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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허나녕
번호 : 76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2447

 

적응

 

“난, 또 앞으로 4년, 그러니까 7년 내내 기숙사 생활만 하겠다. 여기 기숙산 여학생은 안 떨어진다고 하니까.”

“가시나야, 나는 인턴하고 레지던트하면서 병원 기숙사 쓰면 10년은 기숙사 써야 된다!”

의예과에 진학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이다. 성균관대학교의 기숙사 봉룡학사는 타 학교에 비해 훨씬 많은 학생들을 수용한다. 특히 자연과학캠퍼스의 학과 특징상 여학생의 비중이 남학생보다 눈에 띄게 적기 때문에 ‘여자는 기숙사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선배들로부터 쉽게 들을 수 있다. 그 말을 전해 들으시고는 손뼉 치며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4학년 2학기에도 기숙사 방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하다. (내 고향이 머나먼 김해이기 때문에 기숙사를 쓰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나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러니까 대학 와서는 이번이 기숙사를 쓰는 두 번째 학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숙사 생활을 4년째 하고 있는 셈이다. 그저 집이 그립기만 하던 기숙사 생활에 어느덧 ‘적응’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고 스스로 자신한다.

고교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며 나는 룸메이트와 트러블이 잦은 편이었다. 잠자는 시간이나 난방기 사용 여부 같은 문제가 서로 잘 맞지 않으면 1년 내내 방을 쓰는 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고등학교 때는 1년마다 룸메이트를 바꾸었다.) 하지만 2학년 때 룸메이트와는 거의 방을 쓰는 것에 관련해서 싸운 기억이 없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 룸메이트의 성격이 ‘당신이 방을 어떻게 쓰든 아무렇지 않아요.’라고도 표현될 만큼 무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반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친해져 같이 놀러 다니고, 시험 기간에도 밤늦게 이야기를 하느라 공부를 제대로 못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2학년을 보내고, 3학년이 되어 방을 배정하기 전에 학교에서 조사를 했다. 아무래도 고 3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 웬만하면 생활 습관이 비슷한 학생들이나 방을 같이 쓰고 싶다는 학생들끼리 룸메이트가 되도록 해준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었다.

5명이 넘는 사람이 나의 2학년 시절 룸메이트인 친구에게 방을 같이 쓰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심지어 그 룸메이트와 인사만 하는 사이인 애도 그 애에게 3학년 때 방을 같이 쓰지 않겠냐고 물어보았다. 물론 방을 같이 쓰고 싶다고 한다고 무조건 같은 방으로 배정이 되는 건 아니지만, 다들 누구와 룸메이트가 될지 불안해 유행처럼 짝을 정하고 다녔다.

‘인사만 하는 사이인 사람한테 룸메이트를 하자니, 민망하지도 않나. 참, 룸메이트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도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심산으로 잠 자는 시간이 비슷한 친구랑 얼른 입을 맞췄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방을 배정하기가 아무래도 불가능한 일인지라, 나는 불행히도 생활 습관이 전혀 다른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었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 많이 받는 고등학교 3학년인데, 나는 12시나 1시 전에 자고 싶은데 룸메이트는 3~4시가 넘도록 밤늦게 공부를 하다니! 아, 끔찍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 외에도 난방기를 사용하는 것도 의견이 전혀 맞지 않았다.

룸메이트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그게 그렇게 미워 보일 수가 없었다. 한번은 룸메이트가 사과를 많이 받아 무심코 커튼 뒤에 놓아둔 적이 있었다.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두리번거리다가 커튼을 젖혀 보고 사과가 썩어가는 걸 확인했다. 그 뒤로는 룸메이트를 불러서 이러지 마라, 저러지 마라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번은 룸메이트가 했던 실수를 또 하자 화가 나서 종이에다가 불만을 한 가득 적어 책상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한 것이 얼마나 바보 같고 잔인한 행동인지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룸메이트가 조금 늦게 자면 자신도 조금 늦게 자면 되는 것이다. 잠자는 시간이 너무 맞지 않으면 먼저 자면 되는 것이다. 보통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스타일인 친구들은 스탠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스탠드 불빛이 조금 비쳐도 잠이 오면 그런 것은 상관없이 다들 잘 자게 된다. 심지어 고교 시절에도 룸메이트랑 공부한답시고 보란 듯이 형광등을 켜놓고 사이좋게 잠든 적도 있었는데……. 난방기를 켜는 것이 건조해서 싫다면, 바가지에 물을 떠 놓으면 되며 로션은 뒀다 어디 쓰는가! 왠지 난방기가 켜기 싫은 날은 룸메이트가 켜려고 해도 말렸던 예전의 내 모습! 왜 스스로에겐 자유로웠던 것들을 유독 룸메이트에겐 규제하려고 했는지…….

 

대학 들어와서 만나게 된 룸메이트들은 희한하게도 나랑 난방기 사용이나 잠자는 패턴 등이 정 반대이다. 1학년 때 룸메이트 언니는 시험기간에 아예 밤을 불태우며 공부를 해 심지어 내가 일어날 때 언니가 잠든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샤워실을 쓰는 시간이 겹치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나는 스탠드가 없었는데, 가끔 룸메이트 언니가 일찍 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언니는 불을 켜 놓은 채로도 괜찮다며 잠을 청하여서 내가 미안해질 정도였다.

 

스스로가 붙인 ‘룸메이트’에 대한 ‘스트레스’나 ‘강박’ 딱지를 벗겨 내자, 룸메이트가 나에게는 너무나 좋은 인연이 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룸메이트랑 친해진 것이 굉장히 특이한 일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1학기 때 룸메이트 언니도 마찬가지고, 지금의 룸메이트도 정말 좋은 사이다. 1학기 때 룸메이트 언니는 내가 전공 진입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상담해주고, 학교생활이나 여행간 일 등 많은 부분에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글로벌 리서치(Global Research)를 준비하던 룸메이트 언니의 매사에 열심히 하는 모습이나 언니가 해준 이야기들 덕분에 내 대학 생활이나 내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계획이 훨씬 더 풍요로워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안전하고 싸고 넓고 시설도 좋은 이 기숙사를 예전의 나 같은 이유로 쓰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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