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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서경배
번호 : 82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972

성숙의 요람

 

 

처음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들이나 휴학 후 학교에 복학하는 친구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이제 기숙사에 살아야 하는데 지관 2인 1실은 배정 될 만큼의 성적이 안 되고, 그렇다고 신관에 가기에는 돈이 없고. 인관? 인관은 4인 1실이잖아. 거기서 어떻게 사냐? 불편하게.”군대 가기 전 좋은 학점을 받은 군필자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대부분의 복학생들의 고민 중 하나였다. 이런 친구들은 대부분 일단 지관을 신청해 보고 떨어지면 자취 같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다. 놀라웠던 점은 군대라는 단체생활을 경험한 군필자들이 인관은 끝까지 꺼려했다는 점이었다. 같은 군필자 복학생으로서 나 역시 이와 비슷한 생각이었고 기숙사 1차 신청에서 지관에 떨어졌을 때 나 역시 자취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어쩔 수 없이 인관에 2차 신청을 하게 되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인관에는 선정이 되었다. 그렇게 나의 복학 1학기 인관 생활이 시작되었다.

 

인관은 예로부터 스포츠과학부 사람들과 ROTC 사람들, 군필자들의 아지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뭔가 스마트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지관과는 다른, 땀 냄새 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나 역시 땀 냄새 나는 군필자였기 때문에 자기자리 찾아간다고 생각 할 수도 있었지만, 더 이상 나와 군대를 연관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그 거부감은 두 배로 증폭 되었다. 그런 거부감을 안고 처음 들어간 방은 의외로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이었다. 지관 2인 1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넓은 방과 큰 창문, 2층 침대는 그 옛날 고등학교 시절 막연히 상상하던 대학교 기숙사 그 자체였다. 또한 넓고 깨끗한 샤워실과 화장실은 밖에서 보이는 허름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헬스장이 의외로 쓸 만하다는 점이었다.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광경에 놀라고 있는 사이 다른 룸메이트들이 방으로 들어왔고 우리는 한동안 어색한 침묵에 휩싸였다. “아! 이번에 새로 온 룸메이트?”, "아~예.", “복학생? 군필자?”, “예” 그 순간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지관 혹은 신관에서는 같은 방에 사는 룸메이트라도 서로 어색한 사람이 많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인관은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최소한 4명 중의 한명은 군필자, 고 학번, R0TC였기 때문에 부끄럼 타는 그런 광경은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 누가 오더라도 최소한 한 명 이상과는 마음이 맞았고 대부분의 인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그 방 룸메이트와 정말 친하게 지냈다.

 

우리는 정말 가족같이 지냈다. 정해 놓은 주말에는 대청소를 했고 대청소 후에는 다 함께 목욕탕에 가서 피로를 풀었다. 목욕을 마친 뒤에는 목욕탕 앞의 불 족발 집에서 가볍게 소주 한 잔에 매운 족발을 먹었다. 평일 오후에는 지하의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고 식사시간에는 같이 밥을 먹었다. 물론 그렇게 항상 붙어 다녔기 때문에 부딪히는 것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이 습관이었고, 누군가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누군가는 방에서 노는 게 습관이었고 누군가는 방에서 공부하는 게 습관이었다. 누군가는 잠귀가 너무 예민했고 누군가는 수시로 잠에 깨고는 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네 명의 대학생이 이렇게 달랐던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것이 막상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면 말이 달라졌다. 그대로 한 방에서 살기에는 서로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들만의 규칙을 정했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서로를 존중해 주자는 취지였다. 냄새나는 음식은 휴게실에서 먹고 오기 같은 것부터 실내에서는 슬리퍼를 신지 않기라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 서로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것 들을 정리했다.

 

처음에는 너무나 짜증이 났었다. 군대도 아니고 이런 규칙들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이제 막 전역한 군필자에게 과거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는 고문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은 다른 룸메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였을까 처음에는 서로가 조금씩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은 큰 말다툼까지 벌어졌다. “솔직히 이건 서로 지키기로 한건데 넌 좀 안하는 것 같다. 나도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데 너도 좀 지켜라”, “그렇게 따지면 너도 이건 안 지키잖아. 너도 잘 지키는 것도 아니면서 할 말 있냐?” 시작은 정말 작은 실수로 인해 발생하였지만,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그동안 서로에게 쌓였던 불만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말다툼은 점점 심해져갔고 다른 룸메이트가 말리지 않았다면 큰 싸움으로 번질 번하였다. 그날 저녁 우리 방 사람들은 다 같이 야식을 먹으며 그동안 쌓아왔던 속마음을 다 털어놓았다. 나는 내가 제일 신경 쓰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룸메이트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 놀라웠고, 그들도 나처럼 항상 신경 쓰고 있었다는 점에 정말 미안해졌다. 야식을 먹으며 서로간의 오해를 푼 이후 우리는 이 전보다 더 서로를 존중해 주었고 이것이 자리를 잡자 정말 내 집에서 보내는 하루처럼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즐거워졌다. 그렇게 인관이라는 기숙사가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기숙사를 퇴사하는 그 순간까지 너무나도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처음 나에게 충고해주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인관에서 나도 살아봤는데 다른 기숙사 역시 마찬가지지만 특히 인관은 룸메이트의 영향이 정말 커. 룸메이트 잘 못 만나면 너 한 학기동안 진짜 고생한다.”그 친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기숙사라는 단체 생활을 하는 공간에서는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나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4인 1실 같은 좀 더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기숙사는 정말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어떻게 하는 것은 결국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하기 나름이라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제 인관을 추천한다. “너 같이 싹싹한 놈은 인관가면 진짜 재밌게 생활할 수 있어.”라고 말이다. 이제 나는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아직 인관을 경험해 보지 못한 남학생이라면 그곳을 지원하라고,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재미나고 신나는 경험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바로 그곳에서 사회인으로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추천한다. 인관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지원하라고 그곳에서 성장하고 오라고 말이다. 이를 통해 많은 대학생들이 사회인으로서 성숙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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