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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조현정
번호 : 89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811

룸메이트의 매력

 

집이 울산이었던 저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기숙사 생활을 하였고 수능에서 원하던 점수가 나오지 않아 서울에서 재수를 하게 됐을 때에도 고시원에서 살아서 자유로운 객지 생활은 익숙하였지만 몇 년 동안 그러한 생활이 이어지다보니 집에서 생활하며 어머니가 해주신 밥이 그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학의 기숙사 생활도 이전과 같은 생활의 반복이겠구나 하며 별 기대감 없이 시작했습니다.

 

첫 입사 땐 짐이 많아 차를 타고 가족들이 함께 왔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생활했던 고등학교 기숙사보다 학교의 기숙사의 시설이 좋고 건물도 새 건물이라 가족과 함께 놀랐던 게 기억이 납니다. 다소 허름한 건물과 좁았던 그때의 방을 생각하면 내가 1학기 동안 생활할 신관은 마치 호텔 같았습니다. 사무실에서 열쇠를 받고 방에 들어갔는데 저희 학번이 첫입사생이라서 그런지 모든 것이 새것이고 정리가 잘 되어있었습니다.

저는 2인 1실을 선택하였고 룸메이트 보다 먼저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룸메이트는 그 날 저녁에 입사하였고 숫기가 없었던 저는 긴장된 마음으로 인사를 하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룸메이트의 인상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룸메이트는 군복무를 마치고 해당 학기에 복학했는데 당시 미필자인 제가 보아도 군인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가무잡잡한 피부에 생긴 것도 무뚝뚝하게 강인하게 생겨서 더욱 당시에 제가 그렇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어린 후배인데다가 분위기도 어색해서 그 날 제가 먼저 주뼛 거리면서 학번과 학과, 고향 등을 물어 보았습니다. 저는 09학번 이었고 형은 06학번 이었습니다. 밤늦게 잘 시간도 되고 장거리를 이동해서 그런지 피곤했던 저는 그날 그렇게 형과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학기 초인데다가 신입생이라 여러가지 행정적인 처리도 해야 되고 LC 친구들과 친목을 쌓는데 바빠서 첫 일주일은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방에도 있을 시간도 잘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일들이 정돈되자 마음에 여유도 좀 생기고 룸메이트 형과 좀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녁에 같이 방에 있는데 룸메이트가 저보고 야식을 먹지 않겠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저는 밤 늦게 야식은 잘 안 먹지만 친해지고 싶은 생각에 반색을 하며 좋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치킨을 시켰고 그 날 방에서 같이 먹은 치킨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파닭이라는 울산에는 없는 치킨이었습니다. 그 후 치킨을 같이 먹으며 친해진 둘은 점점 밤에 치킨 먹는 횟수가 늘어났고 그 메뉴도 다양해졌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사감의 눈을 피해 몰래 시켜먹어야 했지만 대학교 기숙사에서는 이제 성인 대접을 해주는지 자유롭게 배달음식이 반입되는 것이 허용되었습니다.

물론 저희는 다 먹고 재활용과 뒷 처리는 깔끔하게 해놓았습니다. 그 후로 신관 식당에서 밥 먹을 때도 편하게 불러서 먹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신관은 화장실이 방안에 있는데 한번은 둘이 방안에 있는데 변기의 물이 넘쳐 둘이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어디선가 얼른 압축기를 구해다가 막힌 변기를 뚫었고 형은 신문지와 걸레를 들고 열심히 흘러넘치는 물을 닦았습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가 되었을 때 형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폈는데 형의 표정은 굳어있었습니다. 이때도 아직 어색하던 사이라 당시엔 민망하고 황당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는 일입니다. 중간고사 기간이 되어 갈쯤 저희는 같이 당구장도 가고 방안에서 컴퓨터 게임도 같이 할 정도로 친해졌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룸메이트가 같은 방안에서 너무 말이 없어도 어색하고 너무 시끄러워도 고역인데 형은 적당한 화제를 적절한 템포에 던져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잘 몰랐지만 2인실 생활에서 그런 것들이 자신의 성격이나 관심사와 잘 맞기가 상당히 힘든 것임을 그 후의 몇 번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형은 무뚝뚝한 표정 뒤에 장난기를 숨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가끔 짓??은 장난도 쳤지만 저도 그런 그의 성향과 제법 맞았기에 잘 받아주곤 했습니다. 또 신입생이라 모르는 학교생활을 물어볼 때도 형이 여러 가지로 잘 알려주었습니다.

 

1학기가 끝나 갈 땐 고기를 좋아하는 형을 위해 마지막 기념으로 같이 고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그 뒤 2학기에 형은 휴학을 하였고 저는 1학년을 마치고 군복무를 하러 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틈틈이 서로 연락을 하였고 저는 올해 다시 복학했습니다.

마냥 재미있는 것만 생각하던 1학년 때와 달리 사회생활도 하고 머리도 조금 커진 저는 형과 만나면 그 때와는 다른 미래나 진로 등 진지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가끔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서로 이런 이야기도 하고 있네!’ 하고 놀랄 때도 있습니다.

 

비록 1학기 동안 함께 살면서 사소하게 안 맞는 부분이 있어 혼자 고민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친구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선배이자 형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때 함께 야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1학년의 그때는 졸업을 하더라도 아름다운 대학생활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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