온 케이스이기에 좀 더 우려되는 상황이었고요. 자취도 좋고 하숙도 좋지만 한국 물정을 너무나도 모르는 저로서는 기숙사가 최선이라는 마음에 기숙사를 신청하였고 대학교 첫 학기에 만난 첫 룸메이트들에 대한 추억을 잊을 수 없네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요? 8살에 해외로 나가서 20살에 한국에 다시 들어온 저에게 말 그대로 모국 아닌 모국이었어요. 물론 언어야 유창했지만, 많이 어색했거든요. 은행에서 업무 보는 것도 못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술도 조절할 줄 몰라 그 전날 일을 기억 못해서 당황스러웠던 것까지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거기에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지내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서 괜히 소심해지는 것도 있었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났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서 마음고생도 좀 했었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그런 적응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룸메이트 형들 덕분이에요.

 

안녕하세요! 07학번 원정택이라고 합니다!”

, 그래! 00학번 000라고 해!”

03학번 000라고 해! 반갑다!”

그 인사를 시작으로 형들과 자기소개를 시작하는데 어색함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처음부터 이런 저런 자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저녁에 흔히들 입방식이라고 하는 조촐한 파티도 하면서 조금씩 더 친해져 갔습니다.

학기가 끝날 때 즈음에는 방을 옮기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가족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아직도 기억나네요. 하루는 중요한 약속이 잡혀있었는데 건조대에 널어놓은 옷이 덜 말랐더라고요. 혼자서 , 어떡하지? 어떡하지?”이러고 있었는데, 둘째형이 저보고 정택아 일단 내 옷 빌려줄 테니까 입고가라.”라고 하시면서 한 번도 안 입은 새 옷을 빌려주시더라고요. 저에게 마음써주심이 너무 고마웠어요. 확실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저에게 매우 중요한 약속이 있었거든요. 이 일을 아직도 기억하는 것을 보면 제게는 너무 고마웠던 일이었던 것 같아요. 03학번 형은 제 고민 해결사였어요. 은행에서 업무처리 해야 하는데 할 줄 모르면 같이 따라가서 도와주시고, 술 조절하는 방법이라던가, 좋은 공부 습관 등 이런 저런 많은 조언을 해주셨지요. 지금은 다른 곳에서 공부 중이신데 가끔 서울 올라오시면 만나고, 조언이 필요하면 연락해서 물어보고, 또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에는 안부 전화도 드리는 등 아직도 연락을 잘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가장 나이가 많으신 형은 저랑 같은 계열 선배였어요. 7살 차이라서 처음엔 많이 어려워했었는데(지금도 물론 완전히 편한 형님은 아니지만 많이 친합니다.) 이 형님은 제 진로상담사라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같은 계열의 대선배님이어서 제 진로문제로 많은 상담을 해주셨지요. 뿐만 아니라, 저에게 굉장히 따뜻하게 대해주셨어요. 이 형님은 성격이 굉장히 유하셨거든요.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다 보니 한 번도 화나거나 짜증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어요.

 

이 형님하고 엉킨 일화가 하나 있네요. 하루는 제가 술에 만취해서 새벽 한 시쯤, 기숙사 문을 닫기 전에 동기들의 부축을 받아 기숙사에 들어오면서 경비 아저씨께 무례한 언행을 하고, 방에 와서 난리를 피운 적이 있었대요. 물론 전 기억이 없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침에 정신을 차리고 나니 형님들도 표정이 다 굳어 계시더라고요.

큰 형님이 저에게 말씀하시길,

 

지금 수업가야 하니까 이따가 형이랑 이야기 좀 하자.”

 

이 말 듣고 속으로 죽겠더라고요. 아 큰 실수를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봐도 기억은 나질 않고 그저 초조하게 형님이 오실 때까지 저도 수업 듣고 오고했지요. 저녁에 형님이 저한테 커피를 쥐어주면서 잠깐 이야기 하자며 말을 걸어오셨는데 그 내용은 이랬어요.

 

정택아, 술 너무 많이 마시지마. 몸 상한다. 그리고 어제 취해서 한 이야기 들어보니 힘든 일 있는 거 같은데, 혹시 무슨 일 있으면 형한테 물어보고 털어놔도 돼. 혼자 고민 하려고 하지 말고. 방에 나 말고도 형들 있잖아. 알았지?”

 

이 말을 듣고 너무 고마웠어요. 제가 그 형이었으면 솔직히 짜증도 났을 것 같은데 화는커녕 오히려 술김에 나도 모르게 한 말이었을 말을 듣고 저를 걱정해주니 감동이었지요.

그 형님도 이제 직장인이고 바쁘셔서 자주는 못 뵙지만 가끔씩 전화로 문안인사는 드리고는 한답니다.

 

위에서 말한 내용 외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고마운 일도 많았어요. 그 형님들 덕분에 한국 생활한 지 얼마 안 돼서 적응도 쉽게 할 수 있었고요. 또 아직도 절 이끌어주고 제가 잘 따르는 형님들과의 인연을 이렇게 지금도 계속 이어가고 있네요. 물론 지금까지 만난 룸메이트들도 다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첫 학기 첫 룸메이트들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 룸메이트 형들 덕분에 지금까지도 인관에서의 좋은 인연을 기대하며 항상 인관을 신청했었고, 또 계속 인관에서 지내왔네요. 어쩌면 다음 학기가 마지막이겠지만……. 인관에서 첫 룸메이트들과의 만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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