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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정 경
번호 : 93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940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모난 곳을 깎아나가는 것.

 

  그럴 수밖에 없었던 환경도 있었겠지만, 천성적인 요인에 의해 유년 시절의 나는, 지금 돌이켜보건대, 경쟁심이 많았고 마음을 쉬이 열지 못했었다. 모질고 독하다는 소리는 많이 듣고 컸지만, 따뜻하게 마음을 나눌 친구도 몇 명 만들지 못한 채 대학교 신입생이 되어있었다. 과학고 시절부터해온 기숙사 생활은 익숙한 것이지만, 대학에 들어와선, 우리에게 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졌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늘 부모님 앞에선 다 자란 척 하면서도 고향집의 포근한 공기와 웃음소리를 그리워하는 어린 나에게 몇 살 앞선 언니들과의 수다는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지금도 생각나는 2011년의 가을, 선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룸메이트와 잘 통할 것을 난 처음부터 예감했었다. 늘 어른인 척 하고 싶어 하지만, 뭔가 위태롭고, 그 아슬아슬함마저 감미로운 나이, 20살 전후의 우리는 서로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걸, 때론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걸 쉬이 알 수 있었다. 우린 빠르게 친해졌고, 난 친언니처럼 룸메이트 언니를 따랐었다. 작게는 수강신청 같은 학교생활의 요령부터 인간관계를 위한 조언까지 난 언니에게 참 많은 것을 물어봤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사는데, 어떻게 항상 즐겁고 무난할 수 있을까.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나에게 언니는 항상 훌륭한 조언자였다.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 쇼가 큰 흥행을 거둔 것은 그녀의 공감하는 능력 덕분이었듯이, 언니가 늘 따뜻한 위로가 되었던 건 사소한 이야기까지 진지하게 공감해주는 능력 덕분이었다.

2학기를 마치고 20살의 입구에서 변한 나를 볼 수 있었다. 카페나 분식점에 친구들과 모여앉아 지나간 자잘한 이야기들을 하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 그해였고, 사소한 일에도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스트레스 받던 나를 조금은 놓아주고 가끔은 재충전을 위해 훌쩍 떠날 수 있게 된 것이 그해였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쉬이 열지 못하고 낯을 가리던 내가 먼저 친해지려 하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눈을 빛내며 들어주려 나설 줄 알게 된 것 또한 큰 변화였다. 같은 공간에서 잠들며 가까운 이야기를 털어놓을 룸메이트 뿐만 아니라, 대학에 와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이처럼 나를 바꾸어 놓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즐겨 읽던 신영복 교수의 책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사랑이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모난 부분(ㅁ)을 깎아가는 과정이다.’ 아직 사랑이 무엇이라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대학에 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며, 지난날의 모난 내 모습을 깎을 수 있었고, 사랑한다는 것, 배려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주기도 했다. 삶이란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이야기라고 했다. 봉룡학사는 20대 푸릇한 이야기들이 머리를 맞대고 숨쉬는 곳이 였고, 그런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삶에도 행운이었다. 앞으로도 사랑하는 이곳 봉룡학사에서 남은 대학생활을 끝까지 잘 마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만나게 될 테고 또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 속에서, 또 그들이 모여서 만드는 우리의 삶속에서, 바로 이 곳 봉룡학사에서의 남은 대학생활의 시간에 또 다시 조금은 성숙해져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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